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배를 띠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대통령을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뽑은 대통령이 선장 역할을 하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 하선하라고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어느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과 같은 사태를 바라겠습니까? 그 어느 대통령이 이번과 같은 대형 참사 앞에서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겠습니까? 독재국가의 지도자라고 해도 그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당연한 지시는 당연하게 이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스스로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자초한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대통령에게 대한민국호 선장직에서 하선하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대통령답게 보필 내지는 이끌고 있는지 측근의 참모들부터 살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번과 같은 국가적 참사에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국민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할 줄 아는 훈련된 직관이 있으며, 지혜로운 사람들을 곁에 두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로부터 차단돼 있거나, 대통령이 그러한 정보의 요구 및 분석과 판단에 문제가 있을시 국가는 대 혼란에 빠집니다. 혁신과 부처의 신설이 거론되나 정작 필요한 것은 대통령 자신부터의 변화라 생각합니다.

지난 2012년도 12월에 저는 “박(朴) 당선인, 강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 박근혜 시대 무엇을 발상할 것인가?”라는 글을 불교계 매체에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기고문에서 총 아홉 개 항을 공개 제안하였는데, 당시 첫째항으로 제시한 것이 신개념의 보고문화 구축이었습니다. “대통령에게 보고되어야 할 내용이 흐트러지고 정책이 난맥을 보이는 원인은 대부분 공익을 외면한 집단이익 추구세력의 개입과 철학부재의 공직자 자세에 기인”하니, 대통령이 반드시 인지해야 할 정보가 차단되지 않도록 보고체계의 문제를 개선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다섯 번째로 주장했던 내용도 언급해야겠습니다. 그때 저는 “국토를 진단해야 한다”는 소제목으로 “동서남해안의 노후하고 관리가 부실한 핵발전소에서 규모급의 문제가 발생 시 대한민국은 초토화” 되니, “당선인은 국토와 그 위의 시설들 그리고 국토자연환경의 건강과 안정성부터 진단해야 한다”라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밖에 “대기업과 고위공직자의 부정행위는 사회(국가)안보 차원에서 다스려야 한다”는 요구도 하였습니다. 1년 수개월 전에 주장했던 그 내용들이 세월호 침몰 사태를 지켜보며 다시금 새로워집니다.



법응스님

이번 세월호 침몰사태는 결국 대한민국호가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온갖 직간접 원인들이 차곡차곡 인(因)이 되어서 온 국민의 가슴이 메어지는 아픔의 과(果)를 만들어 냈습니다. 선박자체에 인적‧물적 관리의 부실은 재난을 예방하고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관료들의 무능과 무책임, 부정과 비리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었습니다. 이 비극의 원인은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그 모든 것들의 복합입니다.

배가 침몰하고 수백 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구조과정에서 관련기관 간의 원활한 협력과 유기적 관계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부처간 이기주의와 책임회피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이번 참사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자책하기만 한다면 직접 책임을 져야 할 자들에게 정신적 면죄부를 주게 됩니다. 반면, 직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관계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지금도 어딘가에서 계속 저질러지고 있을 부정과 부조리에 눈 감는 것이 됩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검경합동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번 참사에 대한 국가적이고 사회적인 직간접의 원인을 모조리 캐서 책임을 물어야 할 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체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향후 재발의 사례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지남이 되는 완벽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청와대에서나 순시 시 잘 짜여 진 보고만 받을 것이 아니라, 주야간 비공식행차로 이 나라의 곳곳의 현실을 직접 목도할 필요가 있으며, 그곳의 종사자로 부터 사실적인 정보를 청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과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공직자들에게 지혜로써 맡은바 직분을 다하고 자기희생의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임을 자각해 주기 바랍니다. 대통령의 국가운영철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꼭 돌아보실 것을 부탁합니다. 대통령이 변해야 고위공무원이 변하며, 전체공무원이 변해야 나라가 변합니다.

희생자의 명복을 기원하며, 그 가족 분들과 슬픔을 같이합니다. 아울러 구조와 봉사에 열중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불기2558(2014)년 5월 1일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法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