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명진 스님이 도대체 왜 저런 돌발 발언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도법)

“이미 총무원과 명진 스님 양측에 의견조율이 끝났고, ‘진화스님 차기주지’라는 결론까지 난 상태이다. 그렇게 양측의 요구조건을 충족시켰는데 왜 갑자기 저러는 것인지 모르겠다.”(지홍)

“봉은사 문제가 1주일 전까지 잘 해결됐다고 믿고 있었는데 명진 스님의 폭탄선언을 듣고 매우 놀랐다. 전혀 상상을 할 수 없었던 행보이다.”(원택)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 부위원장 원택 스님, 그리고 봉은사 소위원장 지홍 스님은 “우리도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말만 계속 반복했다.

화쟁위원회는 11월 8일 오후 2시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봉은사 문제에 대한 화쟁위원회 측의 입장을 밝혔다.

도법 스님은 “사실 화쟁위원회의 안을 총무원과 봉은사 양측이 모두 받아들인다고 했고, 명진 스님은 화쟁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해 몇주전 일요법회에서 수행자답지 못했던 언행들을 사과하기까지 했다”며 “그 이후에 20년 지기인 자승 스님과 명진 스님의 감정적인 응어리도 풀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관계자 대여섯명이 함께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 서로 흐뭇해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홍 스님은 “봉은사 문제의 맹점을 요약하면 세가지로 정리되는데 우선 직영사찰 철회 문제는 토론회를 통해 봉은사 발전방향을 제대로 제시하면 직영사찰지정을 수용하겠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두 번째 명진 스님 재임안은 자승 스님이 ‘이미 다리를 건너버렸다’는 말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고, 세 번째 진화 스님 임명안은 유보된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진화 스님을 차기 주지로 임명하기로 서로 합의가 되었다. 공식화시키지 않았을 뿐 거의 결정된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화쟁위 대표 스님들은 봉은사 차기 주지 임명을 둘러싼 종단 내부의 팽팽한 기류에 대해서는 확답을 회피했다.

‘총무원 핵심간부들이 진화스님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는데 그것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총무원 집행부 스님들은 흔쾌히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원장의 의지를 인정하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원장 스님의 의지가 아니겠냐”고 말해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또 ‘명진 스님의 의견은 들어보았냐’는 질문에도 “아직 연락해보지 않았다. 연락해서 왜 그랬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화쟁위원회로서는 이번 사태의 정확한 문제점을 짚지 못했거나 밝히기를 꺼려한다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도법 스님은 “봉은사 문제는 현재까지 화쟁위에서 다루는 것으로 돼있고, 우리는 명진 스님에게 최종 결론이 나올때까지 자중하기를 당부해왔다”며 “만약에 어떤 불만이 있었다면 아직까지는 화쟁위에 문제제기를 했어야 했다”고 명진 스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도법 스님은 이어 “그럼에도 화쟁위가 10월에 발표한 봉은사 해결방안을 그대로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일을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개혁의 정신이 실천되는 방향으로 봉은사 문제가 풀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쟁위원회는 현재까지의 추이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까지 개최했지만, 화쟁위가 제시한 봉은사주지 인사추천위원회가 왜 지금까지 구성되지 않았는지, 왜 명진 스님이 또다시 돌발발언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날 화쟁위가 마련한 기자간담회는 지난 수개월간의 화쟁위 활동에도 불구하고 봉은사 직영을 둘러싼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음을 확인해주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