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스님 기고] 불력(佛力)으로 생명경시의 풍조를 넘어서자
“불교계가 ‘생명의 가치 다시 생각한다’는 국민적 운동 펼쳐야”
‘환생도량’을 표방하는 안성 도피안사에 주석하면서 ‘금강경환생대탑’ 세우기 불사원력을 세우고 있는 송암 스님이 최근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한 울산 계모 아동학대 및 살해 사건과 관련해 글을 보내왔다. 송암 스님은 (중절)태아령·영유아·자식·가족·친지의 영가 환생과, 자신과 재회하고 싶은 사람의 환생을 위한 도량을 운영하면서 이번 인면수심의 사건에 대해 느낀 바가 컸다고 한다. 송암 스님에 따르면, 환생(還生)이나 윤회(輪廻)는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걸 말하며, 환생은 자신의 원력(願力:뜻)으로 오고, 윤회는 자신의 업력(業力:잘못된 습관)으로 생(生)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편집자
생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
울산 계모의 아동 학대니 하는 지난 일은 접어 두기로 해도 조금 지나면 불거지고 조금 지나면 또 불거지는 게 악행(惡行) 중의 악행인 성인(成人)들의 아동 학대 행위다. 그것도 성인인 부모가 무방비의 어린 자식[生命]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지옥학대다. 점점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엽기적인 일로 간다. 채널을 끄곤 달려가 귀를 씻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다.
경기 평택에서 실종된 신원영(7) 군이 야산에 암매장 된 걸 경찰이 찾았다(3월 12일). 30대 후반의 계모와 친부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다. 밝혀지는 진상은 차마 들을 수조차 볼 수조차 없는 내 자신이 인간임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다.
또 경기 부천에서는 20대 초의 동갑내기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을 학대해 죽였다. 가난에 쫓겨 원치 않는 자식이 태어나 게임하는 데 자꾸만 운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거기다 경기 남양주에서는 우울증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어머니가 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목 졸라 죽였다. 이 밖에도 아동학대 전담경찰관이 전하는 어이없는 부모들이 사회 구석구석에 박혀 너무나 많고 대처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탄한다. 2016.3.11.A20동아일보.
우리 사회는 부모나 성인(成人)들이 벌이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아동[자식] 학대 범죄가 하나 둘이 아니다. 잊으려 하면 나타나는 충격, 연속부절이다. 아마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서는 인간만이 자식에게 위해(危害)를 가할 것이다. 이런 가혹한 일을 그동안 사회가 모른 채 방치해 뒀던 것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빙산의 일각처럼 불거져 나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부모나 어른들로부터 학대받는 아동[자식]들의 희생과 그 과정에서 어린 생명들이 겪어야 할 참혹한 고통을 생각하노라면 비애와 비통의 심정을 가눌 수가 없다. 도무지 인간에 대한 바른 이해를 내 가슴 속에서나 우리 사회에서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우리 사회구성원인 나 자신도 아동 학대 범죄 앞에 속수무책으로 우두커니 서 있다. 인간이 하찮고 내 자신이 보잘 것 없다는 격한 모멸(侮蔑)과 자괴감(自愧感)을 느끼면서.
아동 학대의 뿌리는 깊다, 저 태아중절로부터다
알고 보면 아동 학대의 뿌리는 더 깊다. 10세 미만의 어린 아동들에게 어른들이 무자비하게 퍼붓는 아동 학대는 태아중절(胎兒中絶)이라는 보다 원초적인 생명학대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본다. 어머니 뱃속에 든 태아의 생(生)을 빼앗는 것이 아동 학대의 뿌리임에 틀림없다. 광덕(光德)큰스님은 이렇게 경책하고 계신다.
‘중절아(中絶兒)는 육체로서의 형태는 완성하지 못했어도 하나의 생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육체의 완성, 모체로부터의 독립, 또는 독립호흡이 생명의 탄생이 아니라 수태(受胎)의 순간부터 이미 한 생명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명을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방법으로든 생명존속을 중단시키는 결과로 몰고 간 중절행위(中絶行爲)는 곧 생명의 죽음이 됩니다. 한 생명이 생을 받아서 스스로 도와야하고 발전시킬 계기가 박탈되고 봉쇄된 결과가 되었으므로 그 생명에게는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중절아(中絶兒)의 감정적 불화(不和)를 반드시 해소시켜줘야 합니다. 그리하여 새 생명으로 비약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생명도리에서도 옳고, 중절아(中絶兒)인 태아령(胎兒靈)의 새로운 향상을 위해서도 바람직합니다. 또한 중절아와 중절가정과의 관계에서도 원결(怨結)과 죄의식을 떨치게 됨으로 부모에게도 좋고, 특히 여성인 어머니는 생명육성자로서 도리와 의무에서 진참회가 되고, 나아가 태아령(胎兒靈)의 형제·자매들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립니다. 그것은 중절아인 태아령을 위해 반야광명의 금강경공덕을 지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환생을 발원하는 일입니다.’ - 광덕 스님 말씀 중에서 -
대개, 살다가 부득이한 사정이 있거나 생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서 태아중절(胎兒中絶)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유여하를 떠나서 결과는 하나 같이 태아의 생(生)을 억압하고 단절시킨 악업(惡業)이 된다. 그러므로 그 부모에게는 생을 다할 때까지 죄스러운 일로, 벗어나지 못하는 악업(惡業)으로 남는다.
살피건대, 정신계나 물질계, 모든 만물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더욱이나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계는 더 치밀하게 이어져 빈틈이 없다. 그런 가운데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되는 것은 서로 간의 깊은 인연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절은 부모의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인연의 단절인 셈이다.
태아는 ‘어머니·아버지’라는 깊은 인연을 찾아서 생을 의지하려 입태한 영식(靈識)이기에 그 안착과 성장의 모든 과정은 분명 부모에게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태아가 지닌 간절한 희원(希願)을 꺾는 중절행위(中絶行爲)는 자식의 육신생명을 훼절하는 너무나 안타까운 부모의 악업인 것이다.
중절에는 인위중절(人爲中絶)과 자연중절(自然中絶)이 있다. 설령, 본의 아니라고 여기는 자연중절이라고 해도 생명육성 입장에서는 의당 천도와 깊은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거나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못해서, 결국 태아생명의 본뜻을 저버린 일이 되기 때문이다.
중절행위, 그것은 생명체로서 가장 나약한 태아에게는 속수무책의 너무나 강압적이고 부당한 일로, 결국 깊은 원결(怨結)을 지니게 된다. 그대로 두면 부모나 태아령 모두에게 두고두고 인과관계에 짐이 되고, 나아가 태아령의 형제·자매들에게도 장애가 된다. 그 무엇보다 불살생계(不殺生戒)를 숭신(崇信)하는 불자(佛子)가 그런 어둡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 일은 개인의 문제이면서 사회의 문제다. 사회적인 인간존엄의 기풍이 일지 않고는 근원적인 악폐가 근절되기 어렵다. 불보살님 위신력인 ‘지혜·자비’의 은덕을 빌어 ‘해원(解寃)·상생(相生)’의 참회와 서원으로 태아령이 다음 생을 받도록 잘 인도해 줘야한다. 오직 부처님의 위신력과 거룩한 가르침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즉시에 멈춰야 한다
아무려나 이런 사회적인 아동 학대의 범죄를 뿌리 뽑는 일은 다각도로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 불자들은 자신의 도를 깨닫는 일보다 먼저 부처님의 인간존엄 생명존엄의 가르침을 최우선으로 깨달아야 하리라. 따라서 아동 학대의 반인륜범죄를 몰아내는 일에 불교계가 앞장서고, 이 일에 대한 모든 책무를 우리 불자들이 자원자담(自願自擔)해야 할 것이다. ‘생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는 국민적 운동을 펼쳐야 한다. 이것은 이 시대 불자들에게 내리시는 부처님의 지엄한 명이다.
특히, 불교인들은 걸핏하면 ‘인간존엄’을 내세운다. 약자보호를 주장한다. 그렇지만 출가나 재가를 막론하고 불교인들의 실상은 존엄을 말하기에 앞서 인간을 너무나 모르는 것 같다. 만고(萬古)에 자명한 ‘인간존엄’은 생명에 대한 바른 이해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불자(佛子)의 한 사람으로서 또는 같은 인간으로서 뼈아픈 참회의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 국민 모두가 동시에 겪는 고통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이 종교인의 양심으로 자책과 자성을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불교계가 미연에 막아야 할 일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그런 일들을, 막지 못한 막중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소홀하게 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출가자의 경우, 거룩한 부처님을 모시고, 그 덕에 밥 먹고, 부디 좋은 일 하라고 나라에선 세금조차도 받지 않는 특권층으로 살아가는 일말의 체면에서라도 이대로는 안 된다.
작금 경쟁적으로 벌이는 온갖 세속화를 집어 던지고, 이제부터라도 일말의 양심이나마 키워 나가고 되찾아 나가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본분을 다하면 된다. 생긴 대로 살면 된다. 누에는 뽕잎을 먹고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말이다.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닌, 우리들의 정상적인 일상(日常)을 되찾는 일이다. 그것은 각 절마다 매주 법회를 열어 부처님 가르침으로, 자신과 타인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귀를 열어주고 눈을 뜨게 해주는 본업(本業)의 일상이다.
본분사(本分事)를 소홀히 한 결과 앞에서
사실, 대한민국 불교계―, 종파를 초월하여 모든 절마다 매주 정기법회만 제대로 해도 사회적인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거나 점차 해소될 것이다. 절마다 매주 정기법회를 빠짐없이 1년만 실행하면 나라가 달라질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인 법의 힘[法力]이 그렇게 위대해서다. 그럼에도 작금, 출가자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마치, 조상이 물려주신 금덩이를 던져버리고, 돌덩이를 금덩이로 여기며 사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보는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절은 물건 나눠주는 곳이기에 앞서, 바른 정신을 일깨워 주는 곳이다. 설법을 통해서다. 특히, 대승의 가르침을 통해서다. 다른 일체의 것은 모두 그 다음이다. 자아실현이니 참선이니 보시니 염불이니 상좌니 대승이니 하는 일체의 것들 말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절마다 법회를 하기보다는 이벤트적인 행사를 앞세워 세간의 흐름을 쫓느라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힐링이니 웰빙이니… 온갖 세속적 유행이 걸림 없이 절 마당에서 판을 친다. 어언 절마당이 장마당이 됐다. 가히 가관이다. 사람들의 정신을 계도(啓導)하기는커녕 온갖 세속적인 것들을 수집해서 추종하거나 거기에 안주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본분사(本分事)의 본업을 등진 행태가 참으로 부끄럽다.
벼룩 한 말은 몰고 가도 스님[속칭:중] 셋은 몰고 가기 어렵다는 냉소적인 말이 있지만, 작금 절마다 벌이는 일련의 세속화 과정에서는 그런 말은 어림도 없다. 남녀노소의 아래 위가 없는 듯, 출가·재가 4부의 구분을 넘어선 듯, 어느 새 똘똘 뭉친 모양새다.
과학기술문명의 속도에 기가 질려 내지르는 세속의 비명을 듣고, 절에서 경쟁적으로 그것을 끌어들이는 세속화에 대한 의견일치와 그 세(勢)가 놀랍다. 종단의 어떤 대의명분의 불사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통일된 모습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게 되는 광경이고 그 장(場)이지만 씁쓰레하기 그지없다.
더 기막힌 것은 절 돈 들여서 외국에 가 공부하고 돌아와선 그 세속화의 물결에 앞장을 선다. 과학기술문명의 속도에 인간이 일으키는 단말마를 덩달아 따라가는 일련의 세속화가 마치 불교의 하심(下心)이나 자비인 것처럼, 또는 시대를 계도하는 것처럼 자위하고 애써 합리화한다. 아쉽고 안타깝다.
인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자
우리 모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간인가? 불교적인 바른 인간이해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어머니 뱃속에 들어오기 전부터 인간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찬찬히 해보자.
예전 조상님들은 남녀가 결혼하면 으레 입태(入胎)를 위한 백일기도를 했다. 그냥 생기는 대로 적당하게 아이 낳지 않고 영식(靈識)을 직접 모셔왔고, 자발적으로 창조적으로 고귀한 인연을 찾아서 맺어왔다. 그런 생명관을 오늘의 문명시대에 다시 실현해보자.
바야흐로 이제 한국의 모든 불도(佛徒)는 생명경시 풍조를 차단하여 인간존엄을 확립해야 한다. 이는 전적으로 불교의 책임이고 막중한 사명이며 불보살의 뜨거운 서원이다. 생명경시 풍조를 막는 길은 그 어려운 참선을 하라거나 염불을 하라거나 삼천 배를 하라거나, 도무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원칙을 지켜 본업을 행하는 일이다. 절은 그 원칙을 지키는 장소다. 이것은 수행 중에 최상의 수행이며 공덕 중의 최고의 공덕인 설법을 하고 듣는 일이다. 절은 법을 설하고 듣는 장소다. 위없는 법을 도대체 어디 가서 들을 것인가?
설법을 통해 인간을 바르게 이해하고, 나아가 임신중절은 크나큰 죄가 된다는 인식을 가슴에 담자. 곧 바른 생각이다. 이 바른 생각을 확립하는 일로부터 인간존엄이 시작된다. 진리는 쉽고 상식은 가까이 있는 것을 우리 다 안다. 인간의 오고감에 대한 윤회와 환생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환생을 발원하자
먼저, 중절아인 태아령을 천도하여 환생하도록 돕자. 아동학대로 희생된 불쌍한 어린 영·유아 및 자식 영가를 천도하여 환생하도록 발원하자. 예부터 자식의 죽음은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고 할 만큼 평생의 한(恨)으로 남는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그만큼 깊고 절절하기 때문이다. 앞세운 자식이 다시 이 땅에 태어날 수 있도록 환생을 발원하자.
가족·친지·지인 영가를 천도하여 환생하도록 기도하자. 조상님·부모님·형제자매·친인척·지인 영가가 다시 이 땅에 올 수 있도록 법(法:金剛經)에 의지하여 환생을 발원하자. 자신·부부·친구나 정인(情人)과 재회의 인연을 위한 생전에 환생서원을 공양하자. 자신이 다시 이 땅에 태어나기를 발원하거나 부부나 친구, 정인과 다시 만날 다음 생 아름다운 인연을 위한 환생을 발원하자. 불자신앙인 불력(佛力)으로 생명경시의 반사회적인 풍조를 넘어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