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잘 살려고 한다. 잘 살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삶의 길을 걸어간다. 사람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쥐고 한번 잡으면 놓지 않으려 애를 쓴다. 잡지 못해도 고통이요, 잡아도 고통인 것이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줄 수 있는 말이 있을는지.

지명 스님의 한 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큰 짐을 들고 있는 그대, 그것만 내려놓아라. 그러면 편안하리라.”

우리는 무엇을 들고 있으며 무엇을 내려놓아야 한단 말인가.

지명 스님은 『그것만 내려 놓으라』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일상의 깨침을 일러준다.

어릴적 출가해 공부에 몰두하다가 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큰 절의 주지 소임을 맡기도 하였지만 어느날 갈수록 커져만 가는 소임을 뒤로한 체 홀연히 산속으로 들어간 스님이 우리들에게 미쳐 들려주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었던 것일까?

책에는 스님이 산속에 들어가기 전 그리고 들어간 직후 적어 두었던 일상의 깨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경쟁하지 않는 삶도 패배하지 않는 삶도 그리고 져주며 사는 삶도 결국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지명 스님은 “그래도 우리는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명 스님이 내리는 결론은 ‘무(無)’다.

무! 없다는 말인가?

스님은 “무는 ‘없음’과는 다르다”며 “불교는 소유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소유가 남에게 넘겨줄 임시보관용이라는 점을 깨우치게 한다”고 강조한다.

현실을 부정이 아닌 긍정의 방법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스님의 가르침이 책 전반을 가로지른다.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대 억울한가? 속상한가? 화나는가? 절만하는가? 불안한가? 두려운가? 그렇다면, 누구나 때와 모양은 다르지만 반드시 그대가 느끼는 것을 겪게 된다고 생각하라. 너도 가고 나도 간다는 것을 생각하라. 우주의 질서는 정말로 예외 없이 공평하다는 것을 생각하라.”

삶의 무게에 짓눌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들이여 바로 그것만 내려 놓으라.

지명 스님/조계종출판사/232쪽/9800원

*지명 스님은?

동진 출가해 부산 범어사 강원과 영천 죽림사 등에서 내전을 수학했고.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템플대학 종교학과에서 석사‧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의왕 청계사, 속리산 법주사 주지 소임을 살기도 했고.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한 바 있다. 지금은 괴산에 잇는 각연사의 깊은 산골과 안면도 서해 바다를 오가며 수행과 포교에 힘쓰고 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불교신문 등에 오랫동안 칼럼을 기고했고 이것을 모아 『허공의 몸을 찾아서』『무로 바라보기』『진흙이 꽃을 피우네』등 여러 권의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