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산중사찰들이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과연 세계의 문화유산 전문가들에게 한국 산중사찰들의 각각의 고유한 가치, 즉 통불교적 특성과 총림의 수도원으로서의 전통, 불교와 유교라는 다른 전통의 통섭을 반영한 가람형성, 한국만의 고유한 건축양식, 경사지와 계곡 등 불규칙한 자연환경과의 절묘한 조화 등의 고유한 가치를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 산중 전통사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세계에 소개하는 의미 있는 심포지엄 ‘한국의 전통사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회의’(이하 국제학술회의)가 천년고찰 통도사에서 9월 22일 열렸다. 한국은 물론 영국과 중국, 태국, 일본에서 참가한 세계의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전통사찰의 가치를 평가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둠에 따라 머잖아 한국의 일곱 개 전통사찰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브랜드로 세계에 우뚝 설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때 마침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민족 문화와 전통, 그리고 훌륭한 자연경관을 갖춘 가장 한국적인 브랜드라는 데 주목하고 통도사와 선암사를 비롯한 7개 사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오른 이들 전통사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첫 걸음이 이날 영축총림 불보종찰 통도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국제학술회의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위원장 이배용)가 주최하고 문화재청과 조계종, 통도사가 후원하는 ‘한국의 전통사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회의’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내외 석학들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이배용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가브랜드위원회는 한국 전통사찰의 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림으로써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는 기회로 삼고자 문화재청, 불교계,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한국의 전통사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여 2년여의 연구․검토 과정을 거쳐 법주사, 마곡사, 대흥사, 선암사, 부석사, 봉정사, 통도사 등 7개 사찰을 잠정목록 대상 사찰로 선정했다”며 “이번 학술회의가 한국의 전통사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한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논의가 이루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학술회의 개최지인 통도사의 주지 원산 스님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은 환영사에서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대상 사찰 선정을 통하여 불보종찰 통도사가 수행공간이자 역사문화공간으로, 세계적인 찬란한 불교문화유산으로 더욱 널리 알려지고 세계 유산적 가치를 학술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산 스님은 또 “오늘의 국제학술회의에서 한국불교유산에 대한 가치와 의미가 도출될 수 있도록 발표자를 포함한 관계자들의 고견과 질정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존 허드 이코모스 자문위원회 회장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존 허드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자문위원회 회장(영국)은 ‘세계유산,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불교사찰’이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을 통해 “불교사찰은 인도에서 주변 지역으로 전파되는 동안 불교의 변천이나 실행에 대한 탁월한 회화적인 설명을 제공한다”며 “불교사찰들은 변화하는 사상을 표하는 독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드 회장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많은 표현 속에서 하나의 중심 원칙을 지닌 실행 종교와 종교철학으로 남아 있다”며 “불교는 그 많은 표현양식 속에서도 여전히 같은 핵심원칙을 지닌 간결한 종교로, 철학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불교사찰을 순례하게 되면 각각의 사찰이 각기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치 역사책을 보는 듯하다”며 “우리가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을 논의할 때, 비슷한 것들을 놓고 비교하는데, 각각의 사찰을 특성를 비교하게 된다”고 심의 원칙을 밝혔다. “과거에는 세계유산을 등재하는데 유럽 중심으로 심의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힌 허드 회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과 한국의 불교문화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허드 회장은 “한국의 두 곳의 사찰을 돌아보면서 정말로 훌륭한 세계 유산임을 직접 확인했으며 7개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한국의 전통사찰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노력하겠다”며 “7개 전통사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날, 함께 다시 만나 기쁨을 나누자”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상현 동국대 교수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불교’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전국의 명산에는 천년의 전통문화를 지켜오고 있는 사찰이 적지 않다”며 “이들 사찰에서는 유형무형의 문화를 창출하고 계승하여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전통사찰은 건축과 조각과 회화와 공예 등 많은 문화유산을 전해주고 있어 한국전통문화의 보고가 되고 있고, 오랜 역사와 많은 설화를 간직하고 있어서 한국인의 정신적인 고향이 되고 있다”며 “결국 한국전통문화의 뿌리는 불교에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 근거로 무구정광대다라니와 직지심경, 고려대장경 등의 찬란한 인쇄문화와 신라의 향가와 고려의 선시, 조선의 불교가사 등 문학사 분야, 세시 풍속과 지명, 무엇보다도 원효와 의상, 의천과 지눌, 서산과 사명, 한용운 등의 높은 정신세계와 세계적 수준의 저술들은 한국인의 정신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점을 들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흥선 스님은 한국불교미술의 몇 가지 남다른 양상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이어 발제에 나선 불교중앙박물관장 흥선 스님은 ‘한국 불교미술의 몇 가지 남다른 양상’이리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석탑, 마애불, 고려불화, 범종 등 네 분야에 대한 한중일 비교를 통해 한국불교문화의 독자성을 드러냈다.

흥선 스님은 “벽돌을 쌓은 전탑은 중국, 목탑이 주류인 일본과 비교해 한국은 석탑이 특징”이라며 “삼국통일을 이룬 후 신라 목탑과 전탑의 전통과 결합하여 한국석탑의 전형적인 형식을 창안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흥선 스님은 “한국의 석탑이야말로 외부로부터 수용한 문화를 재해석하고 한반도의 환경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탄생시킨 한국 불교미술의 독자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흥선 스님은 또 “마애불은 석굴사원이 발달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 한반도에서 그에 대신하여 등장하고 확산된 독특한 불교문화 양식”이라며 “한국 마애불은 자연과 동화하고 그 순리를 따라 발전해온 한국인의 문화와 예술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는 불교미술의 한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흥선 스님은 “고려불화는 세계 미술사상 어느 시기, 어느 지역, 어느 분야의 회화와 비교하더라도 화질이나 화격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화취를 지니고 있는 고상하고 찬란한 미의 세계”임을 강조하고, “범종 또한 국제학계에서 ‘Korean Bell’이라고 특별히 구분해 부를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소리를 내고 있다”고 그 가치를 평가했다.

오전 한국인 발표자들의 주제발표에 이어 오후에는 중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나서 각 나라 불교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의 사례를 설명했다.

중국의 구어 짠 이코모스 부회장은 ‘중국 불교사찰의 보존과 관리 사례들’이라는 제목의 세 번째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중국의 불교유적지는 둔황 모가오 동굴, 포탈라 궁전, 다쭈 암각화, 룽먼 석굴, 윈강 석굴, 우타이산으로 각각 1987년, 1994년, 1999년, 2000년, 2001년, 2009년에 등재되었다”고 소개했다. 구어 짠 부회장은 “중국의 불교와 사원들은 문화대혁명이라는 10년 간의 국가적 고난을 겪은 후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에 복구와 발전의 길에 다시 접어들게 되었다”며 “중국의 승려인구는 약 20만명, 신도 수는 약 1억 명, 한족, 티베트 불교, 남방불교의 사찰을 포함하여 약 8천 개의 사찰이 있고, 그 중에 약 5백 개의 사찰은 국가보호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네 번째 주제발표는 일본의 노부코 이나바 쓰쿠바대학교 교수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문화유산’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노부코 교수는 “7세기에 건축된 호류지 사원의 서쪽 지구에 있는 건축물들과 나라현 호키지 사원에 있는 3층탑이 1993년 ‘호류지 지역의 불교기념물’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었고, 1998년 등재된 ‘고대 나라의 역사기념물’, 1994년 등재된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 1999년 ‘닛코의 신사와 사찰’, 2004년 등재된 ‘기이신지의 영지와 참예도’ 및 2011년 등재된 ‘히라이즈미-불교 정토사상을 대표하는 사찰, 정원, 고고학적 유적군’이 있으며, 현재 가마쿠라의 불교유산이 ‘무가의 고도, 가마쿠라’의 일부로 유네스코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태국의 바수 이코모스 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인도의 영향을 받은 불교유산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어 태국의 바수 포샨안다나 이코모스 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인도의 영향을 받은 불교유산: 태국 및 동남아시아의 예’를 발표했다. 바수 총장은 “태국 수코타이 역사 도시 및 아유타야 역사 도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의 앙코르 바이욘 사원과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군 같은 뛰어난 불교건축물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현재 태국의 푸르라밧 역사공원, 피마이, 왓 프라 마하탓 나콘시 탐마랏 등이 세계유산 잠재목록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불교의 사원들은 불교와 문화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거리의 멀고 가까움에 관계없이 각각 정체성과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여섯 번째 발제는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한국 산지 가람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사찰들은 한 순간의 거대 건설작업이 아닌 긴 시간 속의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변화, 이른바 중창의 방법론으로 발전되었다”며 “새로운 건물을 세우면서도 기존 건물과의 관계를 중요한 가치로 인식한 덧씌우기 건축적 방법이 한국 산지가람 조성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사회적 탄압에 대한 불교의 대응은 통불교적 형식, 예불공간과 생활공간의 병존, 산중 경사지와 계곡 등의 산중사찰화, 자급자족을 위한 종교적 의례 제공, 왕실후원을 얻기 위한 원당 설치 등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잠정 등재된 7개 사찰들에는 이 같은 불교사적 애환이 스민 역사적, 환경적 가치가 두루 포함되어 있다”며, 각 사찰마다의 특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즉 통도사는 통불교적 구성이 두드러지고, 선암사는 총림적 수도원의 특징이, 법주사는 건물의 형식이, 봉정사는 시대적인 양식을 나타내는 건축들이, 부석사는 경사지 지형을 살린 독창성이, 마곡사는 계곡 지형의 가람 특성이, 대흥사는 세속화, 즉 불교사찰 속의 유교 건축물의 독특함이 눈여겨 볼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한국 산지 가람의 현재는 긴 과거의 축적”이라며 “초기 모습과는 차이가 있지만 창건 당시의 정신을 잃지 않고 역사적 진정성을 존중하고 건축적 정신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동일했다”고 그 가치를 풀이했다.

이날 국제회의에는 이배용 위원장,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 나동연 양산시장, 마곡사주지 원혜, 대흥사 주지 범각, 태고종 선암사 주지 설운, 봉정사 주지 자연, 부석사 주지 정운, 법주사 주지 현조 스님, 총무원 문화부장 진명 스님 등 해당 사찰 주지와 조계종 관계자 등 불교계 인사, 국가브랜드위원회 간부들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관련 책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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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 중계>

이배용 “7개 사찰 연속등재 추진 잘 한 일이라 확신”

이배용: 역사를 전공하면서 사찰문화의 우수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이 일을 참 추진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7개 사찰을 선정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좋은 사찰들이 많이 있다. 앞으로 7개 사찰로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연속등재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토론자의 이야기를 먼저 듣겠다.

이상해 “7개 사찰 공동보존관리 위한 기구 필요”

이상해 교수: 세계문화유산 등재사찰로 7개를 선정한 것은 앞으로 연속 등재를 추진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공통적인 주제를 잡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등재 기준 6개를 면밀히 검토해서 여기에 맞는 사찰들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7개 사찰 주지스님과 당해지역 문화재 관련 공무원들이 많이 왔는데, 보존 관리를 위한 보존관리기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오늘 중국과 일본, 동남아의 문화유산 등재관련 과정을 공부하면서 큰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들 국가들의 지정과정에서 공부할 것을 공부하고, 우리 한국의 사찰에 대한 어떤 특징을 잡아내면 좋을 지 외국의 학자들께서 코멘트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혜은 교수 “세계유산 등재 험난한 길…사찰 변화 금해야”

이혜은 교수: 전체적인 발표를 통해 나온 것을 종합해보겠다. 발표를 통해 오늘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그동안 7개 사찰 선정과정에서 많은 고심을 했다. 오늘의 국제회의는 그 첫걸음이다. 많은 사찰 중에 7개 사찰을 선정한 이유는 김봉렬 교수의 발표에 잘 나타났다고 본다. 7개 사찰을 선정한 것은 연속 사업을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다. 불교는 김상현 교수의 발표처럼 우리나라 문화의 근간이다. 일본 이나바 교수는 한국의 사찰이 다른 나라와 달리 독창성과 진성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또한 한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 국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흥선 스님은 이 특징을 잘 정리해 주셨다. 세계유산 등재로 가는 길은 참 멀고 어렵다. 관계기관이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해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7개 사찰은 사찰 내에 어떤 변화를 주고자 할 때는 반드시 신중을 기하고 함께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7개 사찰이 지닌 특징들을 더욱 비교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연속유산으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공동관리를 해야 하는 데 이를 위해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지역 간 MOU체결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고 활용해야 한다. 그 지역에 맞는 사찰보존관리 전문가가 나와야 한다.

이어 열린 종합토론은 참가자들이 한국 전통사찰의 세계유산 연속등재 성공을 위한 애정어린 조언을 하는 자리로 이어져 훈훈한 분위속에서 이어졌다.

정우택 교수 “7개 사찰 엄격한 보존 의지 있는가? 먼저 살펴야”

정우택 동국대 교수: 20대부터 지금까지 불교미술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수없이 많은 변화를 보아왔다. 사찰을 잘 보존해주신 스님들께 고마움을 느끼지만, 또 가끔씩은 밉기도 했다. 사람과 자연과 유물(문화재) 중 제일 먼저 보존해야 하는 것은 유물, 자연, 인간의 순이다. 문화재는 스스로 복원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국가에서 문화재를 지정해 보호하고 있고 세계문화유산을 등재해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제서 많이 사용하는 통섭이라는 말을 우리 불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교가 생활규범과 응징을 말할 때 불교는 내생의 희망을 제시해왔다. 그렇다면 이 불교유산은 언제까지라도 유지되어야 하는 당위를 가지고 있다. 지정문화재 수리를 할 때, 1센티미터만이라도 늘려달라는 사찰 측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왔고, 그것이 참 어려운 점이었다는 말씀에 공감이 간다. 우리는 지금부터 선정된 이후에 현재 공간에서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그런 공감대 형성이 없으면 세계유산 등재에 의미가 크지 않다. 그리고 일본의 사례에 보면, 집단, 점, 선을 중심으로 지정을 해왔다. 중국의 경우에도 아직은 점과 집단으로만 지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상과 신앙들을 중요한 선정 근거로 부각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는 없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선정 이후에 7개 사찰들이 엄격한 현상보존 중심의 보존관리 원칙에 동의할 수 있는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지 핑 “한국사찰 보면서 불교문화의 다양성 확인했다”

장지 핑 前중국문화재연구소 역사기념물 유적보전센터장: 한국에 와서 너무나 아름다운 사찰을 볼 수 있어 고맙다. 통도사 정말 아름답다. 산이 있고 수풀이 있고 경관이 너무나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불교문화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았고, 불교가 세계 문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교건축, 불교예술, 불교보존 작업에 일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보다 종합적인 연구를 해서, 이제는 이렇게 다양한 시연을 해 보여야 한다고 본다. 자연경관을 포함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본다. 통도사가 불교사찰과 불교유산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를 희망한다.

존 허드 “연속등재 동일성 등 치밀하게 따져서 추진해야”

존 허드: 오늘 발표를 듣고 기뻤다. 김봉렬 교수의 설명을 듣고 매우 흥미로웠다. 7개 사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산지사찰라는 공통점, 불교, 그리고 한국의 것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 연속등재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연속 등재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연구가 깊어져야 하고 동일점과 차이점을 규명해야 한다. 과거에 여러 나라들이 유사한 유적들을 모아서 등재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인도에서 철도를 등재추진하면서, 나머지 철도들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고 하길래 내가 조언을 했다. 5개 정도를 연속등재를 하는 것이 좋겠고, 2개는 따로 추진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연속인지, 뭐가 다른지를 치밀하게 따져서 처음부터 연속등재할 것을 구분해서 추진해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이배용: 그런 점을 찾아내는데 앞으로도 한국에 오셔서 그런 공통점을 조언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구어 짠 “7개 사찰이 동일한 기준 충족할 지 검토를”

구어 짠: 처음에 한국에 올 때는 연속등재에 대해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통도사에 오기 전까지는 이 정도로 아름다운 사찰인 줄은 몰랐다. 그래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이상해 교수님 언급처럼 예외적인 중요성 등의 기준이 정해져야 하고 진정성과 완전성이 마련되어야 하고, 기준에 있어서의 예외적인 우수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후발로 등재하는 것은 더 까다롭다. 훨씬 더 설득력이 강해야 한다. 우리가 정말 예외적이고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강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문화유산이 인간사회에 기여를 했지만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 또 하나 연속등재가 더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연속등재가 과거는 쉬운 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7개 사찰이 동일한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7개 사찰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기준 충족이 안 된다면 등재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치밀히 검토해야 한다. 꼬 7개 사찰에 대한 관리와 보존도 동일하게 진행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세계문화유산 보존관리 규약이 그렇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혜은 교수나 이상해 교수 등 전문가가 있으니까 잘 되리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부처님께 정말 기도를 드리면서 7개 사찰이 모두 등재를 되기를 기원드리겠다.

이배용: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해주신 것 감사드린다. 우리가 선정을 할 때 7개를 선정하는 것도 매우 어렵게 한 것이다. 훨씬 더 많은 사찰들이 이 기준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사찰은 배려와 이타의 주인공이요, 장소이다. 그래서 여러 사찰들이 양보하고 합의해서 7개 사찰이 최소화해서 선정한 것이다.

바수 포샨안다나 “7개 사찰 간 합동노력, 통일 프로그램 진행 도움될 것”

바수 포샨안다나: 다른 분들의 코멘트에 동의한다. 가치에서 문제가 전혀 없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물론 관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진정성에 관해서는 우리가 단순히 한 가지만 가지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불교사찰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찰로서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사찰에서도 승려들 가운데에서 위원회를 만들어서 사찰간의 공동적인 프로그램 등 지속적인 합동 노력을 하고, 함께 통일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통적인 점을 강화한다면 연속등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노부코 이나바 “유교나 토속신앙과의 관계 정밀한 분석 필요”

노부코 이나바: 일본에서는 제가 지방정부 등에 조언을 많이 하고 있어서 동병상련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좀 더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후보로 남아 있는 것, 지성적으로 제대로 분석해야 하고, 이 나라에서 불교가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지, 아니면 아예 문화나 자연에 대해서 지역의 반응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연속등재를 생각하고 있는데, 유교와의 영향, 토속신앙과는 어떤 관계인지 등은 다른 등재의 예와는 다른 것으로 생각한다.

김봉렬 교수 “5백년 탄압 받은 한국불교가 처한 특수성 인정돼야”

김봉렬 교수: 제가 7개 사찰을 정한 것은 아니다. 한국불교가 처한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불교는 온존하게 온 것이 아니다. 화엄십찰, 선문구산 등을 살펴보면 그 성격을 그대로 유지해온 사찰은 그리 많지 않다. 또 불국사와 같은 특별한 경우는 이미 등재가 되어 있다. 통도사는 단일 유산으로도 등재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보존의 관리 필요성이 있는 사찰들의 등재가 어렵게 된다. 이것은 우리 한국불교가 5백년의 탄압과 유교의 지배를 겪어오면서 단일한 전통을 이어오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물론 그런 점은 오히려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 대응해온 불교사찰들의 적응 과정에서 동질성을 찾아볼 수도 있다. 이 기회에 국내에 있는 불교건축과 불교문화에 대한 연구가 국제화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세계유산 등재가 아니라도 한국불교의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배용: 불교가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물론 약간의 변형도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김상현 교수 “7개 사찰의 공통점 찾아가는 노력 지금부터 시작을”

김상현 교수: 연속등재를 위해 누가 고민을 해도 문제가 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7개 사찰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흥선 스님 “마애불, 괘불 등 한국불교문화 콘텐츠 매우 두텁다”

흥선 스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시도하는 것이 사실은 최근에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예컨대 마애불 같은 것도 묶어서 등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운주사 천불천탑 같은 것은 단독문화유산으로, 또 사지 같은 것도 매우 저명한 것도 공통적으로 묶어서 추진해가는 방법도, 조선시대 괘불들100여 점을 묶어서 추진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불교문화의 층이 매우 두텁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다고 본다. 세계에 우리 한국불교문화의 특성과 우수성을 알려나가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의 하나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상해 교수: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유산’이다. 세계적으로 공통의 가치를 따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아무리 중요한 유산이라도 반드시 세계유산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산지가람들이다. 도시의 사찰이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거의 사라졌고, 산지가람이 남아 있다. 산지가람은 중국과 일본과 또 다른 것이다. 이것은 단독 사찰 하나 만으로는 그 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김봉렬 교수: 하나하나의 사찰이 다 1000년 이상이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므로 일일이 다 설명하기는 어렵고, 주로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하나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은 조계종단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