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박사 특별기고] ‘화윤선차회 박남식 박사의 차 인생 50년’
지난 50년 차문화의 지향을 채원화 선생의 제자 화윤으로부터 듣다

필자는 해마다 2월 말일이면 옛 서대문형무소를 찾는다.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회장 전 국회의원 김희선)가 2014년에 만들어졌고, 이 단체에서 매년 여성독립운동가를 위한 3․1혁명 추모 헌공차례가 서대문형무소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 행사의 주된 내용으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제례가 모셔지는데 헌공차례를 화윤차례문화원에서 주관한다. 필자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 행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현대 차인들이 지향해야 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행사를 담당하는 화윤 박남식(和胤 朴南植, 1947~ 71세, 丁亥生)박사와는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이번 여성독립운동가 헌공차례에는 윤봉길 의사의 질부가 찬인을 담당했다. 화윤당과 윤봉길의사의 질부.

유럽과 동남아 등 우리 차문화의 보급을 위한 행보.

옛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가를 위한 헌공다례 모습.

2013년, 이 땅의 차문화를 보급‧확산하기 위한 노력이 남달랐던 우록 김봉호(友鹿 金鳳皓, 1923~2003) 선생이 타계한지 10년이 되던 해였다. 필자는 우록 선생의 평전을 쓰기 위해 여러 해 준비하고 있었고, 해남다인회에서는 그(우록 김봉호선생)의 10주년 추모식에서 필자의 평전을 헌정하는 행사를 준비하였다. 장소는 해남 대흥사에서 개최되는 ‘초의문화제’의 주 무대였다. ‘초의문화제’가 열리는 해남 대흥사는 차의 본향, 차의 성지로써 더 말할 나위 없었다. 주관처에서는 차문화 발전을 위한 ‘차문화연구논문공모’를 해서 우수 연구자들에게 시상하는 행사도 있었는데 화윤당께서 대상을 수상하였고, 필자는 ‘현대 차문화의 부흥조 독철신 우록 김봉호’라는 제목의 책을 상재하여 헌정하는 자리였다.

이미 차문화 투고글과 논문을 통하여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지향하는 바가 같아 서로의 행보를 응원했다. 이후 계속되는 왕래 중에 화윤당이 지향하는 차인으로서의 철학과 이념이 바르고 올곧아 서로간의 교류는 더욱 잦아졌다. 화윤당이 주관하는 행사에 같이 참여하게 되고 또 여름연수에도 참석했다. 이후 만남은 끈을 놓지 않고 지속되었고, 중앙과 지방의 차문화 교류로 이어졌다. 말하자면 효당과 의재의 교류가 현대로의 지속으로 연결된 셈이다. 이번 인터뷰는 3월 삼짇날이었다. 3.1절 행사를 서대문형무소에서 마치고, 따로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의 발자취, 차문화 보급, 50년의 긴 역사를 들었다.

화윤당은 창원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치고 부산으로 유학을 가서 경남여고를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한재 이목(寒齋 李穆, 1471~1498)의 ‘다부’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차를 일찍 접하게 된 인연에는 행운 같은 세 분의 은사가 있었다. 제도권의 정규교육에서 만나지 못했던 은사의 역할이었고. 인성을 다듬어 사람으로서의 품성을 만들어 주신 분들이다. 세분 모두가 직접적인 연계는 아니지만 사회 활동의 끈으로 연결되어 모두 절친한 관계였다. 그 첫 번째 은사로 차를 알게 해 주신 분은 10대 후반에 사군자(문인화)를 배우기 위해 찾아간 소은 박장화(素隱 朴張和)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였다. 선생님은 차를 매우 좋아하셨는데 장시간 차를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첫 자리에서 화윤당은 소은 선생께 질문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새록새록 하단다.

“이 걸 어떻게 마신데요?”

겨우 다방출입이나 허락 받았을 정도의 사회 초년생이어서 차를 마신다는 것의 멋스러움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때 소은 선생을 통해서 차를 알게 되었다. 숭늉과 찬물만 열심히 마시는 여고생과 사회생의 중간 기로에서 차를 접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마셔야 되냐는 물음에 함께 자리하신 선생님의 안해(부인)께서는 중국 분에게 선물을 받아 잘 모르긴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그 차에 밥도 말아 먹고 숭늉처럼 마시기도 하드라면서 차 한 통을 건네주었다. 당신께서도 나중에 알고 보니 아주 상품에 속하는 자스민티였다고 한다.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향이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단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양질의 녹차에 자스민향을 곁들인 향차였다고….

차 한 통을 받아 집으로 왔던 날 동생들이 5명이 있는데 ‘큰누나가 가져온 저것이 무엇일까?’하고 궁금하게 생각했던 동생들에게 차의 이력을 이야기하고 우려 마시는데... 그 때는 다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크기가 크고 작은 간장종지 같은 것을 사람 수대로 가져다놓고 양은주전자에 차를 우렸다. 신기하게 생각하고 기다리던 동생들은 한 입 마시고 나더니 화장품 냄새가 난다고 못 마시겠다고 하나 둘 일어나 가버리고 혼자 조용히 그 차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귀한 생각으로 그 차를 숭늉처럼 마시기도 하고 밥에 말아 먹기도 하면서 마신 것이 차에 대한 첫 경험이었다. 10대와 20대의 사잇길에서 만난 은사 소은 선생께서 인생의 교훈을 주신다면서, '현재 한국차도의 본산'이라 여기신다며 효당 최범술(曉堂 崔凡述, 1904-1979)스님의 차의 지향을 소개해 주었다.

소암 현중화 선생과 함께.

소은 박장화 선생과 함께.

 

조범산방 현액.

그리고 차를 또 만나게 된 계기는 당신이 은사로 모시던 소암 현중화(素菴 玄中和, 1907~1997)선생님이었다. 70년대 초 제주도 서귀포의 소암선생을 방문하여 '조범산방(眺帆山房)'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었다. 제주도의 다른 제자들과 함께 자리를 했는데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 곳 제자들은 매우 경건하고 엄격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을 보고 본인 역시 앉음새를 단아하게 고쳐야 하는 의무감이 들었다.

 
찻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찻잔을 받고 공손히 합장하고 차를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처음 차를 받았을 때는 ‘맛도 없고 건더기도 없는 저런 것을 왜 마시라고 저래 주시지?’ 하고 ‘또 그런 것을 선생님이 준다고 제자들은 거절도 못하고 마시지?’ 하는 생각과 함께 너무나 무거운 자리로 느껴져서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짧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잔이 돌 즈음에 그만 마시겠다고 단호하게 거절을 하면서 잔을 엎어놓았다. 너무나 개성 없는 무색에 가까울 정도의 맹물 같은 것을 계속해서 받아 마시며 진중해 하는 모습들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건방진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다른 문하생들은 세 잔, 네 잔 마시고 나서 찻잔을 거두기 시작하는데 그 때 그 시점에서 혓바닥에서 쏴아하고 감도는 맛이 아주 묘하고 고매한 깊은 맛이 도는데 그 때 아주 깜짝 놀라서 ‘선생님 이게 뭡니까?’ 하고 물었다. 소암선생은 ‘옥로차’라고 하였다. 화윤당은 이 옥로차가 대만산의 좋은 녹차인가보다 하고 여겼지만 일본의 잎차 중에서 가장 상품임을 뒤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 때 그 차의 인상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 차의 맛은 고급 센베이 과자에 조금씩 박혀 있는 청량하고 아주 질 좋은 파래맛과도 같았다. 그런 맑은 맛이었다고 기억한다.

“지금 되돌아보면 너무나 오만 방자하고 건방졌던 어리고 젊었던 옛 이야기다. 차 마심이 끝나고 은사님께서 손수 차 설거지를 하실 즈음에, 내 속에서 '아!~' 하는 작은 탄성이 가슴에 번졌다. 혀끝에 감도는 아주 형용하기 힘든 묘한 향과 감칠맛이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묘한 향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아주 질 좋은 파래의 향긋함이라고나 할까? 그 때 내가 간직하고 있는 파래 향의 기억은 온 바다가 오염된 오늘날 바다의 파래 향과는 전혀 달랐다. 이미 끝난 찻자리에서 즉각 반성에 들며 드디어 용기를 내어 무슨 차냐고 물었다. 한 잔의 차로, 혀끝에 감도는 차향으로, 은사님께서 풍기는 깊은 에너지를 보듬고 있었다. 만감후(晩甘候), 바로 그것이었다.”

화윤당이 소암선생을 만나게 되는 계기는 마산에서 가진 소암선생의 제2회 개인전에서다. 그때가 1967년이다. 소암선생은 1932년 와세다(早稻田)대학 정경학과를 졸업하고 국전초대작가를 역임 하신 분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차와의 기억은 사회단체 활동을 하면서 국제워크캠프를 했는데, 100여명이 참석했다. 그중에 1/3정도가 일본 사람이었고 나머지는 한국사람 그리고 유럽 권에서 참여했는데, 15일의 워크캠프가 끝나자 일본 사람들이 가지고 온 차가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차에 관심이 없었고 화윤당은 그 차를 다 챙겨 마시면서 녹차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화윤당은 75년 당시 29세에 결혼을 했다. 사회운동가와 결혼을 하고 1년쯤 되던 시기에 사랑양반이 바람 쐬러 간다고 짐을 싸서 간 곳이 다솔사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효당스님과 연결이 되었다. 차생활로 이끈 세 번째 인연이고, 평생 차를 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채원화 선생과의 인연이기도 하다. 그 후 사랑양반은 2년 정도 효당스님의 차를 익히고 내려왔고, 그렇게 왕래가 이어지면서 차와 친숙하게 되었다. 사랑양반은 사랑양반대로 화윤당은 화윤당대로 인연이 이어지면서 차의 길, 차문화의 지향이 시작되었다. 인사동에서 다기도 준비하였다. 당시에는 한국도자기에서 생활차기가 나왔을 때였는데 그런 그릇에 차를 마시기도 했다.

“현대 한국의 차도를 중흥시킨 차도계에 종장이라 할 수 있는 효당스님(사진)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1976년 겨울이다. 남편이 느닷없이 절간으로 가서 그 분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인연으로 10대 후반에 소은 스승님의 소개로 막연히 가슴에 품었던 그 분을 30대를 바로 넘어서 친견하게 되어 매우 긴장된 속내를 감출 수 없었다. 그 분은 별 움직임과 말씀은 없었으나 뭔가를 자연스럽게 창조해 내듯이 나의 자리 앞에 마치 진한 쑥물 같은 것을 한 사발 내 놓으셨다. 무척 쓰면 어떻게 마시나 의심하며 조심스럽게 들었다. 대과(큰 실수)없이 잘 마셨다는 기억만 남았다. 그 곳이 경남 사천의 다솔사였고, 뒤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말차였다.”
 
소은선생과 소암 선생을 만나서 효당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 ‘내가 때가 되면 효당스님을 찾아가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뜻하지 않은 바도 아니었지만 쟈스민차를 마셨을 때 소은 선생이 말씀하셨던 효당스님을 친견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차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다솔사를 찾아가야 한다는 소은사의 말씀이 있었고, 이미 마음에 뜻을 품고 있었던 터라 이런 인연이 주는 행운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당시에는 다솔사를 찾아가기란 교통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자동차로 1시간 남짓밖에 안 걸리지만 그때는 십리를 걷고, 기차를 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고, 또 십리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도저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사랑양반이 다솔사행을 선택한 바람에 속도에 탄력이 붙은 셈이었다. 그리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차생활이 시작되었다. 효당스님께서 부부용 세트 찻잔과 청자잔 5개를 선물로 주기도 하셨다. 효당스님이 주신 찻잔으로 차생활을 하였다. 효당스님이 내려주신 차도무문(茶道無門)이라는 글은 인사동 박당표구사에서 액자로 만들어 지금도 화윤선차회에 걸려 있다. 효당스님이 기거하였던 ‘죽로지실’이라는 방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그때는 가루차 한 잔도 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차를 아주 귀한 손님들한테만 드리는 차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때가 말차의 첫 경험이었다.

그리고 사랑양반이 돌아오고는 본격적으로 서로의 차생활이 일상이 되었다. 때때로 사랑양반은 아주 좋은 차를 얻어왔다. 뿌리 깊은 나무 한창기 선생한테서도 좋은 차를 많이 얻어오곤 했다. 조그마한 오지그릇을 선물로 받아 왔는데 그 안에 든 차를 얼마나 맛있게 마셨는지 모른다. 효당스님은 본분사가 스님이다. 항일 독립운동가요, 교육가요, 제헌국회의원이기도 하셨던 스님의 일상사는 차살림으로 이어졌다.

효당을 두고 현대 한국 차도의 중흥조라고 천병식선생이 그의 저술에서 밝혔듯이 한국 차도의 개론서 격인『한국의 차도』를 1973년도에 저술한 분이다. 그러한  효당스님께서 본격적으로 차 공부를 하라는 권유를 하였다. 그러나 차도 입문권유의 바로 다음해(1979년)에 애석하게도 효당스님은 열반에 드셨다.

이렇게 차의 길로 인도해 주신 세 분 은사들은 모두 차를 매개로 인연이 닿아 있었던 분들이다. 소은 선생은 마산에서, 소암 선생은 제주도에서, 효당스님은 다솔사에서 모두 차생활의 보급과 확산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운 분이어서, 자연스레 인연의 끈은 이어진 것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효당스님과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 1891~1977)선생은 호형호제하는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소암 선생과 의재선생도 서로 아주 특별한 관계였다. 의재 허백련의 당호 ‘춘설헌(春雪軒)’과 소암의 당호 ‘조범산방(眺帆山房)’을 서로 바꾸어 제호하였다. 
 
효당스님은 다솔사에서 차살림을, 의재선생은 무등산에 삼애다원을 두고 차살림을, 소암선생은 제주도의 차산업육성의 자문에 큰 공을 세우며 차살림을 하셨던 분들이다. 그리고 효당스님의 차도정신의 전통을 잇는 반야로차도문화원 원장 채원화선생을 다시 은사로 모시고 본격적인 차도수행에 임해서 현재까지 차생활에 이르렀다. 이처럼 화윤당은 차와 관련한 깊은 인연들이 응기어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자연히 차생활에 빨려 들어감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효당스님은 1965년 재일교포단장 김정주(金正柱)의 내청에 의해 「한국차생활사」를 저술했다. 김정주는 효당스님이 차를 내는 과정을 지켜보고 ‘격식은 없었지만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큰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일본차와 한국차의 문화비교를 통해서 이 아름다운 문화를 알려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또 이러한 한국 차문화의 역사를 글밥으로 정리해 달라는 요청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의 차문화 아름다운 차생활’의 30여 페이지를 만들어서 일본으로 보내 우리의 차문화를 알렸다. 이 「한국차생활사」 당시 사천군수가 보고 지역의 문화 활성화에도 좋다고 의견을 보내와 전국과 외국에도 우리의 차문화를 알릴 수 있었다. 1974년에는 주간지 독서신문에 16회에 걸쳐 「한국의 차, 차론」을 연재하여 한국의 차문화 칼럼을 써서 알렸다.

1975년에는 부산 국제신보에 ‘인생은 아름다와라’라는 칼럼을 50회를 게재하여 항일투쟁의 비망록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결실물들이 모아져서 1977년에는 한국의 최초 차단체인 ‘한국차도회’가 만들어지고 회장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효당스님은 단체를 만드는 등의 인위적인 것을 싫어했다. 한국차도의 본산역할을 했던 다솔사를 중심으로 많은 차인들이 형성되어 그 요청에 응하게 된 셈이다. 효당스님의 차살림의 신조는 ‘차도무문(茶道無門)’이었다. 차도에는 문이 없고, 특별한 격식이 없고, 누구나 찻자리에 동반할 수 있고 특별히 차를 마실 때에는 은혜에 보답하는 보은심을 강조하였다. 차 한 잔을 마시는 자체가 불교에서 말하는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고 은혜에 보답하는 물건이 차라고 가르쳤다.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우리나라에서는 차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하고 차를 통해서 우리 문화가 모두 연결되고 행해진다고 강조했다. 차를 마시는 것 그 행위는 매우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를 격식 차린다고 타인에게 위화감을 준다든지 하는 것은 차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라고 가르쳤다.

효당스님은 문이나 격식이나 형식이 없이 누구나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차도회’를 조직하자는 것을 반대하였다. 그저 차를 마시면 되는데 그런 조직이나 격식이 무에 필요하냐고 했는데 그 당시 모여드는 인사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청사 안광석 선생(서울), 청남 오제봉 선생(부산), 토우 김종희 선생(대구), 의재 허백련 선생(광주), 윤병규 선생(대전), 은초 정명수 선생(진주) 등이 주축이 되어 지회장을 맡고 상임이사에 아인 박종한 선생과 재무이사에 채원화 선생이 맡아서 전국적인 조직이 탄생되었다. 효당의 가장 큰 관심은 원효사상을 복원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해인사 법무시절의 1937년에는 해인사 사간장경루판목록(寺刊藏經鏤板目錄)을 완성 정리하여 1970년 연세대학교 동방학지에 「해인사사간장경루판목록」논문을 게재하였다. 또 다음해에 「원효대사반야심경복원소」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효당스님은 불교를 승과 속의 이원론으로 나누지 않았다. 다만 승과 속의 구분은 본질이 아닌 용(用)으로 여겼을 따름이다. 효당스님은 계행(戒行)을 내면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흐름으로 보았으며, 그 흐름은 가름의 결이라고 표현하였다. 효당스님은 일생토록 원효학 복원연구에 매진하며 인도와 중국에서 들어온 불교가 아닌 이 땅에서의 우리의 불교를 추구했다. 따라서 효당스님은 원효를 보편성을 지닌 불교와 특수성을 지닌 우리의 낭가사상이 만난 그 접점은 바로 원효이자 국학이었다. 그래서 원효(元曉)의 효(曉)를 따서 효당이라 자호하였다. 그리고 그의 맏제자라고 할 수 있는 채정복 선생에게는 원효(元曉)의 원(元)을 받아 원화(元和)라고 호를 내렸다. 효당스님의 열반 후에는 채원화 선생이 대를 이어 효당의 차정신을 잇고 있다. 「초발심자경문」부터 「차신전」, 「동차송」을 외우기부터 시작해서 차문화의 모든 실험적 차론까지 공부하는 곳이 반야로차도문화원이다.

그렇게 서울 인사동에 자리한 반야로차도문화원에 입문해서 10년 만에 1기 수료를 한 화윤당은 안양에서 지부를 개설하여 1993년부터 현재까지 화윤차례문화원 원장으로 화윤당은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당시에는 ‘가르치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각오로 시작하였다. 화윤당의 화윤(和胤)은 원화(元和) 선생님의 화(和)자를 이어 받았고 화윤당의 제자들은 윤(胤)을 이어받아 차명이 지어진다. 그래서 효당가의 차맥은 호만 들어도 누구의 제자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벌써 윤자(胤字) 돌림의 차명을 갖은 제자가 50명이 넘는다. 이 차호라는 것은 꾸준히 화윤당처럼 화윤차례문화원에서 공부한 제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차명이다. 20년 넘게 계속해서 공부를 하는 제자도 있다.

화윤차례문화원은 차와 요가명상을 같이 가르쳤다. 요가명상을 한 사람의 자세는 행차의 모습에서도 확연히 다르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연스러운 자태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드러난다. 차선일치의 가르침대로 차도명상, 요가명상으로 차를 가르쳤기 때문에 명상수행차도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했다. 반야로차도문화원의 수료식에서 선차발표를 하면서 선차 작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효당스님 당신은 음차에 작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으나 효당스님이 생전에 말씀하신대로 차를 행할 때 작업동선을 고려하여 간소화 하는 데 주력했다. 차문화를 문화콘텐츠로 이끌어 내신 분이 원화 선생님이다. 화(和)자의 차호를 받은 제자가 수료할 때는 반드시 ‘수료식 및 선차발표회’라 해서 큰 공연으로 준비하여 보여주었다. 이러한 전통은 지부에서도 이어진다. 2010년 화윤당 박남식 박사는 ‘『韓國의 茶道』에 나타난 曉堂의 茶道精神’이라는 논문을 썼다. 연구와 함께 지속된 차문화 보급의 50년의 역사, 화윤당의 차문화 지향 우리 차문화의 초석을 다지는 반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