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가면 언제 오나∼’. 오지 중의 오지로 알려진 강원도 내설악에 위치한 인제에는 해마다 이맘때면 거대한 축전이 열린다. 그 의미와 규모가 세계적인 만해축전이 그것이다. 만해축전 가운데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만해대상 시상식이다.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고 있고, 동양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한 만해대상의 제 16회 시상식이 지난 8월 12일 오후 2시 인제읍 하늘내린센터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만해축전 덕에 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그 이름을 널리 알린 국제적인 마을이 되었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흉상. 흉상 뒤로 만해축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보인다.

시상식에 앞서 11일 밤 만해마을 ‘님의 침묵 광장’에서 열린 전야제에는 영화감독 임권택·시인 고은·탁구감독 이에리사, 탤런트 강부자, 국악인 오정해, 가수 유열 씨 등 특별손님들이 동참해 시 낭독과 노래를 부르는 등 만해마을을 뜨겁게 달궜다. 400여 문인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전야제에서 신달자 시인은 “공감을 위해 손 맞잡고 인사하는 이 자리, 나누는 시선 하나하나가 시어(詩語)이고, 한 분 한 분이 살아있는 시(詩)”라고 말해 큰 박수를 맏았다. 임권택 감독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으로 시작하는 만해의 시 ‘사랑하는 까닭’을 낭낭한 목소리로 낭독해 환호를 이끌어냈다.

만해축전의 하일라이트인 만해대상 시상식 장면. 아랫사진은 영광의 수상자들.

“만해 선사(禪師)의 삶과 수행은 격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쉼 없는 정진이었습니다. 선사의 사상은 광폭한 시대를 통과하는 명쾌한 사랑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 만해축전 자리에 모인 여러분은 또 다른 만해요, 하나같은 선사의 마음입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보선 스님의 축사처럼 이날 인제로 모여든 모든 이들은 하나하나가 또 다른 만해였다.

만해사상선양실천회 총재이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법어에서 “한 사람의 각성과 용기 있는 실천은 거대한 파동이 되어 인류의 역사에 그 메아리를 전하게 된다”며 “그 메아리는 다른 사람의 각성과 실천을 발생시키고 결국은 거대한 물결을 이루어 인류의 정신사를 발전시켜 나간다”고 강조했다. 만해라는 한 인물이 외친 메아리가 인류를 위한 거대한 물결이 되어가고 있으며, 되어가야 한다는 당위를 법어를 통해 밝힌 것이다.

인제군수와 지역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만해축전이 강원도와 인제 지역 발전에 공헌하고, 인제가 만해 한용운이라는 한 걸출한 위인을 통해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대해 자부심과 함께 축전을 더욱 더 알차게 키워나갈 뜻을 밝혔다.

나라사랑·겨레사랑을 실천하고 평생 자유·생명·평화 운동에 힘쓴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 스님을 기리는 제16회 만해대상 시상식은 이렇게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올렸다.

20여일 동안 지속된 폭염을 물리치는 단비가 만해축전을 장엄했고, 시상식에 오른 수상자들의 표정에선 기쁨과 자부심 넘친 미소가 넘쳐흘렀다.

이날 평화대상은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 스님과 캄보디아 평화운동가 아키 라, 실천대상은 두봉(르네 뒤퐁) 전 천주교 안동교구장, 독일 쿠트 그리블 아우크스부르크 시장, 인도의 오타니 몬슈 고신 우타라칸드 주 불교부장관이 각각 수상했다. 문예대상의 쿠웨이트 시인 수아드 알 사바와 문학평론가 김재홍 경희대 명예교수는 각각 종교(라마단)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해, 압둘라흐만 주한 쿠웨이트 대리대사와 동생 김재돈 시학사 대표가 대리 수상했다.

만해축전이 열리고 있는 만해마을 전경. 축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만해축전을 세계적인 축전으로 이끌어온 견인차이자 산 증인인 신흥사 조실 무산오현 큰스님을 비롯해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기순 인제군수, 한기호 국회의원, 신달자 시인협회장, 이근배, 오세영, 권영민, 허형만, 이은봉, 이승하, 김영재, 홍성란, 박형준, 유금옥 시인 등 문인들, 수상자 가족,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 스님, 신흥사 주지 우송스님, 금산사 주지 원행스님, 흥천사 주지 정념 스님, 낙산사 주지 무문 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을 비롯해 인제 지역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 대성황을 이뤘다.

한편, 만해축전은 14일까지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과 인제읍 하늘내린센터 일원에서 계속됐다.

12일에는 제16회 만해대상 시상식을 비롯해 전국고교백일장, 유심시조아카데미 학술심포지엄, 한국시인협회 학술심포지엄, 제10회 님의 침묵 서예대전 시상식, 세계작가초청 평화문학 심포지엄, 제10회 유심작품상 시상식, 권영민의 문학콘서트1 등이 열렸다.

13일에는 권영민의 문학콘서트2, 인제군게이트볼 대회, 만해축전 전국백일장(일반부), 만해축전 시인학교 수료식, 인제문화예술인의 밤, 인제다문화가족예술제 등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