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괜찮습니다. 건강이야 회복하면 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고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게 힘을 보태는 것입니다.”
도철 스님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지난 7월 14일 단식을 시작한 세월호 가족들에게 힘이 되고자 16일부터 단식에 동참한 조계종 노동위원 도철 스님은 단식 25일을 맞는 8월 9일, 마른 몸을 이끌고 3,000배 기도대열에 합류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와 신행단체 불력회는 9일 오후 9시 세월호 단식장이 마련된 광화문광장에서 3,000배 철야기도를 시작했다. 세월호 실종자 10명의 귀환을 염원하고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세월호 유가족과 노동위원회, 불력회 회원과 소식을 접하고 마음을 낸 일반 시민 등 60여 명이 일제히 절을 올렸다.
박종린 불력회 회장의 ‘나무아미타불’ 선창을 시작으로 절이 시작됐다. 앞줄에는 노동위원 도철 스님과 조계종 사회국장 덕운 스님이 나란히 서서 합장을 했다. ‘나무아미타불’ 정근이 100여 미터 떨어진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8·15광복절기념 남북예술인이 함께하는 독도사랑 콘서트’의 우렁우렁한 음악소리와 뒤섞였다. 기도하는 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절하는 이들을 지켜봤다. 더러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기도 했다. 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0명의 귀환을 위한 3,000배 기도가 진행 중이다. 지나가시는 시민들께서도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10배든 50배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마음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1시간 남짓, 500배 절을 마치고 10분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기도장의 맨 뒷줄에서 쉬고 있는 도철 스님에게 다가갔다. 건강은 괜찮냐는 물음에 도철 스님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물과 소금만 먹는 철저한 단식이라고 했다.
지난 7일, 유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저버린 채 일방적으로 진행된 여야의 합의로 단식장 분위기도 크게 술렁였을 터였다. 도철 스님은 “분위기가 좋을 수가 있겠느냐”는 반문으로 입을 뗐다.
도철 스님은 “내가 힘이 있다면 대통령을 데려와 사과하게 하고 문제없이 특별법을 제정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식장에서 함께 단식하며 가족들에게 위로를 주는 일 뿐”이라며 미안해 했다.
스님은 “가족들이 한결같이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진상규명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특검을 했지만 어땠나, 진상규명,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한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날의 두 번째 3,000배 철야기도처럼 세월호 가족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도철 스님은 “단식장에 있다보면 지나가면서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불자들은 여러 말을 않더라도 합장 반배를 하면 마음이 다 전해진다. 괜히 시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러 시비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웃음 지었다.
501배의 시작을 알리는 낭랑한 목탁소리가 들려왔다. 도철 스님은 서둘러 제 자리를 찾았다. 사람들은 다시 27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민 아버지가 앉아 있는 가족대책위 단식장 천막을 향해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날 3,000배 기도에 동참한 사람들에게는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슬픔보다, 더 이런 참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곡기를 끊은 세월호 가족이 부처님이 다름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