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없애면 편안히 잠자고

분노를 없애면 슬프지 않네.

참으로 바라문이여, 

뿌리에는 독이 있지만

꼭지에 꿀이 있는 분노를 죽이면 

고귀한 님들은 가상히 여기나니,

분노를 끊으면 

슬픔을 여의기 때문이네. 

(ⓒ장명확)

불교에서 세 가지 독이 되는 마음이 있으니, 탐심과 진심과 치심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진심(瞋心)은 분노, 성냄 등으로 어떤 일에 화 또는 성질을 내는 마음을 말한다. 삼독심은 그 원리가 참으로 정교해서 세 가지 마음 가운데 어느 한 마음을 일으키면 나머지 마음이 그림자처럼 따라서 일어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예컨대, 탐심을 일으키면 그림자처럼 치심, 즉 어리석음이 일어난다. 또한 진심을 일으키면 역시 그림자처럼 어리석음이 일어난다. 어리석음 마음이 일어나면 당연히 탐심과 진심에 휘둘리게 되고, 다시 어리석음이 커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그런데 진심은 왈칵 성질을 내는 것만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 내키지 않거나 꺼리는 마음도 진심에 속한다. 그 크기나 강도에 비례해 어리석음이 그림자처럼 따라서 일어나는 것이다. 가능한 노여움을 가라앉히고, 꺼리는 마음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장생활에서 화낼 일이 있을 때 일어난 화를 그대로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여 화를 푸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그 순간은 속이 시원할 수도 있지만 참지 못하고 화를 낸 부작용이 반드시 뒤따른다. 이런 방법은 감각적 쾌락을 좋은 욕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화가 날 때 무조건 참고 버티는 것이 능사일까? 그렇지가 않다. 일단 참는 것은 바로 화를 내는 것보다는 좀 낳은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참고 버티는 것은 억지로 자신을 억눌러 놓는 것이어서 그 감정이 쌓이면 언젠가 폭발하여 완전히 판을 깨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은 감각적 쾌락의 반대편인 고행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 알다시피 불교는 감각적 쾌락과 고행이라는 양극단을 벗어난 중도(中道. 八正道)를 닦는 수행의 종교이다. 그러므로 즉시 화를 내거나 꾹 참는 방법은 불교적으로 그리 좋은 방법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즉시 화를 내는 것도 틀렸고, 화를 참는 것도 틀렸다면 도대체 뭘 어쩌란 말이냐는 반문이 일어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이 역시 중도를 닦는 방법을 따르라고 가르친다. 화가 날 때 그 즉시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삼아 알아차리는 방법이다. ‘아, 내 마음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구나!’라고 즉시 알아차리라는 것이다. 이런 수행이 팔정도의 정념과 정정진 수행에 해당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화가 올라올 때 즉시 화로 인해서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에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다.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면, 그 느낌을 대상으로 알아차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그런 느낌이 사라진다. 그런 느낌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아야 한다. 이렇게 자신을 알아차리는 동안 저절로 마음이 대상으로부터 떨어져 마음이 안정된다. 이것이 팔정도의 정정(正定)에 해당된다.

이런 수행은 사티를 놓치지 않는 수행이다. 처음에는 잘 안 되더라도 자주 이 수행을 하면 마음이 안정된다. 마음이 안정되면 상대의 입장과 나의 입장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화를 낸 것은 내가 정한 기준, 내가 바라는 것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구나, 알아차리게 된다. 이어 상대의 기준과 상대가 바라는 것이 느껴지고, 이런 것이 느껴지면 상대나 나에게 가장 적당한 합의점이 드러나게 된다. 이것이 팔정도의 정견과 정사유 수행에 해당된다.

이렇게 화가 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으로써 화를 가라앉히고, 평온해진 마음에서 서로를 배려한 말이나 행동을 한다면 8정도의 정어와 정업, 정명 수행이 저절로 뒤 따르게 된다. 그 결과로 탐진치 삼독심으로 인해 괴로움이 뒤따르지 않는 선업을 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이 불교에서 말하는 쾌락과 고행이라는 양극단을 떠난 가장 바른 길, 중도, 8정도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수행자가 어떻게 모든 괴로움을 소멸한 저 언덕, 해탈 열반에 도달하는지에 대한 방법으로 가르쳐주신 신수심법 사념처에 알아차림을 확립하는 위빠사나 수행이다.

이 시는 <쌍윳따니까야> 7:1 ‘다난자니의 경(Dhanañjānisutta)’에 나온다. 부처님께서 라자가하 시의 죽림정사에 머무실 때, 부처님과 승단에 대한 신로가 깊던 바라드와자 가문의 바라문녀인 다난자나가 부처님을 찬탄하며 삼귀의를 읊조리자, 바라드와자 가문의 바라문이 다난자나를 비천한 자라고 힐난한 후 자신이 그대의 스승을 입 닥치게 하겠다며 분노에 차서 부처님을 찾아가는 것으로 이 경이 시작된다. 이 바라문은 매우 불경한 태도로 부처님을 향해 “무엇을 없애면 편안히 잠자며, 무엇을 없애면 슬프지 않은가? 어떤 하나의 성향을 죽이는 것을 꼬다마여, 당신은 가상히 여기는가?”라며 시비를 걸었고, 이에 대한 답으로 부처님께서 이 시를 읊으신 것이다. 

부처님의 이 시는 이 바라문이 품은 악한 마음을 꿰뚫어 보고 그것에 맞춘 시이다. 주석에 따르면 이 바라문은 내심 “‘나는 이러이러한 죽임을 찬성한다.’고 말하면 나는 그를 살해자라고 부르며 그의 수행자라는 주장에 도전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어떠한 죽임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대가 탐욕을 죽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왜 그대는 수행자로서 유행하는가?’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수행자 고따마는 이 모순된 질문을 삼키지도 내뱉지도 못할 것이다.”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 바라문은 자신의 심리를 꿰뚫어 알고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내용의 부처님의 시를 듣고는 이내 조복하고 부처님과 승단에 귀의해 출가하고 구족계를 받았다. 구족계를 받은 그는 얼마 되지 않아 홀로 떨어져서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고 위없는 청정한 삶을 바로 현세에서 성취하였다. 그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태어남은 부서졌고, 청정한 삶은 이루어졌고, 해야 할 일은 다 마쳤으니,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라고 곧바로 알아 거룩한 님 가운데 한 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