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불국사 주지 설조 스님이 12월 6일 오후 3시경 세브란스 장례식장을 찾아 고 리영희 선생의 영전 앞에서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장례위원회 고문으로 추대된 설조 스님은 불국사주지 시절 불교계 언론인 법보신문 발행인으로 있으면서 리영희 선생을 고문으로 추대, 고인과 깊은 우의와 교분을 가졌던 스님이다.
설조 스님은 80년 10·27법난 당시 신군부의 무차별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여래사를 개원, 포교와 수행에 정진했다. 리영희 고문과의 첫 만남은 1987년 리영희 고문이 미국에 교환교수로 왔을 때 함석헌 선생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평소 고인을 존경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데 대한 부채의식을 느꼈던 설조 스님은 1994년 조계종 개혁을 주도하면서 불국사 주지에 취임하고 법보신문 발행인으로 취임하면서 1995년 말 일선에서 은퇴했던 리영희 선생을 신문사의 고문으로 추대해 보은했다.

설조 스님은 97년 발행인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리영희 선생과 부인 윤영자 여사 등과 교분을 나누면서 우의를 다졌고, 리영희 고문이 뇌출혈 등으로 힘겨운 생활을 할 때에도 속가인척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주선하는 등 뒤바라지를 해왔다.
이날 고인의 빈소에서 부인 윤영자 여사는 설조 스님의 손을 잡고 울먹이면서, 고인께서 스님을 자주 찾았다며 살아생전에 오셔서 염불이라도 해주셨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별세를 앞두고 금강경을 곁에 두고 읽었던 것으로 전해진 리영희 선생과 설조 스님의 4반세기에 이르는 인연은 고인과 장례위원회 고문이라는 마지막 관계로 회향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