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찰 불교대학은 매 학기를 시작할 때마다 강사 선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사 섭외가 학장 스님의 한정적인 인맥과 실무자들의 알음알이 정보에만 의존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에게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하고 싶지만, 재미있고 알찬 강의를 하는 유명한 강사 스님들은 향후 2~3년까지 강의 계획이 잡혀있어 지방 사찰의 불교대학에서 초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B사찰 불교대학 수강생들은 비교적 고학력자이자 젊은 세대로 이뤄졌다. 이들은 일반 사회단체에서 접할 수 없는 ‘무언가’를 기대하고 불교대학에 등록하지만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수강생들은 불교대학의 기본인 교리공부는 물론이거니와 봉사 등의 활동의 폭이 넓기를 원하지만 개별 사찰에서 제공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포교현장의 일선에서 신도 전문교육기관인 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실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불교대학의 현황과 개선책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원 스님)은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대마도에서 전국 121개 사찰 불교대학 중 35개 사찰의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4년도 전문교육기관 실무자 연수를 실시했다.
이들은 연수 첫 날 불교대학 통계 현황과 불교대학 수강생 설문지 통계를 공유하고 이튿날 밤 지역별 불교대학 특성에 따른 구체적인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포교원이 해줄 수 있는 실질적 도움은 ‘강사 섭외’”
토의 결과 포교원 차원에서 불교대학 강사진과 커리큘럼을 공유해달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지방의 경우 중앙의 우수 불교대학 시스템과 강의자료 등을 공유하는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마산 지역 실무자들은 “포교원 차원에서 각 불교대학 강사진 연락처를 공유해 전국 어디서나 강사진 알 수 있도록 인력풀을 제공해야 한다”며 “강사 보시 수준에 대한 표준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조계종 포교원에서 인가한 불교대학 인증마크를 종무소 앞에 붙여서 단순방문자가 호기심과 신뢰감을 가지고 참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템플스테이나 어린이포교, 전법단에서 명패를 다는 것처럼 재학생과 사찰신도에게 자긍심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직지불교대학 김용석 교무처장은 “불교대학은 자선사업이지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중앙에 돈을 달라는 것은 아니다. 포교원에서 강사섭외를 해주는 것이 각 사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법단과 같이 불교대학 강사진을 구성해서 필요할 때마다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불교문화대학 김명석 간사는 불교대학간 자료 공유를 당부했다. 김 간사는 “자료들을 계속 올리고 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님은 법문 식으로 강의를 하는데 학생들은 용어를 몰라 싫증을 느껴 중도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전에 용어나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급해주면 좋겠다”며 “예를 들어 낙산사 불교대학의 60쪽 짜리 반야심경이나 봉은사 불교대학 PPT 등을 공급해주면 지방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엄사 등 전남권역 불교대학 실무자들은 강사진 등 인력풀 공유와 함께 불교대학 활성화 차원의 특강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단순 교리교육으론 중도탈락 막기 역부족”
한편 불교대학이 봉사·문화·명상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셌다.
길상사불교대학 정은진 교무팀장은 “수강생들이 불교대학에서만 공부만 하고 끝난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봉사활동 등 교리공부를 넘어서 더 발심할 수 있는 계기가 없어서 중도탈락하는 사람이 많다. 사중봉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종단과 스님들에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어 한다. 공부에만 치우치기보다 여러 분야 활동할 수 있는 표준을 마련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축불교대학의 경우 1년 과정에서 기본예절과 부처님의 생애를 공부하고, 2년차가 되면 사찰에서 봉사활동을 적극 독려해 공양간 봉사, 초하루 봉사, 기도 모임 등을 구성한다. 윤지인 사무처장은 “꼭 불교대학에 다니지 않더라도 인터넷과 책을 통해 이론공부는 어느 정도 다 할 수 있다”며 “기도나 봉사, 공부모임 없이는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조계사불교대학정윤정 사무관은 “불교대학에서 인간관계를 넘게 해주는 뭔가가 필요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일반 사회단체에서 할 수 없는 뭔가를 바라며 종교에 접근하는데 충족시키지 못한다. 고학력자의 논리적 감성에 어필하는 것이 부족하다. 언젠가는 이뤄져야 하는 세대교체에 대비하고 종교의식을 가지게 하는 사명감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억지 모집하면 도로아미타불…비전 제시해야”
실무자들은 신입생 수급과 졸업생 활용 방안도 모색했다. 남화사불교대학 김수연 간사는 “학생을 모집한 후 졸업할 때까지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강사진이 다양하지 않고 프로그램이 고정적이다. 처음 모집할 때 인맥으로 모집하다보니 불자가 아닌 일반인이 억지로 입학한 후 도중탈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김 간사는 “지방의 작은 사찰은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정보가 닫혀있기 때문에 큰 사찰의 시스템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제주, 서귀포, 인천, 전등사 등의 실무자들도 “입소문이 제일 빠르고 효과적이지만 재학생의 생활상도 매우 중요하다”며 “재학생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보고 감명 받을 수 있어야 ‘나도 불교대학 한번 해볼까’ 라는 발심을 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또한 “불교대학에서 비전을 제시해야하는데 비전이 없다. 젊은 세대들은 인간 능력 이상의 신비감이 아니라 불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비전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경남 지역 실무자들은 불교대학 졸업 후 학력을 인정받고 개인 역량을 강화시키는 사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장스님이 주차 안내를? 불교대학 소통 비결”
일부 실무자들은 재학생 및 졸업생 관리는 학장 스님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충북불교대학 문애자 교무과장은 “학장 스님이 반드시 수업을 같이 듣고, 심지어 주차 도우미 역할까지 자청한다”며 “첫 1년은 공부보다 도반이 보고 싶어서 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불교대학에서는 동문소식지 발송하고 매년 봄 재학생·동문회 합동 체육대회와 12월 동문의 밤 행사를 실시한다. 사찰 산악회를 통해서도 신입생이 유입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진불선원 선불교대학 박해덕 교무부장은 “학장 스님이 입학 선물로 교재를 선물하고, 일주일에 한 번 외부강사를 초청해 강의하는 것이 호응이 좋다”면서 “모바일 ‘밴드’나 ‘카페’ 등 SNS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강생과 소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릉불교대학은 동아리 활동으로 수강생을 관리하고 있다. 박경희 간사는 “우리 불교대학은 염불, 독경, 사경, 답사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아리를 통해 참여율과 출석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졸업 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이전에 재학 중에 절에 올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교원 “실무자 요청 적극 검토”
불교대학 실무자들의 뜨거운 토론 열기에 포교부장 송묵 스님(사진)은 “실무자들의 요청을 면밀히 검토해 내실 있는 불교대학을 만들어가겠다”고 화답했다.
송묵 스님은 “교리라는 바탕 위에 문화, 역사, 명상 등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넣어서 만족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을 만들고, 우수한 교수가 적국을 투어하며 강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해 내년 학장회의를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리 위주에서 신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스스로 기도하고 이웃을 위해 발원하는 실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교육이 돼야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포교원에서 불교대학 예산으로 4천만 원이 책정돼 있다”며 “불교대학 관리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각 사찰 주지 스님이 애정을 갖고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상부상조의 마음으로 협조를 구하는 한편 종단 예산에 반영시켜 불교대학을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실무자들은 최익현 선생 순국비가 있는 수선사를 참배하고, 조선통신사비, 대마역사자료관, 덕혜옹주 결혼 봉축비, 한국전망대 등을 순례했다.
불교대학 실무자들이 최익현 선생 순국비가 위치한 대마도 수선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