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 스님이 간화선의 혁신과 체계화를 이룬 안국선원의 간화선 지도방식으로 간화선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수불 스님(동국대학교 국제선센터 선원장)은 자신이 설립해 이끌고 있는 안국선원이 처음부터 간화선 수행에 성공했던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고, 지난 1989년 처음 포교당을 열었을 때 조사선 방식으로 공부를 지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즉 조사선 방식은 줄탁동시로 그 자리에서 깨닫거나, 깨닫지 못하면 선지식의 한마디는 설상가상이 되어 의심하고 있는 데 의심을 더하게 해주는 것인데, 그렇지만 이렇게 선지식을 믿고 의심을 지어갈 수 있는 근기는 참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반 신도들로서는 처음부터 그런 의심을 갖고 들어오는 사람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초기에 조사선 방식으로 가르쳤던 시도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고 밝힌 수불 스님은 그 실패를 면밀하게 되짚어본 결과, 잘못을 찾았는데 그 핵심은 ‘화두 참구에 있어서 문제만 외우게 하지 말고 답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안국선원에서의 간화선 지도방식을 통해 수만 명에 이르는 간화선 체험자를 배출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수불 스님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6월 23일부터 24일까지 동국대에서 ‘간화선과 불교교학’을 주제로 열린 제3회 간화선국제학술대회 첫날 ‘한국불교의 활로, 간화선에 있다’는 제목의 기조강연을 통해 발표됐다.

수불 스님은 또 “간화선 수행이 지금 우리의 삶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일부에서 이번 생에 안 되면 몸 바꾸어가지고 다음 생에 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스님은 또 “지금 이 순간에 도움이 안 되는 수행이라면 이 바쁜 현대사회에 의미가 없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핵심은 원리대로 이끌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라고 지적한 수불 스님은 “그 가장 중요한 일은 일련의 수행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 장치를 시설할 수 있는 선지식의 안목과 수단이며, 그 수단이란 공안에서 비롯된 화두를 제시하는 순간 바로 의심이 걸리고, 의정을 거쳐 의단 속에 꼼짝 못하고 갇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두가 활구화되어 의심이 온몸에 꽉 차면, 시절인연 따라 타파되면서 돈오체험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화선은 번뇌망상을 그대로 두고 공부하는 수행법”이라고 정의한 수불 스님은 “따라서 번뇌망상을 가라앉히는 일반 명상법과 간화선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번뇌망상을 일어나는 대로 내버려두고, 오직 화두에만 집중하게 하며, 화두 의심이 익어지면, 번뇌망상과 혼침 등 모든 방해를 이겨내고 결국 정신적인 장벽을 타파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님은 “화두 기운은 업력과 직접 싸우게 해주는 강력한 힘”이라고 설명했다.

간화선 수행에 대한 수불 스님의 지도체험에 근거한 지론은 계속됐다. 스님은 “간화선 수행은 학인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정신의 벽에 부딪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타파하면 안심입명이 된다. 무거운 짐이 내려지며, 속이 시원하고 홀가분해진다. 그러면 내면에 여유가 생겨서 생활해 가는 데 차분해지고 판단력도 증가하고 부동심이 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수불 스님은 선의 인류사적 위치에 대해서도 나름의 독특한 관점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인류사에 선(禪)이 나타남으로써, 종교가 수단이 되었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스님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모든 권위는 빛이 바래지고 오로지 실력 하나만이 근거가 되고 있는 이때, 선은 그에 가장 합당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간화선은 디지털 시대의 빠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수행법이며 행주좌와어묵동정에 언제 어디서건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수행법”이라고 강조했다.

간화선의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일부의 풍조와 관련해서도 수불 스님은 단호하게 배격했다. 불조의 정맥인 간화선 자체는 아무런 허물이 없는데도 만약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지도하는 사람에게 허물이 있는 것이지 간화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님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효과가 나지 않는 구태의연한 방법을 고수한다면, 그런 수행법은 끝내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간화선을 통해 이익을 본 사람이 드물다는 이유로 간화선의 무용론을 제기하고, 위빠사나와 같이 쉽게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밝힌 수불 스님은 “하지만 간화선으로 분명히 효과를 본 시스템이 있다”며 안국선원의 예를 들었다.

“안국선원은 지난 22년간 약 250여 회의 집중 수행과정을 통해 2만여 명에게 간화선 수행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과반의 참가자들이 선체험을 맛보았다”고 밝힌 수불 스님은 안국선원의 간화선 체험 성공사례는 단순한 주의주장이 아니라 학술적 연구에 의해 입증된 것이라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의 명상심리학과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연구한 바에 따르면, 간화선 체험자들은 체험 후에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성격적 변화를 맛보고, 그에 따라 대인관계 및 불교신앙에 획기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고하고 있다(안국선원 간화선 집중수행 체험의 질적 분석보고서. 2011. 7, 8)는 것이다.

수불 스님은 “안국선원에서는 해마다 안거에 참여하는 숫자가 서울, 부산 각 1000명씩, 2000여 명에 달한다”며 “현실에서 증명된 이런 실적을 통해서, 간화선은 인류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거듭 간화선 세계화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인류 정신사상 가장 획기적인 수행법인 한국의 간화선법은 반드시 대중화, 세계화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 이제는 이렇게 효과적인 간화선 수행법의 실체를 국내외에 분명히 드러낼 때가 되었다. 이 땅에서 면면히 전해 내려온 간화선법을 보편화하는 것이 정보개방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역사적인 사명이다. 한국불교가 이대로 계속 지지부진하다가는, 세계적인 명상 대중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수불 스님의 이날 간화선 세계화 가능성 확신에 대한 확신 입장 표명은 점차 간화선 세계화에 대한 발원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조계종단에서 간화선 대중화 작업을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어느 정도 저변은 확보된 분위기다. 이제는 실제로 선체험을 할 수 있는 ‘성공한 간화선 수행모델’에 따라 수행에 목말라 하는 발심자들로 하여금 대승불교의 꽃인 돈오의 인연을 맺어 줄 때가 왔다”고 스님은 강조했다.

“더 이상 주춤거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스마트 시대가 열려 세상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손바닥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정신세계도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실적 없는 완고한 권위와 신비주의로는 더 이상 세계 대중들의 신망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가식은 내려놓고 ‘실제로 되는’ 간화선 수행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수불 스님의 간곡한 발언은 참석 대중들의 가슴에 압정처럼 박히는 듯 보였다.

수불 스님은 간화선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접어야 하고, 안국선원에서 보여준 것처럼 ‘실제로 되는 간화선’으로 세계를 불국정토화하자는 마지막 호소로 기조강연을 마쳤다.

“사실 말이 필요 없다. 남녀노소, 인종과 국가를 막론하고 누구나 제대로 된 간화선 수행과정에 참여한다면, 분명한 선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 인도와 중국을 거치면서 본래성품을 깨닫는 방법 중에서 간화선만큼 발달된 수행법은 없다. 1600년 전통의 한국불교가 수행법 하나 가닥치지 못해서 혼란스러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무의미한 논란과 의혹에 종지부를 찍고, ‘실제로 되는 간화선’으로 더 많은 세계인에게 불연(佛緣)을 맺어 주는 자랑스러운 한국불교가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