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선(純禪) 시대 조사들의 사상에 나타난 염불선’을 고찰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청화스님의 염불선 사상을 연구하는 청화사상연구회(회장 무상 스님, 곡성 성륜사 주지)는 내년 1월 5일 오후 2시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순선(純禪) 시대 조사들의 사상에 나타난 염불선’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순선시대는 불교사에 있어 달마대사로부터 육조혜능에 이르는 시기를 말한다. 이번 세미나는 이 시기를 살다간 조사들의 가르침에 나타난 염불사상 가운데 ‘실상염불’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첫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세미나는 특히 이 시대의 진정한 수행자로 추앙받고 있는 청화 대종사 열반 10주기를 맞아 진행되는 것으로, 초조달마와 사조도신, 육조혜능 등 조사들의 가르침 속에 나타난 염불선(念佛禪)을 확인하는 자리다.

청화 대종사. 사진=청화사상연구회 제공


세미나에서는 한국외대 남아시아연구소 조준호 박사가 ‘초조달마대사 어록에 나타난 염불선’을, 동국대 불교학술원 최동순 박사가 ‘사조도신대사 어록에 나타난 염불선’을, 동국대 불교학부 박경준 교수가 ‘육조혜능대사 어록에 나타난 염불선’을 각각 발표한다.

조준호 박사는 염불선의 효시 또는 연원을 4조 도신에게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도신의 반야바라밀과 일행은 이미 달마의 진작으로 증명되는 <이입사행론>에 내재되어 있음을 밝힐 예정이다. 조 박사는 도신이나 달마 또한 <이입사행론>의 ‘자교오종(藉敎悟宗)’정신에 따라 <문수설반야경> 등의 대승경전로 거슬러 올라감을 밝히고, 따라서 염불선은 대승불교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고도 주장하고, 나아가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초기불교에 이미 함축되어 있음을 학술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조 박사는 간화선이야말로 성불의 최상승선이라는 신념에 따라 여타 다른 행법을 낮추어 평가하여 온 기존의 관행에 따라 염불선 또한 잘못 평가된 대상 중의 하나라는 점을 밝히고, 염불선의 교리적 근거는 오히려 초기선종 시대는 물론 대승불교를 거슬러 초기불교로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을 밝힐 예정이다. 조 박사는 염불은 아시아 불교사에 있어 여러 종파로 지말분열(支末分裂)하기 이전의 순수하고 보편적인 행법임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에서 청화 스님은 이 시기를 ‘순선시대’라는 용어를 수용하고 적용하고 있는 것임을 아울러 규명할 방침이다.

또한 최동순 박사는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할 논문에서는 ‘원통불법’이 성립된 배경으로서 청화 스님의 생애사, 순선 시대, 그리고 도신의 선사상과 그 영향관계를 고찰할 방침이다.

최 박사는 첫째, 현대사 격변기에 성장하고 활동했던 청화 스님의 생애와 원통불교의 연관성에 대하여 논구하고 둘째, 한국불교의 특징으로서 (원)통불교임을 확인하며 셋째, 삼매로서 ‘일상’‧‘일행’의 행법을 조명할 예정이다.

청화 스님은 혜능 이전의 순선시대 조사들이 설정한 일행삼매에 주목했으며 특히 도신의 선사상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청화 스님은 도신의 일상과 일행을 ‘止’와 ‘觀’, ‘慧’와 ‘定’에 배치하여 선법을 체계화하였고, 그 수행의 목표는 安心으로 귀결되도록 하였다는 점을 학술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넷째, 정토(불국토) 구현으로 청화 스님의 유심정토 주창 배경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청화 스님의 목표는 정토구현이며, 이는 대중들이 ‘안심’에 도달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점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경준 교수는 청화 스님이 불교의 수많은 경전들 중에서 특히 <정토삼부경>(1980년)과 <약사경>(1981년)을 번역․출간한 사실, 그리고 불교를 안심법문(安心法門)이라고 정의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고, 청화의 선사상을 고찰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순선시대에는 교와 선, 정토 등의 차별이 없이, 간경과 참선과 염불이 모두 같은 안심법문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 청화선사의 염불선은 이 같은 원통불법과 순선사상의 토대 위에서 주창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청화 대종사


청화사상연구소에서 개최하는 이번 학술세미나는 바로 청화선사의 이 실상염불선에 관해 연구 검토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순선시대 조사들의 사상 및 수행법에 나타난 실상염불선의 원형을 탐색하고 검토하는 것이 이번 세미나의 과제로 정한 것이다.

이번 세미나와 관련해 청화사상연구회장 무상 스님은 “청화사상연구회가 추구하는 대명제는 ‘정통불법(正統佛法)의 재천명’이다. 혼돈 무궤도하게 범람하는 사상의 탁류를 바로잡고 정법(正法)의 기치를 바로 세움에 있다”며 “제방의 고준하신 석학들께서 밝은 논문을 통해 염불선이 어찌하여 부처님과 조사의 진정대의에 적실(的實)하게 걸 맞는지, 어찌하여 염불선이 최상승선(最上乘禪)인지를 전거(典據)를 통해 논증(論證) 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무상 스님은 또 “본 연구회가 내딛는 이 한걸음이 비법(非法)과 지엽말변(枝葉末邊)의 장애물들을 다 태워버리고 정법천하를 역력히 드러내는 불씨가 되기를 발원(發願)하고 또 발원한다”고 전했다.

청화 스님의 제자이자 벽산문도회 회장을 맡고 있는 용타 스님도 “우리는 무주당 청화 대종사의 사상을 학술적으로 면밀하게 고찰해 보아야만 한다”며 “분열과 갈등의 시대에 스님의 정통선은 치유의 손길이 될 수 있고, 삶이 온통 수행이었던 스님의 모습에서 진실한 수행자의 탄생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그 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학술세미나의 의의를 강조했다.

한편 청화사상연구회와 벽산문도회는 청화 큰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선서화전과 법어집 발간, 추모 사진집 발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화 큰스님은?

1923년 전남 무안에서 출생하셨다. 속명은 강호성이며 열네 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중등학교를 마치고 귀국하여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하셨다. 메이지대학 재학 중 징병으로 끌려왔다가 해방을 맞이하였다. 사재를 털어 지금의 망운중학교를 설립하는 등 교육사업을 벌였으며, 동서양의 철학에 심취하여 공부하던 중 1947년 백양사 운문암에서 금타화상을 스승으로 출가하여 득도하셨다. 이후 40여 년간 한 번도 주지를 맡지 않고 상무주암, 백장암, 상견성암, 사성암 등 20여 곳의 토굴을 옮겨다니며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종식(一種食)과 자리에 눕지 않는 장좌불와(長坐不臥)의 수행을 계속하셨다.

1985년 전남 곡성의 동리산 태안사에서 3년 결사를 시작으로 회상(會上)을 이루시고 대중교화의 인연을 맺으셨다. 1995년까지 태안사에 계시면서 동리산문을 다시 일으키고 염불선을 통한 통불교를 주창하셨다.

1995년 미국으로 건너가 금강선원을 열고 해외포교에 힘쓰시다가 1999년 귀국하셨다. 이후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과 곡성 성륜사 조실로 계시면서 수행 정진하셨고, 2002년 서울 도봉산 광륜사를 개원하셨다.

법문집으로 <정통선의 향훈>, <원통불법의 요체>, <마음의 고향>, <진리의 길>, <가장 행복한 공부>, <마음, 부처가 사는 나라>, <말씀, 부처가 보이신 길> 등이 있고 <금강심론>을 편저하셨으며, 역서로는 <정토삼부경>, <약사경>, <육조단경> 등이 있다.

2003년 11월 12일 곡성 성륜사에서 “이 세상 저 세상(此世他世間)/오고감을 상관치 않으나(去來不相關)/은혜 입은 것이 대천계만큼 큰데(蒙恩大千界)/은혜를 갚는 것은 작은 시내 같음을 한스러워 할 뿐이네(報恩恨細澗)“라는 열반송을 남기고 세납 80세, 법랍 56세로 입적하셨지만, 치열한 수행정신과 청빈한 삶으로 수행자들의 귀감이 되셨던 스님의 구한 말씀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