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그날의 약속이 실현되지 않는 것입니까? 화쟁과 회통의 활로를 열기 위한 기적의 약속을 지키고 실현하는 길만이 오늘 우리가 갈 최선의 길임을 확신합니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무산된 ‘15인 추천위원회’ 재합의를 촉구했다.

도법 스님은 9월 9일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계종단을 슬퍼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약속을 실현하는 큰 걸음 내딛길 청합니다’ 제하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현안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수좌 스님 위상 손상…성과 없어 안타까워”

도법 스님은 먼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안을 찾고자 했던 모색이 수좌 적명 스님에 의해서 제안됐고, 저는 그분을 도와서 그걸 완성시키려고 심부름을 했다. 그런데 그 본의가 대단히 왜곡되게 전달되면서 수좌 스님의 위상이나 이미지도 많이 손상이 가고, 기대했던 성과나 결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며 15인 추천위원회 합의 결렬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도법 스님은 8월 21일 수안보, 28일 대구, 30일 태화산, 31일 유성에서의 회동 경과를 설명하며 “기득권은 내려놓되 함께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 보자며 15인 추천위원회 구성에 합의했고, 9월 3일 10시경 합동으로 기자회견 해서 공식화하자고 이야기 하는 것까지는 멋있게 갔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 부분에서 “이걸 내가 기획하고 적명 스님을 끌어들였다고 얘기하는데 전혀 그런 게 아니다. 적명 스님께서 제안하고 주선하고 내가 중간에서 도와드렸고, 제도권을 설득할 수 있는 안을 만드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자신에게 제기된 일각의 비판에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도법 스님은 합의 이후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진 것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스님은 “원래는 비공개로 하기로 했는데 기사가 나갔고, 누가 물어오면 대답하는 과정에서 표현상에 이런저런 차이점이 있었는지 논란도 됐다”며 “다함께 기득권을 내려놓고 간다는 것에 다 녹아있지만, 특정인을 배제하는 형태의 표현은 또 다른 오해나 위험성이 생기니까 가급적이면 내용 속에는 담더라도 표현은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설명 드렸던 건데, 그게 이유가 돼서 법등 스님 쪽에서 곤란하다는 입장 밝혔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본부 본부장 도법스님

“백해무익·소모적 정쟁 끝내고 약속 지키자”

도법 스님은 그러나 ‘15인 추천위원회’ 합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도법 스님은 “만일 지도적 위치에 계신 다섯 분의 약속에 지켜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방장, 조실, 원로의원, 총무원, 종회의원, 본사주지 스님들의 그 어떤 발언과 약속인들 어느 한 사람 믿으려고 하겠냐”며 재합의를 촉구했다.

스님은 또 “제발 말꼬리 물고 장난치는 백해무익한 일은 이제 그만 끝내자. 더 이 상 불교와 종단과 종도의 가슴에 상처 입히는 소모적인 정쟁은 하지 말자”며 “한국불교의 백년대계를 열어갈 희망의 기회를 놓친다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5월 결사자문위원회에서 결의한 ‘쇄신의 기본방향 6개항’을 위해서라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기존의 선거방식으로 편 갈라 경쟁하는 한 불교와 종단이 산산이 부서져 내릴 것임이 불 보듯 하다. 한국불교 중흥도 쇄신 결사도 희망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도법 스님은 합의 결렬 후 독자적인 선거캠프를 꾸리고 있는 보선 스님에게도 재고를 청했다. 스님은 “보선 스님께도 구종의 원력으로 대의에 함께 하시길 청한다”며 “약속과 기회를 살리기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와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도법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 재임 포기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단식용맹정진 중인 전국선원수좌회에 “수좌회 스님들과 함께 하는 길을 찾고자 했으나 만남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언제나 열린 자세로 만남을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금은 강력하게 행동해야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크게 결심해서 단식이라도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뜻하지 않게 수좌 스님들이 모여서 행사를 한다는 얘기를 어제 저녁에 들었다”며 “마치 수좌 스님들이 하는 것에 대응해서 뭘 하는 것처럼 해석되거나 오해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서 그런 것들은 접어놓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