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명박 정부가 한 일이라고 하지만, 지키지 못한 우리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다큐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으로 아름다운 내성천의 ‘불편한 진실’을 세상에 알린 지율 스님이 오래간만에 대중 앞에 나섰다. 11월 18일 오후 교계 기자들과 만난 지율 스님은 반짝 관심을 받았다 또다시 사그라져 가는 강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대중운동을 제안했다.

지율 스님(사진)은 “천성산 문제도 한 단락 지나갔다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사대강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금은 영주댐 건설로 마지막 남은 자연하천 내성천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여기까지 무너지면 정말 회복할 수 없겠다는 위기감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기자간담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율 스님은 “사대강 사업이 운하 사업으로, 운하가 안 되니까 사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둔갑했다”며 “삼광보도 마찬가지로 하천 정비사업으로 진행하다가 이제는 고향 강 살리기라고 한다”며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개발 사업을 비판했다.

스님은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돼가는 환경운동 상황을 우려한다. “강을 잊어버리고 살았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다큐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도 만들었지만, 끝났다고 생각하는 일에 다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지율 스님의 얼굴에 근심 어린 그림자가 졌다.

하지만 지율 스님은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현재는 땅과 강을 지키는 사람들, 강을 지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모래가 흐르는 강>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강을 잊고 땅을 떠나도 버려진 땅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남아있는 할머니들이 떠난 사람의 땅을 돌보고 있고, 강을 지키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인간 띠 잇기’ 등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성천 상류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주댐 공사로 망가지고 있는 내성천 하류 생태계의 회복이 최근 지율 스님의 최대 화두이다. 이에 내성천 개발 계획 철회를 위한 가처분 소송도 진행 중이다.

“한평사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천성산 소송 때는 내가 직접적인 피해자나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문제제기가 인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땅 소유주로서의 소송 권리를 갖기 위해 한평사기 운동을 시작했다. 또 영주댐 공사가 중지될 경우 시작될 엄청난 개발을 막기 위해서도 한평사기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 지율 스님의 입장이다.

지율 스님이 기록한 영주댐 공사 이후 내성천의 변화

사람이 떠난 강에는 또한 새들이 찾아온다. 세계적으로 1천 마리에 그치는 먹황새가 내성천에 찾아왔다. 지율 스님은 청와대와 국토부, 환경부에 ‘먹황새 보존과 멸종위기 종의 보호를 위한 상소’를 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경운동 활동가들과 함께 ‘내성천에 모래 글쓰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환경정비 전과 후의 낙동강 모습을 기록한 모래강 내성천 도록 제작도 진행 중이다.

지율 스님은 “우리 교계는 문수 스님을 떠나보냈고 수경 스님을 떠나보냈지만, 강을 지키기 위한 발걸음은 오히려 잦아들었고, 거리에 선 수행자의 외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천 개의 사찰을 창건하고 중건하는 일보다 위급한 것은 뭇 생명의 근원인 강을 지키는 일”이라고 일침 했다.

한편 지율 스님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상임대표 퇴휴 스님)와 함께 ‘지율 스님과 함께하는 내성천 1박 2일 릴레일 캠프’를 실시한다. 11월 18일부터 12월 17일까지 1달 내내 진행되는 캠프는 ▲내성천 지키기 공동활동 ▲내성천 소식 알림 ▲지인에게 편지 쓰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으며,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문의 :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홈페이지 http://cafe.daum.net/budd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