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0월 당시 외교통상부·문화재청이 주관한 '문화재반환 국제전문가회의'에 참석한 필자는 유네스코 및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관계자에게 여러 가지 문제를 공개적으로 따진 적이 있었다.

첫 질문은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해 왜 약탈당한 국가 측이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가'와 '약탈문화재를 가진 나라가 합법적·도덕적으로 보유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지 않는가'였다. 이는 약탈문화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강대국 지위를 누리며 반환에 소극적인 미국·일본·프랑스 등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었다.

이어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한 국제법상 시기를 소급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삼국·고려시대에서 왜구와 임진왜란 때까지 약탈 시기의 범위를 넓히자는 의도였다. 그리고 문화재 환수시 모든 국가는 국제법과 국내법을 준용한다는 규정에서 국내법을 삭제하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프랑스와 일본·영국처럼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돌려주지 못한다고 핑계를 대는 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약탈문화재 여부 확인이 먼저

최근 국내에서는 한국 절도범들이 2012년 쓰시마(대마도)시에서 훔쳐온 통일신라·고려시대 불상(일명 대마도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필자는 불상이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후에 대마도를 찾았다. 대마도 이즈하라 지역 사찰인 반쇼인(方松院)에서 고마쓰 가치스케 대마도문화재보호심의위원회 회장과 만났는데 그는 불상과 직접 관련 없는 여러 기록을 대며 불상은 선물이나 교류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책 한 권을 들고 나와 한국이 일본 문화재를 마구잡이로 도둑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필자는 그에게 왜구와 일제 강점기의 약탈 등 역사적 사실과 오쿠라 컬렉션(19세기 말~20세기 조선의 유물이 없으면 일본 고대사를 설명할 수 없다며 오쿠라 다케노스케가 수집, 약탈해간 수천여 점의 우리 유물)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정확한 불상 유입과정에 대해 규명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일본 간온지(觀音寺) 주지는 "한국 부석사가 시켜서 훔쳐간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간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 역시 한국과의 우호와 대화를 바란다고 했지만 불상의 원 소장처인 서산 부석사 대표단과의 면담은 거부했다. 다음날 필자가 불상을 도난당했다고 하는 가이진(海神)신사를 방문했는데 그곳은 그야말로 '무인신사'였다. 국보를 보관하는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방범시설이 허술했다. 일반 자물쇠 2개, 고장 난 사이렌 등등…. 이런 방범시설로 국보를 지킨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과연 일본 고유의 국보였다면 이렇게 관리했을까, 이들이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존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과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당시 대마도에서는 불상이 없어진 후 20여일이 지나서야 도난신고가 접수됐다. 불상이 빠져나가도 일본 세관이나 경찰은 몰랐다. 이것이 대마도 문화재 관리의 현실이다.

필자는 어떤 경우라도 문화재나 그에 버금가는 문화적 결과물을 약탈하거나 훔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불상을 서둘러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데도 반대한다. 마땅히 두 불상이 약탈문화재인지 확인될 때까지 반환을 유예해야 한다.

일본은 국제박물관협의회 규정에 따라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문화재를 소장했는지 밝혀야 하고 한국과 일본은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한 정부간위원회(ICPRCP)에 두 불상의 제작과정·입수경위 등을 서로 밝혀 당당히 논쟁해야 한다. 한일 양국과 유네스코는 이 불상들에 대한 공동조사를 벌인 후 제자리 찾기와 반환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제작·입수경위 등 공동조사 후 결정을

불법적으로 약탈하거나 훔친 문화재는 끝까지 추적해 원 자리에 돌려줘야 한다. 이는 유네스코의 기본원칙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일부 약탈문화재환수운동은 명분도 없는 논리의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문화재환수운동은 한 명의 영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힘으로 이뤄진다.

황 평 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