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불교가 제3의 종교로 밀렸다’는 막연한 우려가 구체적인 수치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도권의 종교 지형 상에서 개신교가 부동의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불교가 생각 이상으로 크게 뒤쳐져 있다는 사실이 수치상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번 분석은 각 지자체 및 LH, SH공사가 제공한 수도권 종교용지 공급 데이터를 서울 뉴타운과 경기 뉴타운, 수도권 신도시.택지개발지구 등 3개 부분으로 분류해 실시했다.

중앙종회 종책모임 무차회(회장 일관 스님)와 불교미래사회연구소(소장 퇴휴스님)는 지난 8월30일 템플스테이정보센터에서 ‘수도권 포교 공동화의 현황과 대처방안’을 주제로 한 충격적인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포교가 타종교에 비해 열세를 넘어 무기력한 상태에 처해있는 현실이 밝혀졌다.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종교용지의 종교별 점유율. 불교는 없다


경기 뉴타운 종교용지의 종교별 점유율. 불교는 한국SGI, 천도교, 승리제단 등 기타종교 점유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3.8%에 머물러 있다.

서울 뉴타운 종교용지의 경우 전 지구에서 불교가 5곳만 분양 받은 반면 개신교는 22곳을 분양 받았다. 경기도 뉴타운도 불교가 5곳, 개신교는 57곳, 천주교는 14곳을 분양 받았다. 기타 종교로 분류되는 천도교나 한국 SIG 등 기타종교도 5곳이나 차지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3종교 지위도 흔들리고, 기타 종교에 편입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는 사찰 수의 부족, 기존 사찰의 낮은 접근성, 행정 정보 수집력 및 대응력 미비, 타종교 조직력에 대비 열세 등을 그 요인으로 분석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는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포교거점사찰을 설립을 제시했다. 재원마련 방안으로는 사찰토지처분금의 회계를 별도로 독립시킨다거나 납부금의 용도를 종교용지 매입에 한정하는 것을 들었다. 거점사찰의 위치는 사찰 대비 인구수가 많은 인천시와 경기남부지역이 입지로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다음으로는 중앙종단 외에 역량을 보유한 지방 교구본사가 직접 수도권에 사찰 및 포교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도권 진출 의지가 있는 교구본사는 거점 사찰 설립안을 중앙종단에 제출하고 종단은 제출한 안을 토대로 최적의 규모와 운영 형태를 갖춘 사찰이 들어설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계종 지역연합회 조직화를 제안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는 “포교 조직 및 체계가 파편화된 수도권역에서 조계종사찰 연합체 형태의 ‘조계종 지역연합회’를 정식으로 조직하고 활동을 전개한다면 역량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종단은 (가칭)사찰설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찰토지처분금 계정 상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수도권 포교활동 장려를 위한 인센티브제도 마련, 종단 보증을 통한 금융권 대출상품 개발, 사찰토지처분금의 독립적 회계 운영 및 관리 등을 대책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기이(지난 해) 제시했던 서울 중구와 용산구 등에 조계종 사찰이 한 개도 없는 문제점을 지적해도, 무관심으로 전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인구의 절반이 밀집되어 살고 있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포교의 절박성에 대한 종단 지도부 및 스님들의 인식 전환이 최우선 과제로 지적된다.

아무리 문제의 심각성을 수치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해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풍토에서는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