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말에 끝난 도로명 변경 신청 특례기간을 올 연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도로명주소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8월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등 항일운동단체가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개명을 요구한 성북구 안암동 ‘인촌로’는 연내에 이름이 바뀔 것이 확실해졌다.

고시 후 3년 동안 불가능했던 도로명 주소 변경 기간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푸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관련법시행령 개정령이 입법예고돼 현재 법제처에서 심의 중이다.

성북구 안암동 일대의 도로명이었던 인촌로. 이제 곧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행안부와 성북구에 따르면 고려대 사거리∼보문역 1.2㎞ 구간은 고려대 설립자 인촌(仁村) 김성수의 이름을 따 지난 1991년 '인촌로'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주간선도로의 명칭을 사용하는 도로명 주소법이 시행되면서 인근 개운사 진입로가 ‘인촌길’로 바뀌게 되자 “항일 불교운동의 성지 진입로에 친일 인사의 호를 딴 이름을 용납할 수 없다”는 항일운동단체와 불교계의 반발이 제기됐다.

이들은 이 일대를 가로지르는 '인촌로'의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구와 행안부에 요구했고 타당성 있는 지적에 대해 성북구와 행안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또한 행안부는 입법예고된 개정령은 도로명 고시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도로명은 변경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때 종속구간(지선)을 별도구간으로 해 도로명을 부여하려는 경우는 변경제한 대상에서 제외했다. 큰 길인 지봉로의 지선을 기존의 '지붕로 ㅇ길'에서 '보문사길'로 변경할 경우 지난 6월말로 끝난 변경제한 기간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부칙에 도로명 변경제한 기간의 특례기간을 오는 12월 31일까지로 새로 설정해 처리하지 못한 민원이나, 시장등이 도로명조소의 활용도와 편리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고한 경우 등도 새로 변경절차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정령의 주요내용이다.

인촌로, 보문로 등의 민원이 제기된 성북구의 경우 법제처 심사가 끝나고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 즉각 명칭 변경에 착수, 주민 동의 등을 거쳐 올해 말까지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는 통보가 오면 바로 명칭 변경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법제처 심사가 통상 2개 월 가량 걸릴 것으로 보여 올해 안에 충분히 현안을 매듭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성북구청은 지난 7월 26일 도로명변경 제한기간 개정을 행정안정부에 건의했다.

성북구청은 이 공문에서 현행 도로명의 문제점으로 인지도가 높은 길 명칭 폐기로 위치예측성이 결여되고 해당지역 주민의 반발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역사성, 지명 등에 특정 종교(불교)관련 명칭이 다수이나 길 이름이 폐기돼 일부 종교편향 행정이라는 주장이 대두한다는 문제점도 들었다.

성북구는 촉박한 일정에 맞춰 진행하다보니 충분한 의견 수렴이 부족했고 6월 30일로 한정한 도로명 변경가능 특례규정에 묶여 수용하지 못함으로써 민원발생으로 주민 불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행안부의 이번 조치는 항일운동가단체 등의 문제제기를 수렴한 성북구청 등의 건의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