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언론인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에 대한 조계종의 해종언론 규정은 불교 내 언론 탄압의 문제를 넘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역주행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2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조계종 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주최 공청회에서 불교포커스 정성운 편집주간에 의해 제기됐다.
정성운 주간은 이날 ‘불교 생태계와 현황’이란 주제 발표(사진)에서 “해종언론으로 규정된 두 매체가 불교신문과 법보신문에 비해 승가의 범계 행위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한다고 답할 수는 없지만, 각 언론사의 편집방침이 차별화 돼 있는 만큼 각 언론의 편집권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정 주간은 “불교언론은 자승 총무원장을 정점으로 한 불교광장 일색의 권력구조에서 그나마 거리를 둘 수 있는 영역”이라면서 불교언론이 종단 권력에 대한 비판과 불교 발전을 위한 담론을 충실히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 주간은 서의현 재심 사건과 동국대 사태에 대한 일부 언론의 사설 등을 각각 살핀 뒤 “잘못된 역사 인식”, “균형을 잃은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은 기관지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드러내는데 과도한 정치성으로 매도되기도 한다”면서 “공감의 확보가 요청되며, 이는 매우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계종의 해종언론 규정과 관한 결정이 철회돼야 한다”면서 그 방안으로 불교언론발전위원회(가칭)의 한시적 운영과 언론 스스로의 자구책을 제시했다.
정 주간은 중앙종회에서 ‘해종언론 관련 특별 결의문’을 채택한 만큼 불교언론발전위원회 역시 종회에서 제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허튼위원회와 같은 구성과 운영을 참고해 언론 장악의 반성으로부터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위원 구성에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불교언론의 한계를 불가피한 상황으로 봐서는 답이 나올 수 없다면서 불교계 언론이 공적기구로서 인적 물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주간은 “100년에 가까운 불교언론의 역사 속에서 불교언론은 유력지 하나 내놓지 못하고 해종언론이란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불교언론 스스로 자구책을 내놓으라는 것은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종만 불교저널 기자는 ‘조계종 자승 집행부의 언론 탄압 원인과 목표’란 제하의 발표에서 “군부정권의 언론관과 마찬가지로 자승 집행부는 언론관의 부재와 언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종만 기자는 “종단은 자정능력이 절대 부족하다”면서 “향후 조계종단은 제도개혁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현실화해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는 학덕과 인품과 통솔력을 지니고 있는 청정 비구들로 지도자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남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는 ‘조계종 언론탄압의 원인과 대책’이란 제하의 발표를 통해 “언론인의 말문을 막고 비판 언론은 취재도 못하게 하면서 무슨 화쟁이고, 대중공사냐”며 “언론탄압은 집단적 사고 빈약에서 비롯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부당한 권력에 대한 대항뿐만 아니라 교계언론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계언론인들의 기득권 포기와 의식전환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불자회장은 “교계 언론의 문제 제기가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은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에서도 드러났다”면서 “사건 발생 시 해명해야 할 주체가 침묵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희종 서울대 교수불자회장(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공청회는 대책위 차원의 첫 사업으로 조계종의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에 대한 해종 언론 규정과 이후 조치 등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책위는 이날 공청회 후 공식 출범했다. 대책위는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언론인과 일반 시민단체, 언론단체 34곳으로 구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