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순례하는 사람들이 가서 뭘 하겠나. 그런 성과를 바라지도 않았고 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될 수는 없는 현실이 있다. 다만 막연한 ‘길 찾기’를 명료하게 짚어냈다는 것이 순례의 성과이다.”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단장 도법 스님)이 순례 회향을 일주일 앞둔 6월 3일 오전 10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도법 스님은 이 자리에서 “길 위에 나서게 된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분열과 갈등이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치유하고 풀어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었다”며 “순례를 하는 동안 문제를 명확하게 짚어내기도 하고 해답을 찾아내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총화해서 새로운 모색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새로운 모색'으로 진보와 보수를 총망라한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야단법석 시민위원회를 구성했다. 오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에서 열리는 100일 순례 회향식에서 대한민국 야단법석 선언문 발표하고 향후 1000일간 진실과 화해의 길을 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결사추진본부총괄부장 덕산 스님은 화쟁순례의 성과에 대해 “밀양 송전탑, 진주의료원, 군산 미군기지, 등 사회적 갈등현장에서 대화에 대한 열망 있음을 확인했고, 동학동민운동이나 좌우대립 양민학살의 현장에서 화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순례의 한계로는 “지역 당 하루 이상을 머무르지 않는 짧은 순례 시간으로 인해 화쟁순례의 의미를 깊이 있게 나누지 못했다는 것과 순례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 및 참여편차가 커서 보편성을 획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순례에 동참해 온 이예승 군과 성유진 씨는 ‘순례자의 편지’를 통해 “진영의 벽을 허물고 나와 상식적인 진실의 민심이 나라의 중심으로 우뚝 빛나게 해야 한다. 진실에 토대할 때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희망의 길인 해원 상생, 진실화해, 화쟁회통, 국민통합의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장 도법 스님, 김민해 목사, 성유진 씨.
순례의 성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법 스님은 “구체적인 성과라는 것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 너무 부족하지만 그런 바람에 맞는 성과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순례단의 문제가 아니라 추진단의 역량이나 노력 부족도 있었고 시간적 제한, 불교계의 문제의식 부족 등이 있다”며 “그러나 순례자의 편지 속에 담겨 있는 내용들을 짚었다는 것과 어른들이 이 문제가 공감하고 마음을 내도록 한 것이 큰 성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순례를 함께 한 김민해 목사는 “10대에서 60대까지 100일을 함께 발로 걸었다고 하는 것과 그들의 성장과 성숙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며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 성과를 묻는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지난 2월 20일 백일순례 선언식을 시작으로 제주,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광주 전남, 전북, 충북, 대전 충남, 강원, 경기남부, 인천, 경기북부, 서울 등 전국을 순례했다. 상근순례단 20명에 각 지역에서 결합하는 지역희망순례단 등 평균 50여 명의 순례단이 함께 했다. 지역간 이동거리로는 1만2천㎞, 실제 걸은 거리는 1000㎞이다.
10일 열리는 회향식은 ▲세월호 참사, 성찰과 다짐 ▲좌우합동 위령제 ▲대한민국 야단법석 선언식 순으로 진행된다. 선언식에서는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밀운 스님이 격려의 말을, 주요 종단 대표와 한광옥 국민통합위원장, 홍사덕 민화협 상임대표, 세월호 유가족 등의 연대발언, 대한민국 야단법석 선언문 낭독, 문화공연, 합수식 등이 펼쳐진다.
앞선 9일 오후 7시에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순례단과 함께하는 화쟁콘서트가 열린다. 화쟁콘서트는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 스님의 사회로 진행되며, 도법 스님, 김민해 목사 등 순례단 전체가 참석해 100일 순례에 대한 감상을 나눌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