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대)처승 척결, 도박승 척결, 사찰재정 투명화, 이 세 가지를 자승총무원장이 즉시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94 개혁회의'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곱 분의 스님들이 8월 11일 대전 유성 리베라호텔에서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을 맡아 개혁회의를 이끌었던 설조 스님의 주선으로 전격 회동, 자승 총무원장 집행부에 대한 요구사항을 공표했다.

이날 모임은 개혁회의 의장 월하 스님과 개혁회의 총무원장 탄성 스님이 이미 입적함에 따라 개혁회의 대표성을 가진 설조 스님이 초대하는 형식으로 이뤄졌고, 명진, 원타, 현진, 영담, 법일, 효림 스님이 참석했다. 초청 대상이었던 청화 스님은 연락이 안 돼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참석한 스님들은 작금 일어나고 있는 종단의 상황이 매우 위중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퇴색한 94년 개혁정신을 당시 개혁회의 동참자로서 다시금 살리자는 데 뜻을 모았다.
 
오찬을 겸해 2시 간에 걸친 논의를 마친 후 7인 스님을 대표해 효림 스님(94년 범종추 집행위원장)이 '공멸위기에 처한 종단구하기에 나서며'라는 제목으로 정리된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효림 스님(사진)은 "오늘 자리를 함께 한 일곱 명의 스님들은 자승 총무원장에 의해 발생한 편파적이고 불편부당한 적폐들은 그 정도를 벗어나 회복불능의 상태에까지 이르렀고,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종단은 곧 공멸하고 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데 공감하였으며, ”종단의 제반 현안을 논의해 그 심각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이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자는 의견을 개진하였다“고 밝혔다.

효림 스님이 밝힌 이날의 논의 내용은 '서의현에 대한 재심은 94 종단개혁 정신과 종헌종법을 송두리째 무시한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비롯하여 둘째, ‘선학원과 법보선원 등 법인들과의 갈등을 조장하여 종단을 분열시키고 있는 바, 총무원은 일방적이고 음모적인 방법을 버리고 조속히 화합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셋째 ‘동국대학교 이사장과 총장을 부정한 인사와 부당한 인사로 선출하여 종도들과 동국인들,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넷째 ‘용주사를 위시하여 근자에 실시된 본사주지 선거가 부정한 방법으로 진행되었으므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다섯째 ‘남양주 흥국사 탱화 도난 사건은 단순한 도난 사건이 아니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여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절도 당사자를 엄중 징계해야 한다’, 여섯째 ‘승려들의 도박사건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종단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등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참석 스님들은 특히 "이상의 사태들은 모두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잘못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이른 시일 내에 94개혁회의에 참여했던 의원스님들의 모임을 소집할 것이며, 여기에 종단을 걱정하는 종도들의 뜻을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종단이 위기에 처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94년 개혁세력을 재결집시키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모임과 논의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는 의미에 대해 효림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에게 준엄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효림 스님은 "우리가 요구한 사항에 대해 우선은 몇 가지라도 반드시 시정하고 고치기를 바란다"며 "서의현의 재심, 용주사 주지 선거 과정에서의 부정한 절차와 주지 자격에 대한 문제,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 선출과정에서의 문제, 남양주 흥국사 탱화 절도사건, 승려들의 도박사건 등은 이미 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가) 결론이 나 있는 상태이므로 시간을 지체할 것도 없이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림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 집행부가 이 같은 우리들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새로운 종단개혁을 이루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모든 문제는 자승 총무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못 박았다.

효림 스님은 "우리 종단에 불행한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은처와 대처승 척결, 사찰재정 투명화 문제, 고위급 승려들의 도박 문제 척결 등이 우선 해결해야 할 세 가지 중요한 현안"이라며 "이것이 단순한 촉구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효림 스님은 "현재 종도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고 공감하는 것은 종단이 위중한 상태에 있는데도 이를 바로잡아야 할 명분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문제"라며 "종단 집행부에서 우리들의 이런 요구를 즉시 시행하지 않으면, (우리들은) 바로 2, 3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효림 스님은 "나를 비롯하여 이번 모임에 회동한 스님들은 그냥 우물쭈물 넘어가는 분들이 아니"라면서 "이 점을 부디 자승 총무원장이 잘 알아 종단에 또 다시 혼란이 빚어지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효림 스님은 "종단의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모처럼 3~4년 간 너무나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래서 참 좋았는데 종단이 너무 위중한 상태에 있으므로 이제는 이런 행복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며 "오늘은 첫 모임이라 많은 분을 모시지 않았으나, 우리들이 지향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디 종단의 상황이 대중을 모으는 그런 사태로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며, 자승 총무원장이 이 점을 잘 알아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단이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은 사실혼 승려(은처 및 대처승)들의 척결, 도박승 척결, 사찰재정 투명화"라고 거듭 밝힌 효림 스님은 "이런 부분이 조속히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부득이 총무원장 퇴진운동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효림 스님은 이어 "(기자 여러분도 잘 아는 바와 같이) 가장 간단한 종단 사태 해결 방법은 거의 모든 문제에 연루되어 있는 총무원장이 물러나는 것"이라며 "길게 갈 것도 없이 현 상황에서 총무원장이 스스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94개혁회의 의원 모임 소집 성공여부에 성패 달려

<해설> 94 개혁회의 의원스님들이 개혁회의 부의장으로 당시 개혁회의를 이끌었던 설조 스님의 초청 형식으로 8월 11일 유성에서 전격 회동한 것은 '전 총무원장 서의현 멸빈'이라는 94 종단개혁의 상징적 조치가 최근 재심호계원에서의 '사실상 서의현 사면' 조처로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는 상황인식이 배경이 됐다.

개혁이 퇴색되었고, 종단이 94년 이전으로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막상 '서의현의 부활'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해서는 더 이상 종단의 상황을 지켜보기 어렵게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94 개혁회의 참여 스님들의 모임을 열기 위한 준비모임 성격으로 마련된 이날 모임은, 비록 준비모임의 성격이기는 했지만, 앞으로 지향해나갈 바를 명쾌하게 정리,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서의현 재심 불용납’을 비롯하여 종단 내 만연한 범계행위의 척결과 법인법 문제, 동국대 및 흥국사 탱화절도 사건 등의 즉시 시정해야 할 요구내용을 밝히기는 했지만, 이런 문제를 가장 쉽게 해소하는 첩경은 자승 총무원장의 퇴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자승 총무원장이 이들 스님들이 요구한 내용들의 거의 모든 것에 직간접적으로 간여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효림 스님이 자승 총무원장이 스스로 자진사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을 몇 차례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로 풀이된다.

효림 스님은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94년 종단개혁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거듭 강조했다. 즉 94년 4월 10일 전국승려대회를 앞두고 전날 밤까지 서의현 총무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자진사퇴를 요청했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면서 당시 서 원장은 종도들의 개혁에 대한 열망을 과소평가해 범종추의 최후통첩성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멸빈이라는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날 회동한 스님들은 앞으로 일정기간 동안 종단집행부의 반응을 주시한 후 이렇다 할 반응이 없으면 즉시 제2의 종단개혁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종단의 중추세력이 된 94년 당시 소장그룹이었던 스님들을 만나 제2의 종단개혁 불사에 동참을 권유하고, 원로급 스님들(전현직 원로의원) 물론 원로급에 해당하는 스님들까지 두루 찾아뵙고 종단의 개혁에 힘을 보태주실 것을 요청드리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종단의 상황을 걱정하는 재가자 그룹과의 만남을 통해 조직을 사부대중 공동체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개혁회의 의원스님들의 모임에서 제2 종단개혁을 위한 비상기구가 결성되면 도박 및 은처 등 범계승에 대한 단호한 법적 조치를 촉구하기 위한 일환으로 김진태 검찰총장 면담을 추진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기도 하다. 

이날 모임을 주선한 설조 스님은 "이 일(종단 구하기)은 잘 진행이 되건, 되지 않건 중단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부처님의 제자로서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할 사안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개혁회의에 참여했던 스님들은 특히 개혁 이전보다 오늘의 종단 상황이 더 악화되어 있다는 데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94 개혁회의 참여 스님들의 유성 전격회동이 종단의 개혁정신을 지키고, 마침내 개혁종단으로 다시 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종단 집행부에 제시한 요구 내용 등 이들 스님들의 취지에 얼마나 많은 사부대중이 호응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94 개혁회의 참여 의원스님들의 모임을 이들 스님들이 성공적으로 소집해낼 수 있을지의 여부에 교계의 이목이 모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