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이사진의 일괄 제적원을 제출받은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부장 정만 스님)가 하루 뒤인 7월 1일 제적원 제출 및 ‘정관 개정 불가’ 통보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총무부장 정만 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선학원 이사진의 제적원 제출은 선학원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을 제정한 조계종의 선의를 무시하는 것이며, 선학원 소속 전체 스님들의 뜻이 아닌 임원진들의 사익을 위한 행위라고 했다.

총무원은 “종단에서는 조계종과 선학원은 그 출발이 한 뿌리였기에 이를 기본으로 법인등록과 관련한 논의를 지속해왔고,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에서 선학원 법인 이사 자격 기준을 크게 완화하고, 분원장에 대한 임명 절차 등 그동안 선학원이 주장해온 입장을 받아들인 것도 이러한 근본 정신에 바탕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학원 이사회는 임원들의 제적원 제출을 통해 이러한 종정 예하와 종도들의 기대와 바람을 저버렸다”며 “더구나 제적원에 ‘조계종 종헌・종법에 동의할 수 없음’이라고 밝혀, 대체입법을 제정하면서까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종단의 선의를 일방적으로 외면해 버렸다”고 비난했다.

총무원은 선학원 임원진의 일괄 제적원에 대해 종헌·종법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선학원 소속 스님들에게는 조계종 승려라는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유념할 것을 당부했다.

총무부장 정만 스님(사진)은 입장문 발표에 이어 간담회를 열고 선학원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다음은 정만 스님과의 일문일답.

-부실장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나?

종단이 선학원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가지고 짧은 시간 내에 종회의 동의를 구해 입법했다. 충분히 그분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에서 법안을 통과했는데, 논의하려는 생각조차 안 하고 법인법을 보이콧하는 것은 유감이다. 그분들이 제적원을 내면서 제출 사유에 ‘종헌종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어떤 법을 만들어도 대화의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후 선학원에 대한 대응 방안은?

법대로 하겠다. 종헌종법은 이미 있어왔고 종헌 개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선학원을 지도해온 선배 스님들은 좀 불합리해도 종단적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불이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꾸준히 한 몸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이 이사회에 들어서 종헌종법 자체를 거부하고 부정한다는 것은 사익을 위하고 사유화하려는 의도로 그러지 않나 생각한다.

-제적원 처리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지금 선학원 이사회가 임의대로 결정한 제적원은 전체 대중의 의사가 아니다. 관련 대중은 종도로서 선학원 이사회의 행동이 적적치 않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 분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법적인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 종단이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만든 선학원이 일부 이사들에 의해 종도 전체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 소수의 개인행동화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절차에 따라 논의해 제적원 수용 여부나 종헌종법을 위배한 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선학원이 정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을 삭제한 상황에서 종단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선학원이 조계종의 명문을 내렸다고 해서 조계종이 아닐 수는 없다. 선학원은 선조들의 유산으로 만들어진 단체이며 종단과 따로 떨어지려고 한 단체가 아니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조계종의 이름을 저버려도 조계종 종도이다. 많은 스님들과 도제들이 몇몇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제적원 제출 전에 전체 분원장 회의나 도제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했다면 이해가 깊어졌겠지만 13명의 의견이 선학원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그들이 종도로서 종지를 봉대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떠나야지 왜 사유화하거나 탈종하려는 의도를 보이나. 이는 잘못된 처사다.

-법적 갈등으로 이어진다면?

법리적 싸움을 하더라도 일제 이후 정화운동 당시 많은 소송해서 그랬든 법률 쪽에서도 전통적 정체성을 인정해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대각회는?

대각회와는 여려 번 논의를 했다. 대각회의 입장을 받아들였고 법에 대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얘기했다. 문제없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대각회 종도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재산등록이 아니라 명의등록 돼 있는 사찰을 인정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인정하되 일정 기간 내에 유예기간을 두고 법적 절차를 마쳐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겠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13명의 제적원 제출로 조계종과의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다. 불이익을 받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종단이 선학원에 대해서 인사권이나 재산처분권에 관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종헌종법 안에서 자율권을 허용해줬다. 재산처분을 할 때 승인을 받으라는 것은 현행 사회법에 의해서 자산처분을 했을 때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최소한 종헌종법으로 임의처분 등을 막고 있는 것이다. 선학원을 지키고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테두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