보우승가회 회원으로 구성된 태고종 총무원 집행부가 종단의 중심사찰인 서울 신촌 봉원사와 순천 선암사 주지에 대해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선암사는 태고종단 유일의 총림이고, 봉원사는 태고종 총본산 사찰로 두 사찰 모두 태고종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사찰이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큰 파란이 예상된다.

태고종 총무원은 기관지인 <한국불교신문> 8월 1일자를 통해 봉원사 주지 일운 스님과 선암사 주지 경담 스님, 총무 명성 스님, 전북교구 지방종회의원 7명에 대해 행정처분 ‘승려자격정지’를 공고했다.

일운 스님과 경담 스님은 행정명령 묵살을 이유로 각각 자격정지 2년과 3년, 전북 지방종회의원 7명은 종무원장 선출과 관련한 부정선거를 이유로 각각 자격정지 5년의 징계를 받았다. 전북 지방종회의원 7인은 행정처분과 별도로 태고종 초심원에 징계가 회부됐으며, 총무원으로부터 허위문서 작성 및 업무방해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소·고발됐다.

이에 따라 조계종과 진행 중인 봉원사 분규해결 협의는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총무원의 극단적인 처방 이면에는 봉원사와 선암사가 총무원을 배제한 채 조계종과 협의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봉원사 주지 일운 스님은 지난 6월 29일 산중총회에서 사찰 토지 6만6000여m²(2만여 평)를 조계종에 양도하고 분규를 종식하기로 결의한 것이 이번 징계의 사유로 알려진다. 여기에 선암사까지 총무원과 관계없이 분규문제 해결을 위해 조계종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집행부는 총무원 무력화에 대한 부담감으로 당해사찰 주지에 대한 징계를 서둘러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태고종을 대표하는 두 사찰 주지에 대한 총무원의 중징계는 곧 종단내 심각한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태고종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일치된 전언이다. 태고종의 특성상 두 중심사찰에 대해서는 총무원의 행정력이 한계를 보여왔던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특히 잇단 무리수로 종도들로부터 신임을 잃어가고 있는 현 총무원집행부의 입장에서는 이번 징계가 큰 짐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부메랑의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운산 총무원장과 합의해 사실상 총무원 집행부를 장악한 보우승가회가 그들이 주장했던 종단 정상화에 주력보다는 오히려 종단을 장악하려 한다는 쪽으로 종도들의 여론이 옮겨가고 있는 것도 보우승가회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따라서 오는 8월 11일 오전 10시 신촌 봉원사에서 '종단 현안'을 안건으로 해 열리는 중앙종회가 태고종의 이번 징계사태가 분규로 번질지, 아니면 적절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