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노동위원회가 6월 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성소수자 초청법회. 한 명의 청각장애우를 위해 단상 앞에 수화통역사가 배치됐다. (노동위의 요청으로 참석자들은 모자이크 처리됐습니다)
조계종이 한국불교 역사상 처음으로 종단 차원의 성소수자 법회를 봉행하고, 성소수자들에게 차별 없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혜용 스님, 이하 노동위)는 6월 17일 오후 7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성소수자 초청 법회를 봉행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과 공동주최한 이번 법회는 5월 25일 부처님오신날과 6월 9일 개막한 성 소수자 축제인 제16회 퀴어문화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계종이 봉축법요식 등 법회 참석자 가운데 일부를 성소수자로 초청하거나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고, 노동위 차원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비공개 법회를 연 적은 있으나, 종단 차원의 성소수자만을 대상으로 한 공식 법회는 한국불교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법회에서 성소수자들은 합장한 채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조계종 사회부장 정문 스님의 인사말에 귀를 기울였다.
인사말하는 정문 스님.
정문 스님은 환영의 뜻을 전한 뒤 "한국 사회는 아직 성적 소수자 문제를 차별화시키고 있고, 여러분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주기도 한다"며 "지금은 비록 힘들지라도 멀지 않은 미래 이 땅에 성적 소수자들이 권리를 보장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 "다른 분들이 여러분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미워하지 말고 드넓은 마음으로 헤아린다면 그들도 여러분을 이해할 것"이라면서 "불교가 계급과 신분, 차이와 차별을 넘어 존재의 평등과 고귀함을 가르치고 있는 만큼 종단도 여러분의 권리가 보장되는 데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효록 스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 성소수자들.
성소수자를 위한 비공개 법회를 봉행한 바 있는 조계종 사회부 노동위원 효록 스님도 이날 법회에서 '불교, 성소수자를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하며 사회에서 차별 받고 있는 이들을 위로했다.
효록 스님은 "생명을 가진 모든 이들이 깨달아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을 가진 존재로 성적 취향이 남과 다르다고 해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부처님이 이 자리에 계신다면 여러분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며 붓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이와 함께 "다른 이들이 자신을 외면한다고 해도 자신만은 자기를 끌어안고 돌보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마음에 쌓인 불안과 분노를 '자기 돌봄'으로 치유하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스님은 고교 동창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됐을 때 두려움을 느꼈던 경험담을 소개했다. 스님은 당시 무지로 인한 두려움을 책과 논문을 보며 극복했다고 털어놓으며 성소수자들에게 성에 대해 지인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사회가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이 없는 사회로 성숙해지길 기원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이종걸 집행위원은 이날 법회에서 "성소수자들을 향한 심한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조계종이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줘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