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오랜 전통을 가진 불교계가 평창 동계올림픽 행사를 위해 원시림을 파괴하는 딱한 현실들을 널리 알리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데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유한대 총장)이 불교생명윤리협회(회장 흥선 스님)가 주체한 ‘생물다양성 간담회’에 참석, 생명 운동에 대한 불교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김 전 장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그들 사이의 연기적 관계망을 유지시켜 나가는 일이 석가모니의 가르침과도 통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른 누군가에게 쉽게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불교의 천도법회 정신을 살려 그동안 멸종된 생물의 묘지공원을 조성할 수도 있고, 그 묘지공원에 세워질 묘비명을 세계의 시인들로부터 받아 영혼을 달래는 행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창에 위치한 월정사를 비롯하여 한국 불교계가 이번 행사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관심과 역할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제안했다.

지난 8월 31일(일) 오후 2시 반부터 2시간 동안 조계사 인근 불교여성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흥선 스님(불교생명윤리협회 대표, 직지사 주지), 법현 스님(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 열린선원장), 박광서(불교생명윤리협회 감사, 서강대), 우희종(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 서울대), 이원영(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 수원대), 박병기(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장, 한국교원대), 정호영(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 충북대), 배문병호(생물다양성한국협회 사무총장), 조성철(한국사회복지공제회 이사장), 김은미 씨(서울 삼각산중 교사) 등이 참가했다.



김영호 전 산자부 장관이 불교생명윤리협회가 주최한 '생물다양성간담회'에 참석해 불교계의 생명운동 적극 참여를 주문했다.


‘평창 유엔생물다양성협약 총회’에 불교계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제로 강연한 김영호 전 장관은 특히 “이달 말부터 다음 달(10월)에 걸쳐 평창에서 유엔생물다양성 총회가 열릴 예정이며, 참가국이 196개국에 이르고 참가자 또한 만여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세계대회인 것에 비하면 우리 사회의 관심은 기이할 정도로 약하고 미미하다”며 “참가국이 60여개 정도이고 앞으로도 4년이나 남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대비에 비하면, 정말 기이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김 전 장관은 “생물다양성은 지구생태계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고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그것은 동시에 도마뱀의 모양을 상징화하여 뛰어난 건축술을 보여준 가우디의 사례에서처럼 첨단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요소”라면서 “그런 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이상의 멸종이 없이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미뤄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이번 총회가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열린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한 지점”이라며 “왜냐하면 동계 올림픽 스키장으로 쓰기 위해 원시림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태백산맥의 주봉 가리왕산을 이미 파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며칠간의 대회를 위해 원시림을 파괴해야 한다는 명분을 찾을 수 없고, 또 그곳을 대체할 수 있는 마식령 스키장을 북한이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평화 논의 진전을 위해서도 그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