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교수는 ‘<절요사기>와 <간화결의론>에서의 간화선 법문과 그 문제점’ 발제를 통해 “현재 전해지는 보조지눌의 저술 중에서 간화선에 대한 부분은 후대 제자인 진각혜심에 의해 위조돼 첨가된 것으로 보조의 사상으로 볼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보조의 저서 중 간화선 부분이 진각혜심에 의해 위조됐다 주장한 박건주 교수

그러나 이병욱 박사는 “성철로 말미암아 보조지눌의 작품을 전반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성철 스님의 보조지눌 사상 비판에 제한적 의미를 두기도 했다.

원충스님(전 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장)은 논평을 통해 “이번 논문은 성철스님의 사상에 대한 비판에 가깝다”며 “성철스님이 <간화결의론>을 오독했다는 주장은 오히려 ‘오독한 논자’”라고 지적했다. 또 스님은 “성철의 수증론이 선종을 대표하는 수증론이라고 볼 수 없다하더라도 ‘성철선’의 독자성은 확연하다”며 “중국선과 차별성을 두고 있는 성철선이야말로 한국불교의 큰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학술대회 마지막 발제는 인경 스님(동방대학원대)이 맡았다. 인경 스님은 ‘간화선과 위빠사나는 공존할 수 없는가’의 제하의 발제를 통해 “간화선과 위빠사나는 극명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동북아를 대표하는 대표적 수행법인 간화선이 심성론이 불성․법성과 같은 영성의 개념에 기반 한다면, 남방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인 위빠사나는 <염처경>에 근거한 몸과 마음의 관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공존을 역설한 인경스님

하지만 인경스님은 “현대 사회에서 몸과 마음, 또 몸과 마음을 넘어선 인간의 본성으로의 영성이 조화를 이루어야한다”며 “양자의 공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양자를 모두 그대로 인정해 장점을 살려서 수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사띠((sati)에 대한 견해도 피력됐다. 인경스님은 “심성론의 경우 간화선은 초기불교의 무상, 무아사상을 기초하여 초기 대승불교의 공사상을 계승하면서 끝내는 불성, 영성에로 나아가는 관계를 발견하였고 특히 한국 간화선의 전통에서 ‘텅 비어있음’에 대한 공사상은 무기(無記)에 떨어질 수 있음을 지적한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실천론의 경우 몽산덕이의 염불화두에서 사띠와 화두가 결합됐고, <염처경>도 간화선의 중요한 하나의 경전, 교학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인경 스님은 “1980년대 송광사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련회에서 위빠사나 수행법을 가르친 예가 있다”며 “위빠사나와 간화선이 함께 공유된 역사적인 사례가 있고, 실제적으로도 양자는 수행의 측면에서 공유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인경스님은 “위빠사나의 알아차림, 분명한 앎, 지혜의 영역은 마찬가지로 영성의 영역이고 이 점은 대승불교의 불성사상에 연결된다는 점에서 순환적”이라고 주장했다.

임승택 경북대 교수는 논평을 통해 “논문을 이끌어가는 실제 주제는 ‘간화선과 초기 불교’ 혹은 ‘간화선과 사띠’인 듯하다”며 “위빠사나와 초기불교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100회를 맞은 보조사상연구원의 월례학술대회는 불교학계의 관심을 반영, 장장 다섯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월례학술대회는 지난 1996년 학술적 금강과 수행체계를 이뤄 보조스님의 결사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불교학계의 토론과 탁마를 주도했다.

보조사상연구원 원장 법산스님은 총평을 통해 “한 주제 한 주제가 모두 의미 있는 주제였다”며 “월례학술대회가 진지한 토론을 양산해 불교학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