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상지도자, 자비를 실천하는 참여불교의 주창자, 평화를 노래하는 살아있는 부처, 깨어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지금 이 순간 그대로 행복하라고 주창하는 베트남 출신의 큰스님 틱낫한 스님이 두 번째로 한국에 왔다. ‘젠 마스터 틱낫한 스님 한국 티칭 투어’라는 명칭으로 한국에 온 틱낫한 스님의 이번 방한은 불교텔레비전이 주최했다. 틱낫한 스님은 방한 이틀째인 5월 2일 조계종 총무원장을 예방한 후 오전 11시부터 한국의 기자들과 방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세계적인 종교지도자의 방한에 대한 한국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자회견이 열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은 틱낫한 스님의 수행단과 기자들로 북적였다.
지난 2003년에 이어 10년 만에 방한한 틱낫한 스님은 방한 기간 동안 주로 진행될 명상수행 및 대중강연에 대한 이야기는 접고, 불교적 인터뷰를 하자는 제안과 함께 자신의 방한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언론인을 상대로 한 법문이었다. 틱낫한 스님이 한국의 언론인들에게 밝힌 법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세계적인 명상지도자 틱낫한 스님의 기자회견 모습.
"기자회견 불교식으로 합시다"
오늘 기자회견은 불교적 기자회견으로 합시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잠시 경청하는 시간을 갖자는 뜻입니다. 저는 한국에 오기 전 닷새 전 쯤에 태국에서도 이와 같은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방콕포스트> 등 여러 언론이 기자회견에 동참했는데, 인터뷰가 명상처럼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께도 언론인인 동시에 불자와 같은 자세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당부를 드립니다. 또한 불교적 방식의 인터뷰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몇 해 전 인도를 방문했을 때에 인도 언론사인 <인디아타임즈>로부터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날에 신문의 제목은 간디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이었고, 저는 ‘1일 편집인’으로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막 편집회의를 위해 자리에 앉았을 때, 인도의 한 지역에서 폭탄이 터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 때 <인디아타임즈>의 한 언론인이 제게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 아침처럼 고통스런 뉴스가 전해졌을 때 언론인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폭탄 소식을 듣고 많은 언론인들이 충격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들 중 많은 이는 마음의 평정을 찾지 못해 그날의 사건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 언론인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저 자신도 마음을 고르기 위해 들숨날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언론인들에게 저와 똑같은 수행을 할 것을 권했습니다. 문제는 그와 같은 뉴스를 전할 때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덜 고통을 느끼도록 어떻게 소식을 전할 것인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이 충분히 고요해졌을 때 왜 그 사람들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폭탄을 던졌을까를 우리 스스로에게 되물으면서 사건을 깊이 살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 안에 화나 두려움, 오해가 없다면 폭탄을 던지거나 살인을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언론인들과 함께 마음챙김의 호흡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언론인들로 하여금 마음의 긴장을 풀고 화를 가라앉혀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불안, 화, 절망을 키우는 식의 보도 더 큰 파멸 초래
우리가 이와 같은 폭탄 사건을 보도할 때 우리 마음에 있는 화나 불안, 증오와 같은 마음을 간직한 채 보도를 한다면 그것은 일을 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기사를 쓸 때 우리 안에 있는 화나 절망에 물을 주는 식으로, 화와 절망을 키우는 식으로 보도하면 그것은 더 큰 파멸을 불러오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언론인들이 자신을 고요하게 하고 사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면 기사를 읽는 사람들에게까지 연민과 이해에 물을 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처럼 불교의 수행이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 이해와 연민을 갖게 해주고 사람들로 하여금 화나 절망 두려움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9. 11사태가 일어난 직후에 미국에 있었습니다. 그때 미국인의 마음속에 얼마나 큰 화와 두려움이 드리워져 있는가를 직접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론인을 포함한 4천명의 대중들을 향한 법문에서 미국은 진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은 절망과 파괴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저는 미국사회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 사이에 화나 절망, 불안 등의 집단적 에너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미국이 스스로를 고요하고 평화롭게 진정시키지 못하면 곧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느꼈습니다.
저는 며칠 전 방콕에서 언론인을 만났을 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방콕의 여·야 간에 반목과 골이 깊어 화해와 이해가 어렵다는 것을 자각하라고 했습니다. 태국은 불교국가이므로 사람들이 수행을 통해 자신을 고요하게 하고 자신 안에 있는 의심이나 화, 두려움을 화해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정치인들과 정당에게 스스로를 먼저 고요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이해와 연민을 갖도록 권했습니다. 또 그것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화합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콕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 저는 회견에 참여했던 언론인들에게 바로 기사를 쓰지 않고 닷새 동안 시간을 갖고 마음챙김, 마음공부를 한 다음 기사를 쓰도록 강하게 권했습니다.
갈등은 상존하지만 불교수행 통해 화해의 틀 가능
세상 어느 곳이나 갈등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부자 간, 모녀 간, 부부 간에도 늘 갈등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먼저 자신을 고요하게 하고 우리 안의 화나 두려움을 가라앉힐 수 있다면, 평화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화는 가져올 수 없습니다.
태국뿐 만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또 현재의 남·북한 사이에도 심각한 갈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갈등은 어느 곳에나 있는 것입니다. 만일 방콕의 정당들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를 가져오겠다고 서로 선언을 할지라도, 자신의 안에 있는 축적된 화를 실제로 다스리지 못하면 진정한 화해는 찾아올 수 없습니다.
제가 저의 오랜 불교수행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은 불교를 통해 개인과 가족과 사회를 치유할 수 있고, 수행을 함으로써 화해의 틀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서양(프랑스 플럼빌리지)에서 수행안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마음챙김 수행을 하고, 지도했습니다. 수행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 부자, 모녀, 부부 간에 많은 화해와 평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저희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하면 1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6, 7일간 함께 수행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연민과 이해를 갖게 되었고, 가족이나 공동체 안에서 화해를 얻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런 수행을 가족들 단위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합니다. 스스로 안에 있는 화를 풀고 긴장을 풀고 더 많은 이해와 연민을 갖도록 지도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학생 교육에도 이런 효과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제리 브라운 같은 분은 저희 수행공동체를 초청해 캘리포니아 주의 각 학교에서 이 수행을 도입하도록 하는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심리치료자나 경영인을 대상으로 한 안거프로그램도 가지고 있습니다. 도 경찰관을 위한 프로그램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들 안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고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접한 통계에 따르면 폭력배들에 의해 경찰관이 목숨을 잃는 경우보다 경찰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더 많다는 수치를 보였습니다. 또 저는 지난달에 이런 통계를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가 전장에서 잃은 목숨보다 더 숫자가 많다는 통계도 보았습니다. 충격적인 일이었지요. 저는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들이 불교의 수행을 통해서 고통을 줄이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불교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 불교의 가장 큰 과제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치유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개인이 스스로를 치유하고, 가족을 치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불교 안에는 이런 치유를 위한 매우 구체적인 가르침이 들어 있습니다. 플럼 빌지지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인들이 함께 와서 수행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두 그룹의 사람들은 마침내 서로 함께 앉아서 수행하고 화해와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고통과 화를 말하고, 상대의 고통과 화를 들음으로써 그것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방콕의 언론인들과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저는 이 사회에서 치유되어야 할 여러 사안을 다룸에 있어서, 불교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불교는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현대사회에 맞는 불교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교가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는 그런 힘을 조금씩 잃어가는 듯한 아쉬움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더 이상 스님의 길을 가려고 하지 않고 있고, 또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스님을 찾지 않고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를 찾습니다. 불교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것입니다.
불교가 가르치는 방식이나 수행하는 방식이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님과 사찰을 찾는 젊은이들이 줄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 보건대 고통을 받는 젊은이들은 정말로 치유와 변화를 필요로 하고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길을 제시하면 그들은 불교의 수행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40년 동안 망명생활을 하면서 서양에서 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특히 젊은이들에게 치유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했고 그 성공 가능성을 실제로 보았고 확인하였습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모든 불교국가들이 불교를 어떻게 새롭게 해서 젊은 세대들이 불교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불교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젊은이와, 우리 사회를 위해 매우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40년 동안 사람들과 불교를 나누고 수행을 하면서 불교 안에 치유와 변화의 힘이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불교를 새롭게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우리가 사회와 국가를 제대로 치유하려 한다면 곧 불교를 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가와 직결되게 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를 새롭게 하는 국제적 컨퍼런스 열자
불교는 현대과학과 같이 갈 수 있는 가르침을 가지고 있으므로 현대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과학과 고전과학은 많이 다릅니다. 현대과학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를 해온 데 비해서 불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수백 년 전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요. 행자를 교육할 때 쓰는 교재를 400년 전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공양을 할 때 늘 외우는 오관게도 지금의 것이나 수백 년 전의 것이나 똑 같습니다. 교육과 과학에서는 매해 새로운 이론과 발견들이 나오는데, 불교는 자신을 새롭게 하고 사회와 세상을 좀 더 잘 섬길 수 있는 길을 좀처럼 찾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어제 중앙승가대학교 총장(직무대행) 미산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불교를 새롭게 하는 국제적인 컨퍼런스를 열어서 어떻게 불교가 세계를 잘 섬길 수 있을 것인가를 토론하자는 제의였습니다. 물론 컨퍼런스만이 아니라 함께 모여 수행을 하고 이해를 하면 훌륭한 결론도출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번에 여러 나라에서 30분 정도의 스님이 저와 함께 같이 한국에 오셨습니다. 이분들은 젊은 세대들과 함께 하면서 젊은 세대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일문일답
-남북관의 군사적 긴장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첫번째 단계는 남한이 먼저 무엇인가를 해야 합니다. 저는 깊은 경청의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모임에는 한국에 있는 지혜로운 분들, 깊은 경청을 할 수 있는 분들이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고통에 대해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하고, 한쪽에서는 연민과 이해를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경청을 하게하고 그 광경을 생중계를 통해 모든 국민들이 보게 하는 것이죠. 이것은 불교적인 방법인데 자신의 집, 자신의 문제로 돌아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불교의 사성제 진리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는 사람들은 화를 내지 않고 탓하지 않고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이 말을 이해하고 열린 자세로 듣는 것이 가능합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자애로운 말이라고 합니다. 듣는 사람들은 연민의 자세로 들어야 합니다. 설사 상대가 화를 가지고 말하더라도 그것을 탓하지 않고 상대방에 의해 자신의 이야기가 잘 경청되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말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저절로 줄어들게 됩니다. 경청의 수행은 이해와 연민을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연민의 에너지가 일어날 때 치유와 변화의 힘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를테면 아내와 남편이 같이 앉아서, 남편이 오랜 세월 겪었던 고통을 이야기하고 아내가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아내가 남편의 이야기를 잘 경청한다면 남편의 고통을 잘 이해하게 되고 남편에 대해 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한에 있는 사람들끼리 먼저 자신의 고통을 말하고 경청하는 것을 통해서 이해를 하게 되고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로부터 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되고 열린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죠. 남한사회도 지역갈등이나 그로 인한 문제가 많이 있기 때문에 최상의 상태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남한이 자기 안의 이해와 연민의 에너지를 갖게 되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 치유의 에너지를 갖게 되고, 그 에너지가 강하게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더 큰 것, 즉 북한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내와 남편 사이의 수행이 정말로 제대로 잘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부자간이나 어떤 그룹에서도, 나아가 남북한 사이에서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남한 안에서 이해와 연민의 에너지가 일어나고 그것으로 남한 사회에서 치유의 에너지로 작용한다면, 그 방법으로 북한에 대해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진리는 매우 간단한 것이다. 의심을 하면 대화와 화해가 어렵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불교수행 속에 있는 깊은 경청과 가르침은 나라 전체를 치유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사회에는 불교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잘 활용하면 국가는 물론 북한 관계에도 잘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치지도자와 정신적 지도자들이 함께 한 자리에 앉아서 좋은 자리를 만들고 그런 과정을 통해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자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이죠. 저의 경험으로 보건대 아내와 남편,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이런 치유가 일어나는 데 약 6일 정도 걸렸습니다. 남북한 문제는 물론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또 노력한다면 진정한 치유와 변화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인들이 7일 정도 같이 수행할 수 있다면 방법 도출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일 수행을 통해 정당 내 문제와, 다른 정당과의 관계 등도 좀 더 화해와 이해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가 워싱턴 디시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에는 3일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태국이나 한국처럼 오랜 불교의 자산을 가진 나라에서는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 세대들의 고통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저희 절에 어떤 실직한 젊은이가 찾아왔는데, 그 사람은 직장을 가졌을 때는 주말도 쉴 수 없었던 사람입니다. 역설적으로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을 때는 우리가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못 갖게 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젊은이들도 함께 모여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 또는 가족들과 함께 모여서 진정한 행복,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저의 단체에서 웨이크업(Wake up) 운동을 하는데, 거기에 참가하는 젊은이들은 호흡조절을 하면서 자신을 잘 조절합니다. 화,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을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젊은이들은 광장에 함께 모여 명상함으로써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젊은이들은 현대의 소통의 도구(SNS)들을 잘 이용해서 순식간에 5천여 명이 모여서 미소를 짓고 숨 쉬는 것을 온전히 즐기면서 자신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과 희망에 대해 생각합니다. 웨이크업 운동은 불자든 불자가 아니든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수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성공을 말할 때 거기에는 반드시 정신적 측면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수행 터에 와서 수행을 하게 되면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희의 수행 터에는 아주 젊은 분들이 많은데, 차도 컴퓨터, 집, 월급도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미소 지으면서 도반 간에 정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미소를 짓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공동체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는 데서 오는 행복 때문입니다. 그럼으로써 매 순간을 깊이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OECD 가운데 최대 자살률 국가가 되었는데,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말해주십시오.
“먼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자신의 강렬한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 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강한 감정을 다스릴 것인가는 사실 충분히 쉬운 것입니다. 볼교 수행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데, 첫째는 기쁨과 행복의 에너지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좋은 수행자라는 원할 때는 언제나 기쁨과 행복의 에너지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음챙김의 호흡, 마음챙김의 걷기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그 방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불교수행의 목적은 어떻게 이와 같은 강렬한 감정을 고요하게 가라앉힐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는가입니다. 저희가 하는 모든 안거수행프로그램에서 이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이나 교사들은 5일나 7일 간의 수행을 통해 이런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배움으로써 자녀들이나 학생들에게 그 방법을 전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감정은 그저 하나의 감정일 뿐입니다.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큰 존재입니다. 단지 한번 왔다가 사라지는 감정 때문에 왜 우리가 소중한 목숨을 끊어야 하나요? 젊은이들에게 이런 것을 전해야 합니다. 자살의 강렬한 감정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빨리 알아채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가족이나 학교 단위에서 이런 것들을 가르침으로써 고통을 치료할 수 있고 강한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함으로써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교육부장관께서도 이런 수행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수행을 각급 학교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일에 여러분이 불자인데, 교육부장관이라든지 책임 있는 자리에 있게 되면 그런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행을 한다면 몇 달 사이에 이런 것들을 바꿀 수 있지만, 수행을 통해 강렬한 감정이 다가올 때 마음챙김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으로 마음챙김의 에너지를 갖게 되고, 그 에너지로 그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불교를 새롭게 한다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언론인으로서 이 자리에서 계신 분들도 그런 수행과 가르침을 세상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나라 출신의 30여 제자 스님들 동행
*한편 틱낫한 스님의 이번 방한에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님의 제자들이 30여 명 정도 함께 했다.
미국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천을 하고 있는 스님, 가톨릭 수사로 깊은 가톨릭 신앙을 가졌지만 틱낫한 스님을 만나면서 비로소 예수를 예수 그 자체로 만날 수 있었던, 특히 비구가 되면서 가톨릭 전통을 더 잘 이해하게 된 스님, 불교를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데 힘쓰고 계신 홍콩에서 오신 엔지니어 출신 스님, 변호사 출신인 비구니 스님,베트남에 틱낫한 스님이 계실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모시고 함께 수행했던 가장 법납이 높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노비구니 스님, 영국에서 온 작곡가이자 첼로연주자 출신의 스님, 베트남 출신으로 미국에서 살면서 마음챙김의 수행을 교육현장에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스님, 태국 플럼 빌리지 브랜치 설립하고 태국인 200분의 젊은 스님들과 함께 수행하시는 스님, 이스라엘에서 온 법률가 출신 스님, 전문 바이얼린 연주가이고 유수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던 일본인 비구니 스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불교센터를 세워 열심히 포교와 정진을 하는 스님, 웨이크업 운동에 큰 관심을 갖고 인도네시아에서 프랑스로 가신 스님. 출가 전 환경운동을 열심히 했던 스님 등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제자들이 함께 기자회견장을 지켜보았다.
틱낫한 스님 방한 일정
*틱낫한 스님은 5월 3~7일(4박5일) 강원도 월정사에서 만 20세 이상 일반인 및 외국인을 상대로 힐링, 상생, 행복을 주제로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하고, 5월 8~9일(1박2일) 중앙승가대에서 스님들을 대상으로 ‘21세기 부처는?’을 주제로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하며, 5월 10일 오후 3시~5시30분까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평화는 가능하다’를 주제로 대중강연을, 5월 12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목동 국제선센터에서 만 20세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음챙김 수행의 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5월 13일 오후 7시~9시30분까지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멈춤 그리고 치유’를 주제로 대중강연을, 5월 14일 목동 국제선센터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까지 20~40대를 대상으로 ‘멈춤 그리고 치유’를 주제로 웨이크업(WAKE UP)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