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납 10년 이상의 비구·비구니 스님 모두가 총무원장 선거에 참여하는 현실적 직선제를 실현하기 위한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 사부대중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발족했다.

연대회의는 9월 2일 오후 5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창립취지문을 발표하며 발족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대표발기인 법등(전 호계원장), 영담(삼화도량 회장), 학담(전 종회의원), 명진(전 봉은사 주지), 선각(전 해인사 주지), 성총(비구니회 부회장) 스님과 공동집행위원장 법일(전 종회의원), 경성(종회의원), 혜림(종회의원), 장명(종회의원) 스님,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연대회의는 창립취지문을 통해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만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도덕적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으며, 문중과 계파정치의 전횡을 막고, 돈 선거 등 파승가 행위와 선거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198회 임시회에 총무원장이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제34대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자승 스님이 선거공약으로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을 제시했지만 지난 198회 임시회에 올라온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안은 종도들이 염원하는 직선제가 아니었다”며 “총무원장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문제점 때문에 자진 철회해 원점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대회의는 “모든 종도가 선거권을 가질 때 종단의 원융화합이 이뤄지고, 승가의 일원으로서 종무행정에 책임을 다할 수 있으며, 금권 관건 선거의 적폐가 해소되고, 선출된 총무원장은 종단의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대표발기인 법등 스님(사진)은 인사말을 통해 “직선제만이 종단의 갈등을 해소하고 전체 종도의 참여의식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모임을 갖게 됐다”며 연대회의 발족 배경을 밝혔다.

또 “연대회의가 모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선제의 당위성을 알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직선제 실현 분위기가 확산돼서 16대 종회 전반기에 총무원장 선거법이 직선제로 개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발기인 명진 스님(아래 사진)은 “현재 선거인단 330명에게 절과 이권, 사찰 갈라주기에 따라 원장이 당선되는 과정이 진행돼왔고, 33대 선거는 이 점이 더 도드라진 선거과정이라는 것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승납 10년 이상인 8~9,000명의 스님들이 선거를 하면 금전이나 이권에 관련된 선거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직선제를 실현하자는 것은 현재 조계종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선출직이 돈과 연관 안 된 데가 어디 있냐고 인정하고 공개해야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이 날 발족식을 시작으로 지역순회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아래는 대표발기인 영담 스님과의 질의응답.

연대회의가 주장하는 ‘직선제’의 범위는?

세속에도 만19세가 되면 선거권을 부여하고 부모의 동의 없이 혼례를 치르고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승가도 승납 10년이 되면 도제, 즉 상좌를 둘 수 있다. 승납 10년 이상은 비구·비구니 관계없이 동등한 선거권을 줘야 한다.

94년 종단개혁 당시에는 재가자에게 선거권을 주는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재가자 선거권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반대에 부딪혀서 못 하게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재가자까지 포함하는 선거권에는 종도들이 공감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재가자의 정의를 어떻게 두느냐 아직 정립돼있지 않다. 그 문제는 재가자에 대한 정리 후에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다.

총무원장이 발의한 준직선제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총무원 안은 승납 20년은 돼야 분별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다만 세속에서도 만19세가 되면 부모 동의 없는 권리를 갖기 때문에 승납 10년, 상좌를 둘 수 있으면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 직선제는 아니지만 90%정도는 되는 직선제가 된다고 본다.

발기인단에 명기된 본·말사 주지의 범위는?

명단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다 공감을 하기 때문에 넣어놨다. 명단을 다 넣으면 편을 가르는 모양새가 돼서 원융화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겠다 해서 뺐다.

종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현재 종회의원에 출마한 스님들을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하겠고, 비구니 스님 서명운동, 또 오늘 참여한 스님들을 비롯해서 직선제를 동의하는 스님들이 중심이 돼서 서명을 해 공감대를 확산시키면 반대의견을 가진 스님들도 동의하지 않을까. 지역을 순회하면서 토론회와 공청회를 개최하고, 재가자들도 실제로 움직이면서 서명운동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 총무원장도 직선제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불교광장이나 삼화도량 관계없이 동의할 것이고, 그분들이 종회에서 자연스럽게 입법으로 이어질 것이다.

선거제도뿐 아니라 종단 구조에 대한 변화도 염두에 뒀을 것 같다. 3원 체제 존속에 대한 논의도 하고 있는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완전 교구제로 돌리는 것을 논의하고 총무원은 감사권과 호법권으로 균형 맞추면 보완적 관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논의를 거쳐야 할 부분이다.

종회에서 개정하더라도 원로회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원로회의와의 공감대가 있는가?

중앙종회에서는 입법을 하고 교구종회에서는 교구행정을 하고, 원로회의는 상원 격으로 존경 대접받을 수 있는 제도가 된다면 충분히 원로 스님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원로 스님들이 원로의원 징계 시 2/3의 동의를 얻게 하자는 것은 종단에 대한 불신이다. 어른들이 밑에 사람들을 불신하는 것이다. 이 것을 해결하려면 원로 스님을 상원 격으로 모시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충분히 원로회의 통과도 문제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