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가 회향했다. 26일 국민의 슬픔을 나누고 희망을 함께 모으는 행사로 개막한 연등회는 동국대학교 운동장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왕생극락과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연등법회를 봉행하고, 동대문운동장부터 종각까지 연등행렬을 가졌다. 종각에서 열리던 회향한마당은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희망을 더하기 위한 국민기원의 장으로 펼쳐졌고, 시민과 불자 모두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염원했다.

연등회는 27일 전통문화마당을 끝으로 회향했다. 27일 12시 전통문화마당이 열린 우정국로는 한산했다. 예년과 달리 공연무대와 음악 율동을 배제하고 국민적 아픔을 나누고 희망을 더하는 행사로 조용히 치러졌다.

오후 2시, 비가 그치면서 연등회 전통문화마당을 찾는 관람객이 늘었다. 춤과 노래를 대신해 세월호 참사 아픔을 나누는 노란리본 달기 캠페인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부스에는 가족단위 관람객과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공연무대·음악 배제…노란리본에 희망 메시지 이어져

행사장 중심인 공평사거리에는 ‘극락왕생’ ‘무사귀환’ 글귀가 적힌 대형 흰색 풍선이 걸려 관람객을 맞았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노란 리본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글귀를 적어 풍선과 이어진 줄에 묶었다. 관람객들은 아픔은 나누고 희망을 더하면서 풍선은 더욱 높이 올랐다.

대형 흰색 풍선 주변에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무사생환을 비는 간절한 노란리본이 가득했다. 눈물이 맺힌 듯 촉촉하게 젖어든 노란리본은 오고 가는 이들의 간절함을 담아 하나둘 늘어갔다.

한 노인은 노란 리본을 달고는 “어린애들한테 무슨 말을 해주겠어. 극락왕생하라고 썼지. 마음 아프잖아”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또 다른 노인 역시 “노인네가 이름 밝혀 무엇하겠나”며 “‘내 귀여운 아들, 딸들은 어디 있느냐’고 썼다”며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임다현(11)양은 “언니 오빠 꼭 살아서 돌아와요. 희망을 잃지 말아요”라는 글귀를 적어 간절하게 리본을 묶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마련한 발원나무에도 생환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적힌 노란리본이 달렸다.

전통문화마당을 찾은 안성희(21)는 “수학여행길에 큰일을 당해 놀랐지, 빨리 돌아와. 기다릴께”란 글귀를 발원나무에 달았다. 그는 “내 동생은 아니지만 뉴스만 보면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프다. 이 메시지가 도움이 되지 않아 미안하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위안이 될길 바란다”고 했다.

외국인등만들기 대회는 여전…국제불교마당 늘어

아름다운동행이 설치한 메시지판에도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극락왕생 기원부터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메시지까지 이어졌다. 전통문화마당을 찾은 외국인들도 노란리본에 희망 메시지를 담았다.

불교상담개발원(원장 도현 스님)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이번 사태에 충격을 받은 이들을 위한 심리치료법을 고민했다. 상담개발원은 부스 한편에 ‘세월호 유가족에게 힘을 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생명살림 나무를 설치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나눴다.

외국인 연등만들기 대회장에는 400여명의 외국인이 사전 신청했지만 전통문화마당 개막 초기에는 발길이 뜸했다. 오후 들어 비가 그치면서 등만들기 대회장도 활기를 띄었다. 외국인들은 국제포교사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서툰 손놀림으로 연잎을 비비고 등에 꽃잎을 한 송이 한 송이 붙이며 한국 전통불교문화를 체험했다. 국제포교사회는 등만들기에 참여한 외국인들에게 연등모양 향초와 탈 등의 기념품을 선물했다.

국제불교마당에는 인도 티베트 네팔 스리랑카 태국 일본 대만 등의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부스가 마련됐다. 세월호 참사로 일부 단체가 부스를 열지 않았지만 국제불교마당의 부스는 예년보다 늘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불교 부스가 처음으로 설치됐다. 국내 미얀마 이주노동자들도 모처럼 함께 행사장을 찾아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동참했고, 관람객들의 체험을 이끌었다.

환경운동단체인 에코붓다는 환경보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진행했다. 에코붓다는 ‘휴지 대신 손수건 쓰기’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 뽑기’ ‘음식 남기지 않기’ 등 캠페인 패널에 시민들이 직접 스티커를 붙이며 동참을 하도록 유도했다.

지원·혜일·일면·향적·도산 스님 전통문화마당 격려

봉축위원장 자승 스님을 대신해 포교원장 지원 스님과 문화부장 혜일 스님이 전통문화마당을 격려했다. 포교원장 지원스님은 부스를 순회하며 어려움이 없는 지를 살폈다. 외국인 등만들기 대회장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직접 연등 만드는 법을 지도하기도 했다.

조계종 중앙종희의장 향적 스님은 전통문화마당을 찾아 격려와 함께 세월호 피해지원 모금함에 성금을 내며 아픔을 나눴고, 조계종 호계원장 일면 스님(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도 여러 부스를 살피고 격려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 스님도 전통문화마당을 찾았다.

전통문화마당에는 곳곳에 쉼터가 설치됐고, 유아 동반 관람객을 위한 수유실과 만일의 일에 대비하기 위한 임시 파출소도 마련됐다.

연등회는 27일 6시 전통문화마당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전통등전시회는 다음달 6일까지 열린다. 불기2558(2014)년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5월 6일 오전 10시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동시에 봉행된다.

/공동취재단 강지연 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