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정부 및 지자체의 종교차별 행정과 기독교계의 불교에 대한 도 넘은 훼불에 대해 총무원장 스님과 일부 개인적인 발언 외에 교계 차원의 정리된 어떤 지적이나 대응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수립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에서 의견을 제시한다.” 불교환경연대 지도위원 법응 스님이 ‘낙단보에서 발견된 마애불좌상의 천공’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일련의 훼불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정부와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개신교계에 경고, 그리고 종단과 교계에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그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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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과 기독교세력의 불교에 대한 도전에 경고한다.

인류의 문명과 과학이 최고조로 발전했으며, 자유민주주의와 다원질서가 자리한 현대사회에서 타종교에 대한 전쟁과도 같은 적대적 행위가 OECD가입국이며, 곧 개최되는 서울G20정상회의 의장국인 대한민국에서 발생함은 안타까운 일이다.

신앙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영적인 사유와 믿음이라는 내적인 신앙행위는 철저히 자유가 보장되며, 그 어떠한 불이익도 당해선 안 된다.

그러나 자신이 믿는 종교의 신앙행위를 위해 타종교의 신성한 영역까지 침범함으로써 갈등과 대립을 촉발시키며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범죄 그 이상의 매우 위험한 행위라 할 것이다.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이 반드시 수반됨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 울산역의 통도사 병기누락과 동화사를 우롱한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조성의 백지화 등 일련의 사태는 전통과 역사문화를 무시하고 모독한 몰역사 ․ 반문화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비상식적이고 적대적인 행위이며, 종교적 선민주의와 물신주의의 천박한 속성 그리고 현실과 본분을 망각한 삼류 정치의 구태와 무능한 행정이 뒤섞인 결과이다.

기독교인들의 사찰 땅 밟기 기도와 선교행태는 현 정권의 종교차별 행태를 답습하고 용기를 얻은 행위의 결과가 분명하다.

현 정권 집권전후 이명박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관련되어서 발생한 서울시 봉헌과 사찰이 무너져야 한다는 기도, 청와대 예배, 불교계 인사를 배척한 반공정성 인사, 청와대 정무직공무원 종교조사, 국토해양부의 지리정보의 사찰누락 등 노골적이며 의도적인 수많은 종교편향 정책의 영향을 받은 연장선상의 결과라 볼 수 있다.

2008년 7월 24일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정부가 공직자의 종교 편향 행위 재발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입법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지금껏 외면하고 있다. 영부인이 공식행사에서 십자가를 착용하고 대통령의 공개 노출된 종교행위는 지속되었다.

일련의 사태는 대통령이 한 원인을 제공했음을 통감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 및 과격 신앙인들에게 경고와 질타를 보내어서 우리 사회에서 종교전쟁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독교가 일반화된 미국에서조차 1940년대부터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 학교, 공공기관 등에 의한 일체의 종교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직자의 ‘종교편향은 불법’이라는 것이 미연방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이다.

정권과 지자체의 의도적인 불교배척 행위, 기독교세력의 불교에 대한 의도적 도전과 무책임한 신앙행태에 경고를 보낸다. 기독교의 지도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바른 신앙상을 정립하여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의가 없는 국가나 정부는 범죄조직이다. 다름과 다원적 질서를 배척하는 종교집단은 현대지성의 호응을 받지 못하며, 역시 그러한 집단과 다를 것이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향후 누구를 막론하고 불교에 대해 의도적이며 호전적 신앙행위로서 도전 할 시 현 정권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오늘의 발표가 단순히 승려 몇 사람의 생각이며 일회성 경고가 아님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 종단과 본사, 불교단체에 드리는 글

종단이 제15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에 매몰된 사이 관계부처의 장관까지 동조하여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의 조성이 백지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울산역 간판에 통도사 명기도 어렵다.

4대강공사장인 낙단보 현장에서 발견된 고려마애불좌상에 대한 천공은 종단은 물론 교계가 앞장서서 체계적이며 행정적으로 문제제기와 대책을 요구하고 4대강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해야 함에도 침묵했다. 총무원장스님께서 직접 낙단보에 내려가 훼손된 마애불을 참배하고 현장을 순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봉은사와 동화사에 대한 땅 밟기 기도와 그 영상이 온라인에 전파되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련의 사태는 궁극적으로 국가를 책임진 장로대통령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의 즉각적이며 실효성 있는 항의나 문제제기가 없음은 매우 유감이다.

2008년 7월 24일 교구본사 주지의 대정부 요구와 같은 해 8월 27일 범불교도 대회 이후 근원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수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교계는 침묵하고 있다.

국외에 반출된 우리의 문화재가 반환되는 시점에 지난 9월 개태사가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삼성리움미술관에 있는 금동대탑을 반환하라며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현 범어사는 부산시립박물관이 2000년 한 수집가로부터 1억3천만원에 사들인 뒤 이듬해 시 지정 문화재로 등록한 범어사의 유제시루 2점을 반환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위 소송은 수차 언론에 보도되거나 현대에 이르러 발견 ․ 발생한 것으로 불교계가 진즉에 삼성문화재단(삼성리움미술관)과 부산시를 상대로 분명한 의사표시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태로 일관함으로써 범 불교계 차원의 성보 수호 의지가 퇴색되었다. 당해 사찰에도 문제가 있으나 교계 전체가 무사안일에 취해 있다는 증거다.

중앙일보에서 발행하는 <중앙 SUNDAY>가 10월 17일자 “올 봄 천성산 웅덩이엔 도롱뇽·알 천지였습니다” 라는 기획기사에서 11월 1일 터널 개통 앞두고 천성산의 밀밭늪과 화엄늪을 가보니 수량이 풍부하고 도롱뇽알이 지천으로 생태계의 변화가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같은 달 18일 <중앙일보>는 위 기사를 인용하여 ‘올봄 천성산에 도롱뇽 천지였다’는 칼럼을 통해 “이번 도롱뇽 사건은 4대강 사업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4대강 사업에서 환경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우리는 4대강의 성공 여부는 수질 개선에 달려 있다며 이 문제를 꼼꼼하게 따져볼 것을 정부에 주문한 바 있다.” 라 한바, 지율스님과 도롱뇽소송 그리고 4대강사업을 강력히 반대한 불교계를 싸잡아 겨냥한 기사가 분명하다.

문제는 무제치나 밀밭늪 등에 대한 자연생태와 지반침하, 슬라이딩, 지하수위 하강 등 환경의 변화 및 변위는 육안의 식별에 의한 단기간적 관찰이 아닌, 터널중심 반경 1km 이내에 각종 현대적 계측 기구를 설치하여 장기간에 걸쳐서 정확한 모니터링에 의해 각종 자료를 생산해서 판단 및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막무가내식 환경지상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을 천성산 터널 논란처럼 극단적으로 몰고 가면 그 부담은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라며 오도하고 있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을 의식한 칼럼이라는 인식이 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종단은 물론 이의제기한 단체가 없다.

작금의 상황은 불교와 조계종을 업신여기며, 망하기를 바라는 행위가 분명함에도 불교계는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니 정체성과 존재감마저 상실하고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집단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종단과 출가대중은 한국불교가 정권, 천박하게 변질된 자본주의, 타종교, 언론의 편파적 보도에 의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종단과 본사 그리고 단체들이 존재함은 안으로는 종단과 불교의 발전을 도모하고 밖으로는 각종 외부 세력의 도전으로부터 삼보를 수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작금의 사태에 전 불교계는 분노하고 종단과 범 불교계는 근본적이며 강력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교단에 주문한다. 종단이 불교중흥과 외부의 도전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 우선 할 일은 종단건강성의 회복이다. 과감한 혁신의 단행, 내 살을 파먹는 파행적 계파정치의 근절, 종헌기구의 불편부당한 운영, 삼보정재의 유출을 막는 제도혁신의 단행, 능력검증이 안된 내 식구 챙기기 식의 인사의 근절, 승려 분한문제의 근본적 해결, 비불교적 요소의 배척, 정권 등 외부의 침해에 시의 적절하고 단합된 대응 그리고 대사회 호법기능을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공정과 공심은 태풍의 핵과 같이 권력의 중심부터 조성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종단을 책임진 소위정치승려들이 종단혁신과 외부로 부터의 도전과 훼불을 외면한다면, 불교와 종단을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다는 오해가 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제15대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과연 전형적인 계파불리기식의 선거, 금권과 탈법 그리고 모략이 난무한 선거는 아니었는지 애종심에서 냉정한 성찰과 근원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말없는 많은 출가대중과 불자들이 희망 없는 종단이라며 불신을 보내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종단과 전 불교계는 내외의 작금의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화합을 기조로 하여 근본적이면서도 시의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기를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