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전통산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완전성 충분한 연구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위원장 자승 스님, 이하 추진위)는 이날 학술대회를 바탕으로 전통산사의 문화유산 등재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방침이다.
홍광표 동국대 교수는 12월 12일 추진위원회 주최 ‘세계유산과 한국전통산사의 재조명’ 학술회의에서 "앞으로 전통산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면 산사가 탁월한 보편적 가치뿐만 아니라 진정성․완전성이 있다는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날 '한국전통산사의 조경과 세계유산적 가치'란 주제 발표에서 "유교 중심적 사회로부터 탈피해 깊은 산, 경사진 터에 자리를 잡은 전통사찰의 입지에서부터 고유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전통사찰을 다른 불교국가의 사찰들과 차별화된 독창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전통산사는 자연 환경과 지형 조건에 맞게 규모를 정하고, 건물과 외부공간을 유기적으로 배치해 불교 교리를 접목, 수용했다. 또 잠재등록된 7개 사찰의 조경현황을 공간, 수경, 식물 등으로 구분해 살핀 결과 탁월한 보편적 가치도 갖췄다.
그러나 7개 전통산사에서 수경관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 홍 교수는 "통도사, 선암사, 대흥사는 연지와 영지가 본래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진정성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응전략을 강조했다. 통도사의 경우 구룡지와 원형지의 형식이 한국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중국․일본의 지당과 비교연구를 통해 밝히고 선암사의 경우 연지와 영지의 위치, 형태 등이 계속해서 변화돼 왔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또 식물종과 식재 위치의 진정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홍 교수는 "7개 사찰 모두 외래종 식물이 있어 제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원래 규모를 찾지 못하거나 확장되고(규모), 새로 정비․복원되는 공간이 주된 기능을 하는 문제(구조), 석단의 보수나 복원 때 원래의 축석기법과는 다른 기법을 사용해 양식이 변화되는 것(양식) 등에서 완전성에 결함이 보였다고 홍 교수는 밝혔다.
홍 교수는 "특히 7개 사찰에 대한 현황을 꼼꼼히 살피고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면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그리고 완전성을 인정받은 뒤에 유네스코에서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2월 1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한국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 추진위원회 첫 학술회의. 이상해 명예교수가 가람배치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이외에도 직지사 주지인 흥선 스님이 ‘세계유산과 한국의 전통산사의 재조명’이란 주제로 기조 발표를 했고 △전통산사의 창건과 전승(정병삼 숙명여대 교수) △전통산사의 입지조건(김일림 상명대 교수) △한국 전통산사의 가람배치(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을 조명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한편 한국의 전통산사는 세계문화유산의 등재를 위한 예비단계인 한국유산위원회의 잠정목록에 지난해 12월 등록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 8월 6일 발족한 추진위는 이번 첫 학술회의를 시작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활동을 본격 시작한다. 내년 4월 마곡사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가질 예정이며 2017년까지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해남 대흥사, 순천 선암사 등 7개 전통산사의 연구와 조사, 국내외 학술대회 개최, 2018년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추진위 집행위원장 혜일 스님(조계종 문화부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한국 전통산사는 진리와 자연, 그리고 믿음을 행하는 사람과의 조화를 기본으로 한 가람배치, 모두를 포용하는 자비와 진리를 간직해 찾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깨우쳐 부처가 될 수 있게 만든 도량"이라면서 "이번 학술회의를 기반으로 우리의 전통산사가 2018년 반드시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