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36호 상원사 동종 모본 삼아 '창조적 계승' … 4월 23일 이운 뒤 29일 타종

왼쪽부터 상원사 동종(725)과 상원사봉황화엄범종(2017)
오대산 상원사에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을 모본으로 재창작한 새로운 종이 내걸린다. 기존 모방종이 제작된 지 30년 만이다.
도학회 한서대 교수는 오는 23일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을 모본 삼아 재창작한 '상원사봉황화엄범종'을 상원사 동종 옆에 내건다고 20일 밝혔다.
상원사 동종은 725년 제작돼 현존하는 한국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으로,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 양 옆에 2쌍의 비천상 문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상원사는 이 종을 보호하기 위해 1987년 모방종을 만들었으나, 소리 등의 여러 이유로 지난 2015년 4월경 서산 부석사 범종(2007)과 팔공산 갓바위의 대종(2013) 제작에 참여한 조각가 도학회 한서대 교수에게 제작을 맡겼다.
이에 따라 도학회 교수는 2년여에 걸쳐 상원사 동종을 모본으로 소리와 종신의 독특한 구조의 '창조적 계승'에 방점을 둔 '상원사봉황화엄범종'을 제작했다.
조각가 도학회 교수
도 교수는 20일 가진 교계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시대 다시 1천400년이 지난 미래의 세대에게 다시 복제종을 만들었다는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원래 종의 크기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완전히 새로운 가치가 있는 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도 교수에 따르면, 기존의 '상원사 동종' 종두에 용이 올려진 반면, 새 종에는 봉황이 놓였다. 도 교수는 "종두의 형상이 바뀔 때마다 큰 전환의 시기가 있었음을 감안해 새 시대 도래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상원사 동종'에 비천상이 새겨진 데 반해 새 종에는 관음․지장․대세지․문수․보현 보살 등 오대보살이 새겨졌다. 상원사를 둘러싼 오대산이 5대 보살을 상징함에 따른 것이다.
기존의 주악비천을 감싼 운문이 있는 장식테였던 종의 상부에는 약사불․아미타불․석가모니불․미륵불 등 사방불(四方佛)을 배치하고, 구슬을 꿰어낸 듯한 영락장식을 드리웠다.
특히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 합금의 비율, 타종 위치, 종의 두께 등을 고려한 황금포인트에 따라 제작됐다.
도 교수에 따르면, 새로운 종은 높이 170㎝, 지름 92㎝ 크기에 1.33t 규모로, 기존의 상원사 동종과 크기 면에서 큰 차이는 없으나, 소리를 보다 안정시키기 위해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동(구리)에 합금한 주석 비율이 기존의 상원사 동종의 경우 13%에서 18%를 보이는 곳이 혼재해 규정지을 수 없는 독특한 음질을 보였으나, 새 종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 일괄 17.5%의 비율로 배합했다. 또 여기에 0.02%의 납, 철 등 불순물도 처음으로 포함해 여음이 지나치게 오래가는 것을 막았다. 종의 두께도 소리를 고려해 가장 윗부분은 두께 3㎝, 중간 부분은 6~7㎝, 밑부분은 5㎝로 부분별로 달리했다.
또 소리를 내기 위해 치는 부분인 당좌의 높이가 높아 종의 울림이 좋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당좌를 밑으로 내렸다.
이러한 결과물을 내놓기까지 도 교수는 형상을 만드는 데만 꼬박 8개월이 걸렸으며 3차례의 실패 과정을 거쳤다. 도 교수는 "실패한 조각만 300쪽이 넘었으며, 종 제작에 전념한 나머지 팔의 통증과 대상포진을 감내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도 교수는 "상원사봉황화엄범종은 한국종 소리와 독특한 구조를 계승하되,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과거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사고로 접근하려 했다"면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종의 타종식은 오는 4월 29일 오전 11시 상원사에서 열린다"고 말했다.
도학회 교수는 서울대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지평의 울림', '고구려 사신상전' 등 10회의 개인전과 수십 회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대표작으로는 고구려 사신상, 칠전불, 갓바위화엄범종 등이 있으며, 논문 '비천의 도상적 연구' 등 10여 편과 수필집 <갓바위 종을 만나다>, 소설 <갓바위 무지개>, <하늘돌에 새긴 사랑> 등을 저술했다.

작품 황금산.
이와 관련, 도 교수는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고도갤러리에서 개인전 '도학회 작품전 - 황금산'을 개최한다. 이날에는 오대산과 종소리를 형상화해 판화 기법으로 한 장씩만 찍어낸 모노타입 작품 25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개막식은 26일 오후 5시.
도 교수는 상원사봉황화엄범종 작업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1월 종을 주제로 한 소설 <대왕의 종>(종문화사)을 펴냈으며, 최근 우리 사회의 모순점을 담아낸 소설 <아무것도 아닌 관계처럼 아는 사람>(종문화사)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