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붓다 = 서양 심리치료에서는 자아의 힘(ego strength)을 키우려는 생각이 폭 넓게 자리하고 있는데 반해, 불교에서는 자기를 낮춤(self-effacement; 下心)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현재 서양 심리치료의 상당부분은 불교에서 취한 기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를 서양의 가치 체계와 패러다임을 도울 수 있도록 활용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스트레스 완화와 개인적 성공(personal effectiveness; 긍정적 심리)을 개발하기 위한 기법으로 마음챙김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영국인 데이비드 브레이지어는 현대불교심리학의 개척자이다. 십대 후반부터 불교서적을 접하고, 현대적 수행공동체인 아미타트러스트를 창립했다. 본인 스스로 붓다의 제자로서의 삶을 실천하는 수행지도자가 된 뒤 50년 이상을 임상전문가이자 선치료사로서 활동해왔다. 그는 자신의 고귀한 삶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많은 환자와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하면 고귀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유럽, 아시아 및 남아메리카를 넘나들며 가르치고 치료하고 있다. 이 책은 붓다 가르침을 그의 살아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재해석해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불교의 사성제 및 팔정도에 대해 정통적인 해석법을 드러내면서 독자들에게 현대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그는 부정적인 환경을 중도의 길로 바꾸고, 인내와 현명한 행동을 통해서 고통을 이겨내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비를 심화시키고, 공감과 기쁨, 그리고 평온을 찾으라고 권한다.

번역자인 박철수 붓다코칭연구소장은 “저자는 수행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로 붓다의 제자로서의 삶을 실천하는 분”이라며 “상담가, 치유가, 코치, 트레이너, 멘토, 부모, 교사, 종교지도자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늘북, 312쪽, 1만5000원

◆ 흔들림 속에 고요함이 있다 = 젊은 날의 단전호흡에 이어 선과 명상 등 깨달음 하나만을 목표로 많은 수행을 해온 성견 스님이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우화와 시 등을 통해 전달하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깨달음’은 아주 먼 신비의 세계나 우리가 감히 이루지 못할 신의 영역인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깨달음은 단지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행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나’라고 알고 믿어왔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찾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 수행이라는 것도 결국 허구인 ‘가짜의 나’를 알아채고 ‘진짜의 나’를 찾고자 노력하는 전 과정을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거듭 강조한다.
 
 제목 ‘흔들림 속에 고요함이 있다’는 우리의 삶 속에 진리가 숨어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인간은 비가 조금만 더 와도 걱정이고 비가 조금 덜 와도 걱정이다. 하지만 그저 여여하게 흘러 갈 뿐인 자연은 우리에게 늘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책의 마지막 제4장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뗏목이 필요하다’에서 저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데 거울에 때가 잔뜩 껴있으면 거울의 기능은 상실됩니다. 거울의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거울에 껴있는 때를 벗겨내어야 합니다. 인간의 성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성품도 원래는 맑고 티 없는 거울처럼 깨끗한데 업으로 인하여 때가 잔뜩 껴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깨끗한 본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는 수행을 통해 찾아가야 합니다.”

문원북, 288쪽, 1만5000원

◆ 한국사상사[불교사상편] = 한국사상의 특성은 하늘을 주재하는 태양신을 경배해온 경천신앙, 이 땅의 상징인 산을 숭배해온 산신신앙,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항이자 신이 내려오는 길인 당나무를 관장하는 샤먼의 무속신앙, 이들을 아우르며 우리 문화의 유전인자로 만들어낸 불교와 도교 및 유교 문화를 필두로 한 기층문화에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사상사는 이들 불자(佛者)와 도자(仙者) 및 유자(儒者)들이 보여준 살림살이와 사고방식, 나아가 이 땅의 기반을 일구어온 서민들의 기층문화에 자리하고 있다.

저자 고영섭 교수(동국대 불교학과)는 이러한 불ㆍ도ㆍ유 삼교, 문ㆍ사ㆍ철 삼학, 계ㆍ정ㆍ혜 삼론이 소통하는 한국사상사 기술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사상사는 일심사상(一心思想)으로 직조되어왔으며, 일심사상은 하나가 셋을 지향하면서도 셋에 머무르지 않고, 셋이 하나를 지향하면서도 하나에 머무르지 않는 ‘부주(不住)사상’, 혹은 ‘무주(無住)사상’을 특징으로 한다.

저자는 한국사상사 중 먼저 불교사상편의 일부를 다루고 있다. 섭령 승랑의 무득정관사상, 영탑 보덕의 평등불이사상, 불광 겸익의 비담율학사상, 옹산 현광의 법화삼매사상, 가서갑 원광의 성실사상과 섭론사상, 황룡 안함(안홍)의 참서사상과 불연국토사상, 통도 자장의 여래장학과 계율사상, 서명 문아(원측)의 화회적 유식학, 분황 원효의 일심이론과 화회방법, 부석 의상의 화엄인식과 정토이해, 정중 무상의 삼구와 무념학 등 한국 고대 삼국의 대표적인 불교사상가들의 사상적 기호를 중심으로 구명해보았다.

씨아이알, 200쪽,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