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생존, 정의와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 정부라면 그 어떤 폭압에도 굴하지 않고 기도로 맞설 것입니다.”

종교 내 진보단체로 평가받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4대 종단 소속 단체들이 6월 2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들은 쏟아지는 장맛비를 맞으며 세월호 참사, 밀양 송전탑 철거, 고리 원전 수명연장, 철도·의료 민영화, 국정인사 등 사회 전반에 걸쳐진 문제들을 지적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과 정부의 무능, 국가폭력 등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했다.

이들은 먼저 “생명과 정의·평화와 자비가 넘치는 세상을 마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고백한다. 더욱이 안전한 사회의 기본적 전제인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했기에 우리의 책임은 그 누구보다도 크다”고 참회했다.

이어 “한 명의 생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은폐된 구조 과정이 국가와 정부의 무능과 범죄를 의심하게 만듦에도 정부는 여전히 남 탓만 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또 “정부는 밀양 70~80대 어르신들과 수녀님들을 경찰 폭력으로 잔악무도하게 끌어내고 송전탑을 짓고 있다”며 “유신시대를 연상케 하는 국가개조 운운하는 구호에 앞서 밀양 어르신들을 향한 국가폭력을 멈추고 송전탑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후화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의 등 노후 원전 수명연장은 600만여 명의 울산·부산지역 주민뿐 아니라 온 국민에게 핵 재앙을 우려케 한다”며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멈추라”고도 했다.

철도 민각매각과 의료 민영화도 우려의 대상이 됐다. 이들 단체는 “가난한 서민들은 스스로 안전을 챙기고 아프지도 말아야 할 형국에 처해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대신 자본의 이윤을 대변하는 철도-의료 민영화정책을 멈추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를 비롯한 ‘인사 참사’를 꼬집으며 “유사 이래 참사라 기록된 정부 인사 조치로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는 상황에 대통령 혼자 탈출한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정인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부적격자에 대한 후보 지명을 철회하라”며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개혁과 함께 ‘인사 참극’의 책임자 김기춘 비서실장의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은 미개하지 않고, 참 평화와 거짓 평화를 구분할 줄 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국가와 정부는 필요 없다고 국민은 단호히 이야기 한다”고 강변하며 “4대 종단 성직자들은 정부의 무능한 행동에 슬픔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제 분노를 넘어 행동으로 나서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퇴휴 스님은 4대 종단 소속 단체를 대표해 시국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