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은 총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을 향해 “차라리 잘된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이겼으면 승리해 취해, 친노니 비노니 갈려서 계파 싸움을 벌이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명진 스님은 “민주당이 계파싸움으로 망하는 것보다야 총선에서 진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민주당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국민들 마음이 금새 돌아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명진 스님은 특히 민주당이 4.11 총선에서 패배한 것과 관련 “민주통합당이 옳은 길을 간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며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언젠가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가는 것처럼 금생에 안 되면 다음 생을 기약하더라도 내가 가는 길이 옳다면 된다”고 위로했다.

명진스님이 특유의 거침없는 법문으로 법회동참 대중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대중들은 재밌고 즐거운 스님의 입담 속에 불교의 깊은 진리가 스며 있다며 환호와 감사의 합장을 잊지 않았다. 사진=단지불회 홈피에서 캡쳐

명진 스님은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기대와 쓴소리를 함께 던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공약한 모든 것을 지킨다고 한 약속을 지켜보겠다”고 말문을 연 명진 스님은 “새누리당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얼마든지 칭찬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이번 총선에서 이긴 박근혜 위원장이 내걸었던 공약을 다 지키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안 할 수가 없게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명진 스님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4월 15일 오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봉행한 단지불회 4월 정기법회 법문을 통해 나왔다.

명진 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조계종 총무원에 대한 독설도 이어갔다. 명진 스님은 “지난 4년 내내 몇 트럭 분량의 욕을 퍼부은 MB가 이제 곧(연말) 그만 둔다니 아쉽다. 내가 앞으로 뭐할지 걱정이 크다. 우울증이 걸릴까 걱정이 좀 된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4월 법회에 처음 참석한 불자들에게 단주를 선물하는 명진스님.

조계종에 대해서도 “조계종이 나를 징계하면 머리 기르고 정치하겠다.(웃음) 이 자리에 와 있는 정동영 의원도 그렇게 되면 엄청 긴장할 거다. 나를 징계만 해봐라. 내가 만일 교회에 가서 간증하면 난리가 나지 않겠나. 그리되면 절 몇 개 짓는 것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며 대중들의 폭소를 끌어냈다.

이에 앞서 명진 스님은 태허 스님(운암 김성숙 선생)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명진 스님은 “일제 36년 치하에서 만주벌판을 넘나든 운암 김성숙선생, 즉 태허 스님이란 분이 계신다. 태허 스님은 수행자로서 고귀한 길, 어쩌면 편안한 길을 버리고 무장투쟁에 나섰던 분이다. 의열단을 조직해 항일독립투쟁을 하다 옥고를 치른 후 힘겹게 사시다가 돌아가신 태허 스님의 서거 43주기 추모재에 최근 다녀왔다. 태허 스님이 계신 국립현충원에 가보니 참으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는 6.25 전몰 장병들과, 군인, 경찰, 독립운동가들이 묻혀 있다고만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호국영령들 옆에 일제의 앞잡이로 독립운동가들을 잡으러 다니던 사람들도 함께 묻혀 있다. 개탄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이때부터 우리의 역사가 비틀어져 있는 것이다. 도적적 가치가 무너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 부부가 단지불회 4월 법회에 참석, 의식에 맞춰 합장을 하고 있다.

명진 스님은 이어 "역대 선지식들이 말씀하시기를 생사는 구름 한 점 일어났다 스러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구름이 스러진다고 해서 슬프고 일어난다고 해서 기쁜가? 아니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에는 길고 짧음이 없다. 시종이 없다. 이런 자유자재한 관점을 갖는 것을 해탈이라고 한다. 진리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 보편적 삶 속에 있다. 인연이 되면 저처럼 쥐를 잡으려 다니는 사람도 있고. 안 되면 산 속에서 새 모이나 주는 사람도 있다. 부처든 예수든 조사든 그들에게 속아선 안 된다. 도그마에 빠져선 안 된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갑이고 부처님이 을이다, 예수도 을이다. 왜? 내가 부처 예수 안 믿으면 그만 아닌가. 이게 불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법회에는 지난 3월에 이어 정동영 전 민주당 대표 부부가 참석해 시종 진지한 자세로 메모를 해가면서 법문을 경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