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자 대량 해고로 갈등을 빚고 있는 케이블 방송 씨앤앰의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불교 등 종교계 노동단체가 나섰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혜용 스님)와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11월 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세종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 방송 씨앤앰 노사문제 해결을 바라는 종교인 호소문’을 발표했다.
씨앤앰은 MBK파트너스가 대주주인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자 업계 3위의 케이블 방송이다. 해고 노동자 측에 따르면 씨앤앰은 2014년 6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5개 협력사를 변경, 협력사에서 일하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109명을 해고했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120여 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측은 2013년 노사생생 합의안을 준수하지 않고 외주업체 변경을 통한 고용승계를 거부하며 노사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종교계 노동단체가 대화와 타협을 통한 노사문제 해결의 가교를 자처하고 나섰다.
종교단체는 조계종 노동위 수석부위원장 덕본 스님이 대표낭독한 호소문을 통해 “우리 종교인들은 회사 내부 사정과 노사관계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잘 모르거니와 개입할 의사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쫓겨나 길 위에서 120일 이상 노숙한 사실에 종교적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사간에 맺은 고용승계협약은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며 “우리 종교인들은 하루라도 벌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노동자들의 약점을 이용해 회사가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굴복을 강요하거나 노조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이 사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종교단체는 “노조와 회사가 즉각 대화에 나서 현 사태를 원만하게 풀어가기를 호소한다”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종교인들의 면담요구에 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장경민 신부(천주교 서울교구 노동사목위원장)는 “인간은 사회 모든 활동의 주체이며, 경제활동 역시 인간이 주체가 되며 인간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며 “인간이 수단이 되는 경제활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연대발언을 했다.
정진우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누구도 편안하게 TV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정당한 노동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금이라도 노동자가 직장에서 안정된 노동을 하고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으며 아이들 학비 걱정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김영주 씨앤앰 비정규직 지부장은 “대량해고자가 발생한 씨앤앰은 미숙한 인원을 현장에 투입해 정상적인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의 요구사항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종교단체는 기자회견 직후 MBK파트너스에 호소문을 전달하고 노사문제에 대한 대화를 요청하기 위해 본사가 위치한 서울파이낸스센터에 들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계종 노동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덕본 스님, 전 수석부위원장 혜조 스님, 노동위원 도철 스님, 장경민 천주교 서울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정진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120여 일째 거리농성을 하고 있는 씨앤앰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모습.
정진우 목사와 덕본 스님, 장경민 신부, 양한웅 집행위원장이 MBK파트너스 본사 진입을 앞두고 호소문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