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와중에도 산사를 찾은 선남선녀들의 표정은 밝았다. ‘산사와 싱글’, ‘불교와 파티’라는 단어가 만나 자아내는 낯설음에 그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함께 긴장감도 묻어났다. 7월 14일, 고양 흥국사에서 선남선녀가 함께 소중한 인연을 만드는 ‘산사의 싱글파티’가 열렸다.

작년 10월부터 진행되어 9회를 맞은 산사의 싱글파티는 흥국사(주지 대오 스님)의 특색 있는 ‘만남 템플스테이’다. 올 7월부터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상임이사 종선 스님)과 함께 인연 공동체인 가족과 사회를 중심으로 생명의 존엄과 소중함을 일깨우는 “건강한 출산, 양육환경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의 후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다.

불교의 가족관을 기반으로 한 템플스테이를 통해 젊은 미혼 남녀의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만남 문화를 개선하고, 인식개선 교육을 통해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것이다.

산사의 싱글 파티 참가자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날 진행된 템플스테이에는 서울과 인천을 비롯하여 멀리 포항에서부터 올라온 2,30대 미혼 남녀 20명이 참석했다. 일상복을 벗고 개량한복을 걸친 참가자들은 자신을 꾸미고 있던 외적인 것들을 내려놓고 자신의 참 모습을 드러냈다. 첫 만남은 서먹했지만 자신을 소개하고, 사찰 예절을 익히고, 관계의 벽을 허무는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됨에 따라 참가자들의 웃음소리가 고즈넉한 산사에 울려 퍼졌다.

한편 템플스테이에서는 ‘성, 사랑, 결혼’을 주제로 건강한 연애, 남녀 간의 올바른 관계형성과 의사소통방법에 대한 박수선 교수(서원대학교 생활복지학과)의 특강을 비롯하여 다도체험, 108배, 새벽예불과 참선에 이르는 불교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정답게 모여앉아 다도 체험을 하고 있다.

템플스테이의 한 여성 참가자는 “좋은 인연을 찾기 위해 참가한 이곳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며 나를 알아가는 뜻 깊은 시간이 됐다”며 만족을 표했고, 남성 참가자 역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녀의 심리의 같음과 다름을 느끼고 삶에 대해 배우며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산사의 싱글파티를 주최한 대오 스님은 “소중한 인연의 끈을 쉽게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진 사회 풍토 속에 오늘 모인 사람들부터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나와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그 소중함을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역시 “단순한 남녀의 만남이 아닌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1박2일의 시간 속에 소중한 인연과 함께, 사찰을 다가가기 어려운 곳이 아닌 친근한 곳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산사의 싱글파티는 템플스테이 특유의 품격에 미혼남녀들이 만들어내는 알콩달콩함을 더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향후에도 매월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8월 11일부터 12일까지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8월 산사의 싱글파티 참가 희망자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02-723-5101)이나 흥국사(www.heungguksa.or.kr)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