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마련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보조금에 전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다면 자주화는 왜곡됩니다.”

조계종 종책모임 삼화도량 산하 삼화연구소(소장 법인 스님)는 6월 24일 제1차 종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은 94년 개혁 이념 중 하나인 ‘불교자주화의 실현’에 빗대 조계종 종책 방향을 고찰했다.

김 이사장은 “정치권력 예속으로부터의 자주화를 실현해야 한다”며 “불교의 자주화를 위협하는 것은 국가 예산에의 의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4대 선거의 정책공약에서 자주화 항목이 특별하게 없는 것은 그만큼 독립을 이뤘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불교에 대한 직접적 간섭은 적어졌지만 예산을 빌미로 한 간접적 지배방식이 더 교묘해졌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간접적 방식이 통하는 것은 그 상황을 즐기고 단물을 먹고자 하는 종단 내 세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도 했다.

김 이사장은 “스스로는 많은 보조금을 확보한 유능한 종권이라고 자찬할지 모르지만 지원금은 언제나 받는 쪽의 목을 조를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며 “더 많은 지원 확보를 위한 로비와 음성적 유착과 그에 대한 ‘보답’은 자주화를 형해화시킨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종단과 총무원장이 정부를 상대로 불교의 입장을 대변한 입법을 청원하고 정부기관과 협의하는 등 ‘종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면서도 의존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종교영역에 대한 부분은 절대로 국가에 의존하지 말아야 하며 불교역사박물관으로 포장한 현재의 총무원 청사, 공주 전통문화원, 목동 국제선센터, 조계사 성역화 등을 모두 정부 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문제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사부대중의 청정보시로 할 수 없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34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종책선거는 실종됐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321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였기 때문에 종책에 대한 대중의 평가와 지지는 애초부터 불필요했으며 당선인이 된 유력한 후보부터가 종책으로 평가받으려는 의지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책을 보고자 함은 종단을 운영하고자 하는 이들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바라보는 현실 진단, 대응방법, 미래전망이 총체적으로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바람직한 종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치와 철학이 담겨야 하며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시대정신과 역할에 종도들의 합의가 있어야 하며 ▲정부 의존을 심화시키는 보조금 확보 종책은 없어야 하고 ▲로드맵 없는 추상적 공약은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날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향적 스님과 삼화도량 회장 영담 스님을 비롯한 종회의원 스님 등 3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