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스님 “연기와 동체대비행으로 실질적인 수행결사를”
“연기와 동체대비 사상이 한국불교가 현대사회에서 구현해야할 불교적 가치라고 본다.”
현대문명의 위기는 어떤 것인가.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은 3월 30일 열린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발표한 ‘현대사회에 구현해야 할 불교적 가치’라는 주제의 발제문에서 현대문명의 위기, 그중에서도 특히 오늘날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발표하고 이를 극복할 불교적 키워드로 연기와 동채대비행으로서의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수행결사를 제시했다.
3월 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 발제자 미산 스님이 발제를 하고 있다.
미산 스님이 진단한 현대사회의 위기 상황은 △디지털 정보사회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한 정보격차, 이에 따른 사회 불평등 △생명체가 사는 그릇, 생태환경의 오염 △평화를 위협하는 남북관계의 갈등과 종교의 권력화 △ 이기주의와 소비주의, 향락주의, 자아상실감 등 사회적 병폐의 급증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등이다.
조계종이 거종단적으로, 나아가 범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5대결사와 관련해 발제문을 발표한 미산 스님은 다섯 가지로 정리한 현대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행결사로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는 정보 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명결사로 생명존중을 실현하고 생태환경 오염을 극복하며 △평화결사로 평화를 위협하는 남북간의 갈등과 종교의 권력화를 극복하고 △문화결사로 육근청정운동을 전개하여 혼탁해진 사회문화의 병폐를 극복하며 △나눔결사로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극복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특히 수행결사와 문화결사 쪽에 집중됐다. 특히 수행결사의 경우 이번 토론회가 사실상 수행에 대한 토론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행에 대한 가치와 관점에 대한 견해와 주장이 분출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 왼쪽부터 사회자 박경준 교수, 발제자 미산스님, 토론자 지환스님 박광서 교수 박희택 원장.
지환 스님 “욕망을 사회변화의 역동적 에너지로 활용하자”
토론에 나선 조계종 기초선원장 지환 스님은 참선수좌답게 욕망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펼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기적 욕망이 왜 일어났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욕망의 근거는, 예컨대 빛이 프리즘을 통과할 때 그 빛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다만 그 빛이 잘못된 가치로 인해 굴절됨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잘못된 세계관, 자연관, 인식관으로 인해 인간의 욕망이 잘못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이기적 욕망이 잘못됐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바람직한 바람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다 근원적인 욕망의 뿌리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욕망이라는 것을 올바른 방향으로만 쓰여 진다면 오히려 역동적인 쓰임새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홍선 스님의 토론이 이어졌다. 홍선 스님은 “지환 스님이 밝힌 욕망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것이며 그것을 잘 활용하면 사회적 원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는 전제하에 홍선 스님은 자신의 견해를 펼쳤다.
“누구도 지구상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자본주의 틀에서 벗어나 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자본주의가 거의 전일적으로 지구를 지배하고 있고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사회학적으로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주로 이원론적 태도에 기반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자본주의가 인간의 이기심을 긍정하고, 방조하고, 나아가 조장하는 것이라는 것으로 볼 때, 이 시스템의 끊임없는 자기증식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욕망의 무한추구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불가피하게 한정된 자원과 재화와 근본적 충돌을 이룰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인류와 영원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제어하지 않으면 인류는 패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해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이 길을 우리가 해야 하지 않겠나. 불교적 가치로서 우리가 맡아야 하지 않겠나. 비록 우리의 현실이 남루하지만, 모든 것을 다 떨쳐버리고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불교적 가치로 승부를 걸어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3월 토론회도 국제회의장을 청중이 가득 메울 정도로 큰 관심속에 진행됐다. 특히 이번 토론은 차분한 가운데 내용을 매우 뜨겁고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박광서 교수 “욕망을 희망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불교적 지혜를”
박광서 교수는 “이기적 욕망은 제어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을 어떻게 승화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본다. 서구에 ‘내 집은 당신의 경관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 집이 내 것이 아니라는 이 심오하고 공감되는 말이 어째서 동양에서 나오지 않고 서구의 학자에게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지금 인류의 문명은 산업화 시대를 거쳐 지식정보화 시대까지 왔다. 그러면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많은 학자들이 탈물질, 네트워크 시대를 말하고 있다. 네가 행복하지 않으면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지극히 불교적인 시대를 말하고 있다. 이 욕망을 승화시키는 것에 불교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박 교수는 작심하듯 토론을 이어갔다.
“사회발전이 있겠는가. 아니다. 변화만이 있을 것이다. 진화가 있을 것이다. 물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모든 것은 총량적이다. 이기적 욕망이란 한 개체의 욕망이 아니라, 모든 개체들이 극대화된 자유를, 배려를, 희망을 갖는 세계를 말하는 것이므로 이것을 가두려고만 하지 말고, 개인에서 가족으로, 사회로, 국가로 인류로, 승화시켜서 인류의 발전으로 승화하는 모티브가 되도록 했으면 한다.”
박 교수의 첫 토론이 마무리되자 청중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토론회가 미디어붓다와 조계종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됨에 따라 네티즌들도 박 교수의 토론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올렸다.
많은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토론회에 참석 시종 진지한 태도로 경청했다. 이번 토론은 특히 미디어붓다와 조계종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되어 토론장에 참석하지 못한 불자들도 인터넷을 통해 참가했다. 이번 토론의 경우 인터넷 댓글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희택 원장 “이제는 국토청정이 심청정을 만드는 시대”
박희택 불교아카데미 원장은 “지금까지 우리 불자들은 단방향만 말해왔다. 이기적 욕망이 인류의 위기를 불러오는 것만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역방향도 생각해야 한다. 그 역방향이 인간을 얽매고 옥죄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고도의 정보통신 사회 이전에는 그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다면, 그 역방향의 폐해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전에는 심청정하면 국토청정이었지만, 이제는 국토청정을 통해 심청정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맹자는 좋은 정치를 통해서 인을 실현한다고 했다. 세종도 마찬가지다. 5대결사도 마찬가지다. 결사를 통해 개인과 세상을 바르게 하자는 것이 아닌가.”
이날 토론에서 단연 주목을 끈 이는 홍선 스님이었다. 홍선 스님은 지환 스님의 ‘지금 바로 현전하는 이 자리에서 여여한 실상을 드러내는 삶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고 실천해야 할 삶’이라는 발언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지환 스님께서 방금 언급한 지금 바로 현전하는 이 자리, 여여한 실상. 그런 삶을 실천하신 분들이 멀리 갈 것도 없이 근대 100년 기간 중에 어떤 분들이 있었는지 말해 달라”고 다소 공세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지환 스님은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서 여여하게 살면, 연기적 실상이니까 모두가 다 잘 되는 것”이라며 “지금 이 자리에서 지혜롭고 자비롭게 사는 것”이라며 예봉을 피해나갔다.
박광서 교수는 “연기니 동체대비니 어려운 이야기 하지 말자. 비우고 내려놓고 함께 살아가자라고 하면 어떻겠나”라며 “저보다 많이 내려놓았는가, 많이 비웠는가, 함께 살아가려고 하고 있는가로 수행을 평가해야지 안거의 수가 많고 적음을 가지고 수행평가를 하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는 중앙승가대 학인들도 참석해 젊은 스님들의 종단의 미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지환 스님 “깨달음과 동체대비는 둘이 아니지만, 자아관념이 문제”
수행에 대한 견해와 의견이 잇따르자 발제자인 미산 스님도 자신의 수행관을 밝혔다.
“개인적 수행과 자비행을 다르게 보지 않는다. 동체대비행과 자기수행은 분리되지 않는다.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듣다가 ‘왜 깨달으려고 하는가? 중생들이 너무 불쌍해서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깨달으려 한다’는 내용에서 충격을 받았다. 가슴을 울리는 법문이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당장이라도 내 수행을 내려놓고 곧바로 동체대비행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수행논쟁이 지환 스님과 다른 여러 토론자의 견해차를 드러내는 쪽으로 진행되자, 지환 스님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깨달음과 동체대비는 다른 것이 아니다. 같은 것이다. 다만 나라는 자아의식에 매달려 있는 것이 문제다. 자아에 매달려 있으면 어떤 것도 되지 않는다. 무아를 깨달을 때, 지혜와 자비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궁극적인 입장에서는 상구보리 하화중생도 맞지 않는다. 나 없는 삶, 이것은 깨달음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고, 이를 통해 얻어진 행복한 기운이 있을 때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이어 홍선 스님은 “수행이란 부처님 닮기라고 생각한다. 자기성찰이 수행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연기를 깨닫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연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늘 깨어서 연기적으로 살아가는 것 수행이라고 본다. 나도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박물관에서의 일이 부처님의 삶과 어떻게 일치하고 있는가, 그런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도법 스님 “수행이란 탐진치를 잘 태우도록 하는 부지깽이 같은 것”
수행에 대한 견해는 청중석으로까지 확산됐다. 시종 토론회 자리를 지켜보던 도법 스님이 자신의 수행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불교가 실현해야 할 가치를 해탈, 또는 열반이라고 하는데…. 부처님도 중생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서 전법하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보면 실현해야할 수해의 가치는 중생들의 이익과 안락의 성취일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만 생명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전법하고 노력하라는 것 아닌가 본다. 그렇다면 열반이라든가 깨달음이라는 것은 도구와 같은 것이다. 사홍서원에 잘 나타나 있다. 사홍서원에는 ‘나’가 없다. 그 정신을 잘 지키고 실천해 사회화 시키는 것, 이것이 수행이라고 본다.”
도법 스님은 특유의 비유로 수행을 부연 설명했다.
“나는 수행을 말할 때 부지깽이 수행이라고 비유하곤 한다. 아궁이의 나무를 잘 타게 하는 도구. 잘 탈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부지깽이의 역할이다. 세상의 모든 번뇌, 잘못, 왜곡을 잘 태워버릴 수 있도록 바로 그 부지깽이 역할을 하는 것이 수행이다. 그런데 잘 타도록 부지깽이를 사용하다보면, 즉 자기의 역할을 잘 실천하다보면 부지깽이도 타게 된다. 즉 자신의 탐진치와 번뇌, 잘못, 왜곡된 것들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자기수행이 아닌가.”
수행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대중적인 쪽으로 치우친다고 염려한 지환 스님이 다시 수행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하겠다며 발언권을 신청했다.
“산에 가면 풀도 있고 크고 작은 나무도 있고 이런 것들이 아름다운 산을 만든다.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다. 수행문제에서도 그렇다. 유치원 초등학교, 대학교 선생이 다 있어야 한다. 생활이 수행이 되고 수행이 곧 생활인 것은 맞지만, 수행에도 단계와 수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홍선 스님이 다소 까칠하게 반박했다.
“수행이 잘 된 분이라면 예컨대, 이명박 정부 출범당시 이명박 캠프에 참여했던 분들이, 심지어 종단의 여러 어른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수행자가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말해 수행이란 여러 가지 방법이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다 마찬가지라고 본다. 수행에 단계의 높고 낮음이나 출가와 재가의 구분이나 차별은 없다고 본다. 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머릿속으로는 금방 이해가 되는데 몸으로는 잘 안되니까, 이것을 언제나 몸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연기적 사고로 살아가는 것이 수행이 아니겠는가. 순간순간 판단이나 선택에 내가 사적인 점이 개입되지는 않았는가, 혹시라도 욕심이 깃들지는 않았는가, 늘 염두에 두고 성찰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수행이 아닌가.”
박희택 원장도 빠질세라 수행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수행은 깨달음을 위한 과정인데, 한라산을 오를 때 오름에서 보는 것과 정상에서 보는 것이 다른 것이다. 중생의 고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한국의 고승이 잘못된 발언을 했다면, 그분은 높은 경지에 오르지 못한 단계에서 말씀하신 것이다. 중생제도행위로서 부처가 되어라. 수행은 반드시 중생에 기반해야 한다.”
수행에 대한 토론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플로어의 도법 스님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현재 홍선스님이나 박 교수, 박 원장, 지환 스님이 벌이는 수행 토론의 방향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본다. 나는 수행의 모든 답은 팔정도에 잘 나타나 있다고 본다. 팔정도를 실천하는 것이 수행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 선방이라고 하는 곳과 박물관이라는 곳을 두고 말해보자. 선방에서 열심히 참선 정진하는 데 그 분이 사용하는 언어와 표현이 거칠고 참되지 않다면, 그리고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분의 언어가 도리어 참되고 진실되고 부드럽다면, 과연 누가 더 참된 수행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출가와 재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본다. 과연 누가 수행자다운가,”
지환 스님이 재반론에 나섰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지금 도법 스님이 팔정도를 가지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팔정도를 부처님 닯기라고 하셨다.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부처님 같기라고 해야 한다고 본다. 수행에 단계가 없다고 했는데, 왜 없는가, 팔정도도 나선형으로 되어 있다. 정정이 없이는 절대로 정견이 없는 것이다. 수행이 여러 분들의 말씀한 것이라면, 불교 아니라도 얼마든지 좋은 가르침 많이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선방과 현장을 비교하면 안 된다. 물론 선방에 문제점이 많다. 인정한다. 그러면, 선방 말고 현장에 있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은 수행을 잘 하고 있나. 이명박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이 선방수행자인가. 어느 누가 부처님만큼 팔정도를 실천할 수 있는가. 그런 것이다.”
홍선 스님 “출가대중 문화에 대한 인식 너무 뒤떨어졌다”
수행논쟁으로 토론회가 쏠리자, 사회자 박경준 교수가 문화결사에 대해 토론을 진행해보자고 물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홍선 스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홍선 스님은 “불교문화는 부처님과 대중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라고 전제한 후 “불교문화라는 것은 불교 속에서 절대로 배제할 수 없고,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즉, 불교음악, 미술 등등, 이런 분야에 대해 가장 무관심하고 얕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출가대중의 인식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일차적으로는 출가대중부터 불교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고, 제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선 스님은 예서 더 나아가 사부대중 전체에게 불교문화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우리사회의 많은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 문화결사의 취지가 아니겠는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서 교수는 “생태와 평화, 나눔은 일반의 고민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본다”며 “그래서 오늘 토론에서 수행과 문화결사에 집중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저는 문화를 전통문화, 문화재에 고착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곳에 가도 불교문화가 활발발하게 꽃피워야 한다. 종단에서 민족문화수호위원회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걱정스럽다. 오래된 것이니까 정부가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위험스럽고 걱정된다. 민족문화수호위라는 이름 맞지 않다. 미래의 시대, 감성의 시대 책임질 불교문화를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생산과 소비문화를 불교에서 반드시 다뤄야 한다. 또 다양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려문화를 앞장서 다뤄야 하고, 남성과 여성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 지구의 반인 여성을 지구상 종교가운데 불교만큼 배려한 곳은 없다. 우리는 그런 것을 배려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사상적 밑바탕은 어느 종교보다도 우수하면서도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희택 원장 “5대결사 성공하려면 향도와 같은 주체세력 조직화해야”
박희택 원장은 “5대결사에 교육결사가 왜 빠졌을까”라고 아쉬움을 표한 뒤 “조계종에 각종 위원회가 너무 많아서 청와대를 닮아가고 있는데, 5대결사는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종단의 수장인 총무원장이 개혁을 주도하는 것도 특이하고, 교구본사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로 정착되려면 시민사회와 네트워크를 해야 한다고 보며, 불교시민사회와 시민사회와의 연결을 통해 가속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특히 “결사는 똘똘 뭉치는 것인데, 우리 역사상에 향도라는 조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5대결사도 성공하려면 결사의 주체 즉, 결사향도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발제자 미산 스님은 “문화결사에 대해 더 말씀 드리겠다. 수행결사나 나눔결사는 바로 이 문화결사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근한 예로 불교는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법당이나 불상, 등등 오래된 것들인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끊임없이 문화적 가치를 발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산 스님은 “탐진치와 번뇌를 소멸하는 것이 불교수행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바로 안이비설신의를 청정하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왜 서울시내 사찰이 전통목조건축 양식으로 오늘날에도 지어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문화결사란 이처럼 전통적 가치를 밑에다 깔고 현대적 건축물로 짓는 것처럼 현대인에게 친숙하고 즐겁고 아름답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한 미산 스님은 “아름답게, 맑고향기롭게, 맑고 담백하게, 맑고 활기차게, 맑고 훈훈하게, 즉 우리의 안이비설신의 육근을 청정하고 훈훈하게 하는 방향으로 문화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광서 교수 “구체적 내용과 목표 없으면 5대결사 오래 못갈 것”
마무리 토론에서 박광서 교수는 “구체적 내용과 목표가 없으면 5대결사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아주 작지만 구체적인 단계가 보이면 갈 수 있다고 본다. 또 현장에서 구현되는 결과를 객관적 시각에서 평가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단의 지도부가 확실하게 이 결사는 10년이 되었든 20년이 되었든 이것이 성취될 때까지 간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한 가지 제안한다면, 국민의 시각이나 사회적 시각에서 결사가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불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과 한국사회를 위해서 하는 결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국민과 사회가 함께 행복해지는데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겠다는 정도의 방향을 가지고, 구체적인 실천은 상당히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선 스님 “결사 성공을 위해선 진정성, 지속성, 구체성 갖춰야”
홍선 스님은 “결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결사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 누군가, 우리가 아닌가. 특히 우리 출가대중이 아닌가. 그러므로 출가대중 스스로 자초했음을 인식하고 출가대중이 공동의 책임을 지고,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진정성, 지속성, 구체성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특히 진정성이 대전제일 것으로 생각한다. 제안과 이끌어나가는 주체가 종단 집행부이니 책임을 지고 진정성을 갖고 나가야 한다. 또 이것을 관망하고 있는 출가대중이 있다면 각성하고 공통의 인식을 갖고 제시된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같이 참여해야 한다. 출가대중이 진정성을 갖고 하면 나머지 재가이중은 따라오게 되고 나아가 사회적 확산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희택 원장은 “시민에게 불교의 매력을 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중을 위한 교육불사, 교육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왜 불교여야 하는가. 왜 불교가 자랑스러운가. 여기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이런 것을 알릴 수 있는가. 5대결사가 어디로 가야 하는 가를 제시해야 한다. 불교의 시민종교화가 그 결론이 아닐까 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종교의 역할과 비중이 줄어드는데, 불교만이 가진 강점과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광서 교수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불교가 되어야 한다”
박광서 교수는 “미국에선 고등학생이 불교의 오온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줄 안다. 팔정도도 알고 있다. 이런 것이 미국에서는 고등학생에게도 상식화되어 있는데, 유독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불교가 시대적 역할을 다한 흘러간 종교처럼 되어 있다. 달라이라마 가르침을 가르치는 미국의 교사만도 3천명이나 된다. 우리는 왜 그게 안되나. 불교를 하면 먹고살기도 어렵다. 국민을 상대로 불교를 가르치는 큰 틀에서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하면 개신교를 절대로 못 따라간다. 개신교 따라가는 식으로 불교를 한다면 항상 2등이다. 우리 것을 국민들을 상대로 해서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박 교수는 “한국불교는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가르침, 행, 종교, 삶이 따로따로라면 그런 종교는 죽은 가르침이다. 자기가 처한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되 불교적 사유로 해결점을 찾고 현장에서 불교적 실천을 하는 것이 결사의 마무리가 아닌가 한다”고 토론을 마쳤다.
이어 홍선 스님은 “우리는 불교를 절대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불교를 상대화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저는 불교를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불교가 진리가 아니고 진리가 불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불교가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변화해야 한다. 바람직한 부분,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성찰하고 과감하게 털어내고 진리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심도 깊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5대결사도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