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본래 존재로 돌아가 살 것이냐 하는 안내문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설악산 같이 경치가 좋은 곳에 가려면 노정길이 필요하듯이, 본래 갖춰져 있는 걸로 돌아가려면 노정길을 따라야 합니다. 저도 그 노정길을 보고 50여 년을 수행해왔고, 여러분도 그 노정길을 통해 돌아가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말씀드립니다.

부처님이 2,600년 전 왕자로 태어나서 몸짱이고 얼짱이고 학문과 권력, 세속적인 것에서 하나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단 어머니가 일주일 안에 돌아가신 것을 마음아파 하셨습니다. 항상 생로병사에 대해 고민하고 힌두교가 갖고 있던 사성계급, 즉 차별과 핍박과 고통스러운 불평등한 사회를 보며 고뇌하던 부처님은 인간이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을까 해서 출가를 단행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여러 수행집단에 가서 수행을 체험하는데, 마음 속 고뇌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분이 독자적으로 보리수 아래에서 정에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새벽별을 보고 깨달은 것이 ‘누구나 깨칠 수 있다는 확신’ 이었습니다. 이 법을 알려야겠다 해서 본인이 깨달은 내용을 얘기하며 포교한 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도 그것을 깨달은 스님들이 사회에 있는 신도와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입니다.

‘나’는 중도로써 존재하고 있다

부처님이 무엇을 깨달았느냐? 깨달으면 뭐가 좋으냐?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들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고 연령층도 다양하지만 누구나 ‘나’라는 전제를 하고 살아왔습니다. 나라는 생각을 1초도 놓지 않았어요. 그렇게 산 한 달을 열두 개 모으면 일 년이고, 그렇게 30년, 40년, 50년. 저는 그렇게 77년을 살았어요. 하루도 나라는 생각을 놓은 적이 없습니다. 여기 계시는 신도님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부처님이 깨닫자 이것이 문제였다는 거예요. 이것 때문에 모든 사람이 고통당하면서 살아왔구나, 당신이 깨쳤다는 것은 당신의 존재 원리를 알았다는 거예요. 나라는 생각이 있어서 잘못됐다면 나를 어떻게 봐야 진실 되게 보고 마음이 바뀌어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가는 계기가 될까요? 내가 있다는 것이 아니고 내가 중도로써 존재하고 있다고 봐야 바로 보입니다.

그럼 중도는 무엇이냐, 반야심경에서 오온이 개공하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합니다. 오온이란 육신과 정신을 말합니다. 그것이 공한 것을 알면 고통스럽지 않아요. 뭄뚱이와 정신이 공한 것을 아는 것이 중도입니다. 부처님이 이것을 중도로 이해했어요. 중도란 즉 쌍차쌍조(雙遮雙照)라 했습니다. 무엇이 있다고 보는 것이 ‘쌍조’에 해당하고, 오온이 공하다고 하는 것이 ‘쌍차’입니다. 내가 있다고 보는 쌍조가 손바닥이라면 내가 무아고 공이라는 쌍차는 손금입니다. 손바닥 없는 손금 없고 손금 없는 손바닥 없습니다. 두 가지가 아울러 있어야 합니다.

제가 법문하고 있는 가운데 잠깐 집에 갔다 온 분 있지요? 얘기를 듣다가 다른 생각으로 옮겨갔잖아요. 그럴 때 어떻습니까? 얘기 듣던 것이 사라졌다가 다시 와요. 이것이 생멸입니다. 이 찰나 간에도 몇 번이나 생멸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을 중도라 합니다. 이걸 이해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지혜로우며 행복감을 느낍니다.

반야심경에서 공이라고 했는데, 왜 공이라고 하느냐? 가마니, 덕석, 망태기, 짚신. 이런 것들을 만드는 재료는 짚입니다. 만드는 것은 형형색색 다르지만 그 본질을 하나입니다. 또 때로는 연기이기 때문에 공입니다. 연기는 단일로 독립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과학자는 우리 몸이 수억만 개의 원자와 세포로 이뤄졌다고 말합니다. 수억만 개의 원자와 세포덩어리를 단일 독립 개체로 보며 이것이 나다, 나다 여기고, 이놈에 대해 애착하고, 이걸 위해 물불가리지 않고 싸움한 것이 우리의 역사입니다. 과연 어느 세포, 어느 원자가 나입니까?

중도 이해하면 이 세상 너무나 ‘가치롭다’

내가 중도를 이해하고 나서 다르게 된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쌍차를 이해하고 나서는 남과 비교를 안 해요. 앞집 차는 그랜저인데 우리 차는 티코야. 비교를 안 하면 그랜저 타고 으스대는 사람보다 티코 타고 비교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마음 편하고 행복합니다. 중도를 이해하고 나니 내가 하는 이 생활과 이 이일이 너무 가치 있는 일이에요. 나 같이 머리 깎고 승복 입지 않은 사람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중도를 이해하면 이 세상에 가치 없고 의미 없는 일은 하나도 없어요.

또 한 가지는, 내가 아주 자주적인 사람이 됐어요. 내 빨래를 남이 해주는 것이 더 불편해요. 내가 70이 넘었으니까 빨래를 다른 사람이 해줄 수도 있지요? 그래도 내가 합니다. 우리 수행하는 스님들은 다 그럴 거예요. 자기가 능력이 있고 힘이 있으면 자기 문제는 자기가 해결해야 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의 직업이나 성격을 인정해주세요.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다고 하는데, 손가락도 길고 짧아요. 길고 짧다 시비하면 안 되지요. 인정해줘야 합니다. 서로 인정하는 게 소통입니다. 정치도 진보·보수가 서로 인정하고 지혜롭게 의논해서 오순도순 정치하면 얼마나 잘 살겠어요?

우리 총생산에서 갈등으로 인해 없어지는 돈이 27%라고 해요. GDP 1000조 원 중 270조가 그냥 날아가는 돈이라는 거예요. 그 돈 가지고 반값등록금, 복지 얼마든지 합니다. 진보·보수가 돈 들여서 고친다고요? 마음만 바꾸면 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서 가정에서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불교만이라도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이해하고, 우리 불자들이 개인적으로 잘 살고 있다면 그것이 사회와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남북 갈등 여야 갈등 그리고 개개인의 삶의 질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매일매일 좋은 날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출가할 때 폐결핵과 마음 속 고통으로 힘들었는데 부처님 세계의 중도를 이해하고서 저는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오늘 짧은 시간에 중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중도가 부처님의 깨달은 세계이고 우리 존재의 원리구나 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 중도에 대한 공부를 하시도록 하십시오.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보시면 어느 책보다도 쉽게 중도에 대해 알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