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법사, 테라와다 2500년 전통 장례 전 과정 미디어붓다에 공개
유리관 안에서 무여열반에 드셔있는 모습에 존경심과 환희심이 절로

큰스님의 열반

“나모 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 붓다사” (3번)

존경하는 아신 자띨라 큰스님(ASHIN JATILA Sayadaur)과의 인연은 필자가 지난 2009년 2월 ‘마하시’(미얀마의 대표적인 위빠사나 수행처)에서 u, Nanykha라는 이름으로 빅쿠계(Bikkhu戒)를 받았을 때의 계사 스님이셨습니다.

필자도 예외 없이 그분을 통해 공부를 하고 인터뷰를 하며 가르침을 받았던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 스님입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지난 2010년 2차 미얀마 방문 때에 친견하고, 이번 미얀마 방문에 세 번째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아신 자띨라 큰스님은 이번에도 저희 한국인에게 계를 주시고, 수행 법문도 해주시고 8일 만에 열반에 드셨습니다.

세 번째 만남 때만 해도 큰스님께서는 전혀 병색을 느낄 수 없는 평온한 모습이었습니다. 며칠 사이에 큰스님과의 인터뷰와 담마토크가 세컨 사야도에게 위임되었다는 소식에 그렇게 된 이유를 통역을 통해 물으니 큰스님께서는 병원에 계신다고 했고, 12월 28일 밤에 열반에 드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마하시 사야도의 기념관에 아신 자띨라 큰스님의 법구가 안치되어 문상의 참배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도 새벽 죽 공양을 마친 후 6시경에 참배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큰스님의 열반에 드셨을 때, 직접 빈소에 참배하거나 직접 보지 못한 부분은 불교TV의 생중계를 통해 본 적이 있었지만 테라와다 불교에서의 성자의 열반상을 뵙기는 필자도 처음이었습니다.

법구의 안치소에 참배하고자 들리니, 조촐한 화한과 큼직한 영정사진들은 우리와 크게 다를 게 없었습니다. 다만 투명한 유리관 안에 가사장삼을 곱게 입으시고 고요히 무여열반에 드셔있는 모습은 무한한 존경심과 환희심을 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형제와 친구, 친지의 주검 앞에서도 필자는 냉담하리만큼 감성의 동요가 없었던 성정인데, 이상하게도 큰스님의 법구를 참배하니 자꾸만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성스러운 성자의 열반상을 친견에서 오는 법열이리라 생각했습니다.

큰스님 법구 앞에서 3배를 하는 사람도 슬픔의 곡성을 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씰라신(비구니)들은 더러 3배를 올리기도 했으나 모두가 선체로 혹은 꿇어앉아 합장 배례한 후 법구를 오른쪽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조문을 마치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도 걸음걸이에 ‘왼발, 오른발의 사띠(Sati)’를 둔 채 지극한 공경심을 간직한 채 법구를 돌았습니다.

큰스님의 법구를 참배할 때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변함이 없는 확신은 큰스님께선 분명 무여열반과 함께 아라한의 도과를 성취하셨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큰스님은 결혼한 적도, 가족의 일원도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골수이식이라는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도 불가능해 속수무책으로 열반에 드신 것이었습니다. 오로지 한 평생을 수행하며 제자의 육성, 특히 외국인 수행자를 열정적으로 지도하시며 일생을 마치신 이 큰스님이 무여열반에 들지 않았다면 어느 누가 열반에 들 것입니까?

마하시 선원은 초상집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평소처럼 평온했습니다. 일상의 일정에도 어떤 변화가 없었습니다. 새벽탁발부터, 하루 두 끼 공양, 수행시간, 인터뷰, 담마토크 등이 취소됨이 없이 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정부의 고관대작을 비롯하여 전국의 스님들과 수많은 재가 불자들이 끊임없이 참배할 뿐이었습니다.

법구가 안치된 건물의 바깥, 좌우로 불교기가 30여개 꽂혀있고, 생전의 스님의 육성 법문이 밤낮없이 조용히 들려오고, 특히 큰스님의 생전법문을 경청하는 제자들과 조문객의 사두를 외치는 드높은 소리 “사두, 사두, 사두!…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을 뿐입니다.

5일장이 끝나고 조문객을 태운 37대의 버스와 승합차가 화장터로 이동하여 화덕에 법구가 들어가는 것으로 5일 동안의 장례의식은 끝이 났습니다. 우리나라 불교에서처럼 그 흔한 사리를 거두는 일도 없었습니다.

마침 스님의 법문집을 한글로 번역하며 마하시 불교대학에 재학 중이신 자닌다(JANINDA) 빅쿠(한국법명 효진 스님)을 만났습니다. 자닌다 스님은 아신 자띨라 큰스님과 생전에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오셨던 분입니다. 큰스님이 열반 과정, 즉 스님께서 병원에서부터 5일장의 과정을 화장 장면까지 담은 CD를 필자에게 건네 주셨습니다. 

필자는 이 CD를 테라와다 불교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국불교계의 대표적인 인터넷 언론인 <미디어붓다>을 통해 소개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난 2500년을 변함없이 전통을 고수해온 테라와다불교의 장례절차를 참고하는 소중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필자가 존경하는 자틸라 사야도의 간략한 일대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1935년 11월 26일 북부버마 밍쟌의 까도마을에서 태어나시다. 그의 부모는 부친 드나이지와 모친 파탈이다.

○ 1942년 7살 때 우웃따라 사야도의 위지역선원에서 기본교육을 시작, 10살 때 아신 자띨라 로 사미초보교육을 받으시다
○ 1956년 불교교육의 중심지인 사가잉산으로 진학 우우 짜린다와 다른 뛰어난 스승의 지도아래 경전공부를 하고, 그해에 정부 아비담마시험(낮은등급)을 통과하고 다음해에 중간등급, 상위등급과 계율시험을 모두 통과하시다.(정부가 주관)
○ 1955년 7월 24일 비구계를 받은 후 공부를 계속하여 1959년부터 1961년 사이에 종교성 주관 하는 경전과 관련된 3개의 고등 시험을 통과해 싸싸나다자 씨리 빠와라 담마 짜리야가 되시다.
○ 1966년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마하시 사야도의 대리인인 우빤디따 사야도의 지도아래 강도 높은 명상수행을 한 후 다시 사가잉산의 빨리대학 빨리어 강사로 3년 동안 교육하시다.
○ 1969년 양곤에서 200마일 떨어진 삔마나 타운으로 가시어 마하시 선원 분원 조직 10년 동안 깜깜맏타나 짜리아 (법사)봉사, 지난 1년 동안 전 미얀마 선원 법사협회의 회장을 역임하시다.
○ 1980년 전 미얀마 마하시 승가협의회 공동총서기에 선출되시다.
○ 열반 직전까지 양곤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외국인 수행자를 지도하는 스승으로써의 주요한 소임 외에 법사 협의회원으로 활동하시며 마하시 선원장 소임을 다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