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노동계 인사들이 잇따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하고 사회적인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오병윤 원내대표, 김재연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자승 스님을 만나 정당 해산 심판청구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자승 스님은 “여러분들이 오신다는 얘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드려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며 “통진당이 최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 보수, 종북이 아니라 통진당의 이념이 국민의 정서와 이해에 부합되는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지금으로썬 큰 힘이 못 되어드리고 마음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어 답답한 마음도 든다”며 “지혜를 모아 해결되길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총무원장 스님 취임식 때 쌍차 노동자가 꽃을 드리는 장면을 보고 기쁘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했다. 절박한 상황에서 사회적인 매도를 당할 때 그분들을 이해하고 안아주는 종단의 모습에 감사했다”며 “이번 정당 해산 심판청구 사태를 보면서 분단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갈등과 아픔이 깊다는 것을 알았고, 공존하기조차 어려워하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저희 스스로를 좀 더 폭 넓게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저희도 모르게 좁아진 마음, 좁아진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며 “정진의 계기로 삼고 총무원장 스님의 격려를 담아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 도법 스님은 단식 16일째인 일부 의원들에게 “마음을 다치더라도 몸까지 다치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화쟁사상은 인간적, 사회적, 헌법정신적 관점에서 볼 때 보편타당한 길을 열어가자는 내용이다. 통진당 문제 해결도 이처럼 보편타당한 시선으로 문제를 보고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21일 총무원을 예방한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정당해산심판청구에 대한 조계종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어 오전 10시 30분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노동조합 등 노동계 인사들이 자승 스님을 찾았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계종이 노동자에 관심을 가져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권리만 지향하는 것이 아닌데, 사회와 기업으로부터 자기의 삶을 부정당하니 죽음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승철 위원장은 “조계종 스님들은 이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 그룹으로 노동조합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먼저 “약속을 하고 합의를 하고도 지키지 않는 분들 때문에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며 “전교조의 다른 이름은 ‘참교육’이다. 전교조는 우리 아이들이 갈등 해결의 주체로 성장하길 바라는데, 정부는 선생님들조차 갈등의 축으로 내세우고 끝내 법의 밖으로 몰아냈다”고 개탄했다. 김정훈 위원장은 “전교조가 가진 생태, 인권, 평화와 같은 가치교육은 불교식으로는 자비가 물처럼 흐르는 세상일 것이다. 총무원장 스님께서 연말이나 신년 메시지를 통해 국민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부에게도 화해를 권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남 전공노 위원장은 “공직사회 개혁과 부패 척결을 위해 설립된 전공노가 대선 개입 혐의로 15일 만에 세 번째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다. 설립 신고도 안 돼 있는 전공노가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또 “전공노 소속 해직자 135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차 지부장은 “1년 7개월 동안 조계종에서 관심과 지원과 사랑을 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쌍차가 6년 만에 흑자로 전환됐고 내년도 인원 충원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해고자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자승 스님은 “어렵고 외롭고 소외 받는 계층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어두운 쪽에 좀 더 많은 봉사와 나눔의 길을 가는 것이 34대 집행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며 “종단이 투사처럼 직접적으로 행동하지는 못하더라도 화쟁위원회와 노동위원회 등을 통해 역할분담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자승 스님은 또 “갈등 해결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길어지더라도 노력을 그치니 않으면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끊임없는 관심으로 힘과 마음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가족들이 힘들 것”이라며 “종단에서 가족들을 초청해 위로와 격려의 템플스테이를 개최할 용의가 있으니 시간을 조율해보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 도법 스님과 기획실장 일감 스님, 사회부장 보화 스님, 사서실장 심경 스님,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 등이 배석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 전공노, 전교조, 금속노조 쌍자지부 등 노동계 대표들이 자승 스님을 예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