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일 스님(전 조계종 종회의원, 전 대전사 주지)이 조계종 법규위원회에 청구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법 제13조 1항의 피선거권 조항이 조계종 종헌 제 53조 1항의 총무원장의 자격 조항을 위배하고 있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같은 의견은 법일스님이 법무법인 화우에 선거법 제13조 제1항이 종헌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의견은 법무법인 화우 정덕모 변호사가 검토했으며, 정덕모 변호사는 조계종에 대한 법일 스님의 비구지위 인정 승소판결을 이끌어낸 종단법령에 정통한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조계종의 최고규범인 종헌에 따르면, 총무원장은 본종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하는데(종헌 제54조 제1항), 총무원장의 자격으로 ①승납 30년 이상일 것, ②연령 50세 이상일 것, ③법계 종사급 이상일 것, ④비구일 것 등 4가지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고(종헌 제53조 제1항), ①종헌은 종교단체 내부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최고법으로서 종법에 대한 존재 근거인 동시에 효력 근거가 되므로, 종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종헌에 위반될 수 없다는 점, ②선거권이나 피선거권의 제한은 민주주의 원리에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하고, 예외적이고 필요부득이한 경우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점(헌법재판소1999. 5. 27. 자98헌마214 결정참조), ③종헌에서 ‘총무원장의 구체적인 자격요건은 종법으로 정한다’ 내지는 ‘종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총무원장의 피선거권을 갖는다’라는 취지의 위임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총무원장의 자격요건에 관한 제한, 즉 총무원장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과 관련하여서는 중앙종회(입법기관)에게 폭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총무원장의 자격요건을 제한하는 종법규정이 위 종헌에 위반되는 지 여부 내지 총무원장의 피선거권이 침해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법률적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열린 법규위원회 제76차 회의.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법무법인 화우는 “따라서 선거법이 종헌에서 요구하는 4가지의 자격요건 뿐 만 아니라, ‘1.중앙종회의장, 호계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역임 2.교구본사주지 4년 이상 재직경력 3.중앙종무기관 부·실장급 이상 종무원 2년 이상 재직 경력 4.중앙종회의원 6년 이상 재직경력 5.각급 종정기관위원장 역임’ 등의 자격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중앙종회가 종헌이 언급하고 있지 않은 총무원장의 또 다른 자격요건을 임의로 설정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이는 중앙종회의 입법 형성권을 일탈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며, 종헌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춘 비구의 총무원장 피선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화우는 또 “한편 ‘총무원장의 선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종법으로 정한다’는 종헌의 규정(제52조제6항)이 있기는 하나, 이는 총무원장의 선거권 내지 피선거권을 종법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실현하라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고, 따라서 중앙종회는 선거권 내지 피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하여야 할 것(헌법재판소2013. 7. 25. 자2012헌마815 결정참조)”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어 “그러므로 중앙종회에 재량이 인정되는 부분은 총무원장의 선거권 내지 피선거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 그와 같은 권리의 행사방법 내지 절차 등을 규정하는 부분에 국한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한데, 선거법은 피선거권 행사의 방법이나 절차 등을 규정한 것에서 더 나아가 피선거권 자체를 제한하는 것에 버금가는 자격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제한은 중앙종회의 입법형성권을 일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사료된다”고 강조했다. .

법무법인 화우는 결론적으로 “선거법 제13조 제1항은 종헌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무법인 화우가 “향후 본사안과 관련하여 재판 또는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 저희 법무법인 의견과 달리 판단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단서를 전제하기는 했으나, 선거법의 피선거권 제한 규정이 종헌을 위배한다는 것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정덕모 변호사의 해석이다.

법규위원회의 법일스님 심판 청구에 대한 회의가 내일(9월 12일) 오후 2시에 예정돼있는 것과 관련해 법무법인 화우의 ‘종단선거법의 종헌 위배’ 의견이 법규위 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