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째 단식으로 의식을 잃은 동국대 김건중 학생이 오늘(3일) 오전 응급차에 실려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의식을 회복했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중 제47대 총학생회 부회장의 목숨을 건 의지를 2016년을 준비하는 총학생회 당선자도 그대로 이어나가겠다"고 선포했다.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회장은 3일 오전 "어제 저녁부터 말을 못하는 상태였으며 병원 입원을 권유하자 거부했다"면서 "오늘 아침 9시부터는 동공이 풀리고, 의식이 거의 없어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판단,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갔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119구급차를 불렀으나, 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학생회 측이 부른 응급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량에는 학생회장단이 동행했으며, 학생회 측은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김 군은 단식 전개 과정에서 물과 소금만으로 연명해왔으며, 건강 악화로 42일차부터는 미량의 효소를 먹어왔지만, 3-4일전부터는 구토 때문에 소금물도 못먹고 물만 간신히 섭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중 군은 병원 이송 후 의식을 회복했으며, 이날 오후 3시 총학생회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던 김 군의 부모도 병원을 찾아 김 군을 간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건중 군은 단식 49일째인 어제(2일) 생일을 맞아  자신의 SNS를 통해 "제 생일날 가장 축하받을 분들은 바로 저희 부모님"이라며 부모를 향한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군은 "사랑하는 막내 아들 생일에 미역국 한 수저 못 떠먹이는 부모님 심정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면서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장하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밝혔다.

또 "아버지께서도 묵묵히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을 제가 써드린 편지 사진으로 바꾸셨다"면서 "세상 천지에 이런 불효가 어딨겠습니까마는 아들의 신념과 뜻을 존중해 주는 그 마음이 진정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동국대 제47대 총학생회(회장 최광백)는 오늘 오후 3시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군이 목숨을 걸고 관철시키려 한 의지를 이어가겠다며 김 군의 당식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총학은 호소문에서 "미동조차 없던 학교 당국을 들썩거리게 한 것도 김 군의 의지 덕분"이라면서 "김 군의 의지는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의 의지이고 신념으로 이제 우리가 이어갈테니 단식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최광백 47대 총학생회장은 "15년 만에 성사시킨 학생총회는 종단 개입 반대와 자치보장, 보광 일면 스님의 퇴진과 교육환경 개선 등의 안건을 가결시켰으나 아직까지 퇴진과 관련한 응답이 없다"면서 "제47대 회장이 이뤄내지 못한 안건을 이 자리에서 제48대 총학생회가 계승함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안드레 제48대 동국대 총학생회장 당선자도 "학교를 민주적 구조로 바꿀 때까지, 일면․보광 스님이 내려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총학생회 총회 요구안의 계승을 선포했다. 또 학교 사태와 관련해 투신을 예고한 최창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의 투신을 막으려고 준비했다는 수갑을 들어보이며 최 회장의 연락이 두절됐다고 덧붙였다.
 

정민주 사범대 학생회장 당선자는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설립된 학교에서 학생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게 부처님 가르침이냐"면서 스님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또 2일 동안 동국대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1천348명의 서명을 공개했다. 
 

이창우 학생은 "잘못은 잘못됐다고, 옳은 것은 옳다고 하라고 대학은 가르쳤는데, 2천3백여 명의 학우가 학교의 행태에 잘못됐다며 총회 요구안에 표를 준만큼 속히 총회 요구안을 이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본관 앞에 모인 200여 명의 학생들은 '이사장 일면 스님과 보광 스님은 사퇴하라', '최장훈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투신하지 말라'고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함께 했다.

기자회견 직후 차기 총학생회장단은 이 같은 뜻을 이사회에 참석해 부재 중인 이사장 일면 스님과 보광 스님을 대신해 총장 비서실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