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회 사
-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열두 번의 대토론회의 마당을 열면서
불기 2555(2011)년 새해를 맞아 우리 종단은 한국불교의 일대 중흥을 위해 불교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매월 한차례, 열두 번의 대토론회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1월의 첫 번째 대 토론회의 날입니다.
저는 종단의 대표자로서 불교중흥에 대한 크나큰 사명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이 토론회에 임했습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인류사회가 21세기를 맞은 지 어언 10년이 경과했습니다.
그동안 한국불교는 20세기를 지나면서 비약적인 발전과 내실을 기해왔습니다.
하지만 21세기를 맞아 시대의 변화상과 그 내용이 너무나 빠르고 큼에 따라 시대에 부응하는 불교의 교화방편이 그에 맞추어 크게 변화되어야 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과 방편은 과연 어떠해야 할 것인가?
우리의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승단에 중요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제자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참여 대중들이 골고루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갈마를 열어 그 결과에 따라 결정하셨습니다.
열반을 앞에 둔 마지막 여정에서도 제자들을 향해 “자주 모여 법을 논하고, 서로 화합하며 공경하면 승가가 영원히 번영하리라”는 말씀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장아함』「遊行經」)
이러한 갈마의 전통에 따라 오늘날 한국불교의 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 토론회의 법석을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1000만, 2000만 불자’를 이야기하고 ‘1700년 한국불교 역사’를 자랑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불교는 신도 규모로 국내 최대의 종교이고, 1700년 역사 동안 축적해온 수행과 교학의 전통 그리고 찬란한 불교문화를 전수해왔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가져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과연 여기에 만족하고 더 이상 변화의 고민 없이 옛 전통만 내세우며 머물러있으면 어떻게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펼치고 구현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어떤 환경과 여건에서 살고 있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생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여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응병여약(應病與藥)’은 불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을 펼치는 일이 바로 이 시대의 대작불사일 것입니다.
이 대작불사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세상 사람들이 생명과 평화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갖추고 함께 어울려 상생의 화엄세계를 구현할 수 있도록 사상과 정신의 방향을 제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종단은 민족문화를 보전하고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주역이 되어야 할 것이며, 세대 ․ 지역 ․ 빈부 ․ 이념, 그리고 남과 북으로 갈라져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갈등과 불화를 더욱 넓고 깊게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소통시켜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화쟁(和諍) 불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오늘 시작되어 올 한 해 동안 열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 토론회’는 우리 종단을 책임지고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자와 대중이 한 자리에 모여 불교와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논의하며 원인을 진단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다양한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이 서로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같은지 확인하여 합의를 도출해내고, 이 합의에 따라 부처님의 정법에 바탕한 불교를 만들어가기 위한 탁마(琢磨)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부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종단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이 제시되고, 4부대중이 이에 흔쾌히 동의하여 합의를 구체화하는 데 기꺼이 동참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의 주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일찍이 선지식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뼈 속에 사무치는 추위를 견디지 않고서, 어찌 코끝을 찌르는 매화 향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앞으로 매달 열리는 대토론회가 코끝을 찌르는 짙은 매화 향기를 얻는 깨달음의 현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55(2011)년 1월 27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 승가교육진흥위원회 위원장 자승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