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불교는 다종교 사회에서 사회적 지지기반이 약화되고 있고, 전통적인 포교방법은 점차 무력화되고 있으며, 신도들의 결속력과 헌신도 약화되고 있다.”

‘경제문제에 대한 불교적 조명과 재해석’이라는 주제로 지난 11월 17일 열린 불교학연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현대 한국불교 사원경제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한 김응철 교수(중앙승가대)의 진단이다.

김응철 교수는 불교계 각 종단의 예산이 이웃종교에 비해 그 규모가 턱없이 적다는 점, 예산의 절대액이 적다보니 포교와 사회복지 활동 등에 대한 예산책정이 어렵고, 그것이 종단과 불교계의 위축으로 연계된다는 점, 결국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종단들이 특정 사업을 추진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의 지원에 의지하게 되고, 이것이 불교계의 자율화와 자치역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이런 심각한 위기의 대안으로 “불교계 종단들이 포교활동의 성과로 재정을 확보하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유의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 마디로 불교계 각 종단이 사찰들이 포교부재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재가자의 시주에 의존하지 않는 방향으로 치닫는 현실을 지적하고, 종교 본래의 위치로 돌아올 것을 주문한 내용이다.

김 교수는 종교인에 대한 세금 부과, 종교단체에 대해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회계관리와 관련된 법규 공표, 종교법인법의 제정 등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야할 과제들을 제시한 후 특별히 불교계는 독자적인 계율정신과 무소유의 가르침으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모색을 비롯하여, 감사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사찰재정의 투명화, 교육되고 조직화된 재가조직의 결성, 사살운영위원회를 비롯해 신도들의 자발적 참여 확대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불교계의 재정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에 앞서 선결돼야 할 과제는 출가수행자의 수행력 제고와 재가자들의 헌신적 지도력의 결합이라고 결론지었다.

불교와 경제문제를 다루는 본격적인 세미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던 불교학 연구회의 추계학술세미나에는 ‘불교에서 본 소유의 문제’(이자랑 박사), ‘연기자본주의와 시장자본주의’(윤성식 교수), ‘신자유주의 체제의 대안으로서 화쟁의 사회경제학’(이도흠 교수), ‘사찰 및 재공양 법보시의 경영학적 의미’(남찬기 교수)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박경준 불교학연구회 회장(동국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불교는 경제적 생산활동을 인정하고 기술 혁신에 의한 생산성 제고와 이윤 추구를 장려한다”며 “따라서 불교가 무조건 개발과 성장을 부정한다고 보는 것은 선입견”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불교가 인간의 끝없는 이기적 욕망에 바탕을 둔 오늘의 팽창주의 또는 무한생산체제까지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라며 “모든 괴로움이 소멸되고 탐욕이 극복된 해탈과 열반이 불교의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