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의 해법은 결국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찾는 데 있다. 민주주의에 충실했다면 오늘과 같은 갈등과 분노와 대립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화쟁위원회는 이웃종교를 포함한 모든 세력과 함께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4대강 해결방법을 제안할 것이다. 이 제안을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그곳이 어느 곳이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 일에 종단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가 주최해 처음으로 정부와 여야, 시민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댄 9월 16일 ‘4대강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4대강 화쟁토론회’의 결론은 민주주의의 회복이었다. 결국 민주주의 원칙과 가치를 존중할 때 이 문제가 풀어질 수 있다는 도법 스님의 마무리 발언은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4대강 갈등의 근본적 원인에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훼손이 깃들어 있다는 도법 스님의 진단은 신선하면서도 문제의 근원을 적확히 집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갈등이 이대로 지속되다가는 우리의 미래마저 암담하고 우울해질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열린 이날 화쟁토론회에서조차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자신들의 주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결국 대화를 통한 해결, 양보와 이해, 상호 존중을 통한 문제의 극복을 기대했던, 이를 바탕으로 해 국민적 논의기구를 출범시키려던 화쟁위원회의 기대는 물거품으로 끝났다. 각자의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국민적 논의기구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 성격이나 권한, 내용에 대해서는 판이한 차이점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결국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내건 카드는 ‘민주주의의 가치 회복을 통한 문제 해결’이었다. 그런데, 도법 스님의 이 같은 카드가 나오기까지에는 화쟁위원들 사이에 형성된 폭넓은 공감대가 한 몫을 했다.

화쟁위원 성태용 교수(건국대 철학과)는 “일을 이렇게 쫓기듯 졸속으로 처리했는데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만일 이런 결과가 선례가 되어 훗날 다른 위정자들이 이런 일을 되풀이할까 두렵다. 이렇게 반대가 심한데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좋은 결과가 있다면 이렇게 해도 좋은 것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내년에 4대강 사업의 결과를 보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만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정권을 내놓겠다’며 의기양양하던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도 “성 교수님의 말씀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졸속처리가 갖는 민주주의에 대한 악영향 개연성을 인정해야 했다.

이어 화쟁위원 법등 스님(조계종 호계원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민주당의 6·2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한 오락가락 행보를 예리하게 비판한 데 이어,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처음부터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으며, 그동안 있던 공청회도 있는 자들만의 형식적인 공청회였다며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역시 화쟁위 총무위원 법안 스님(금선사 주지)은 “사찰에서 집 하나 짓기 위해 인허가 받는데도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과거 조사 자료를 가지고 검토를 했다면서 곧바로 공사에 들어갔다. 이게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전통사찰도 과거 역사 자료를 가지고 가면 바로 허가해 줄 수 있나? 사찰에 건축물 하나 짓는대도 허가에 몇 달이 걸리는데 4대강 사업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냐”고 따져 물었다. 법안 스님은 “이런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을 합리화하고 밀어붙일 때, 민주주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훼손된다”고 우려했다. 법안 스님은 “이명박 정부가 말로는 섬기는 정부, 공정사회 실현을 표방하면서 실제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날 화쟁위원회 주최의 ‘4대강 화쟁 토론회’가 거둔 최대의 성과는 국민적 논의기구 출범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형식적인 동의 표명도, 4대강 갈등 주체들의 보다 완화된 태도도 아닌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되는 있는 것이 4대강 갈등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임을 드러내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넓힌 것’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대표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여당 대표로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야당대표로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시민사회단체 대표로 박진섭 4대강사업 저지범대위 집행위원장, 심명필 4대강 살리기추진본부장 등이 참석했고,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가 사회를 맡았다. 패널로는 도법스님, 법등스님, 법안스님, 성태용 교수(건국대), 이병인 교수(부산대), 서동일 교수(충남대), 강영진 교수(성균관대) 등이 나섰다.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마무리 발언 요지 화쟁위원회가 다룬 첫 대외적 과제가 국가적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통합 이뤄질 수 있도록 4대강 문제였다. 그동안 (4대강 사업 공사) 현장도 돌아보았다. 결국 4대강 문제 해결의 본질적인 방법은 민주주의라고 보게 되었다. 만약 민주주의에 충실했다면 4대강 문제가 이렇게 까지 대립 갈등 분노 실망으로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4대강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오늘의 토론회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방식에 최대한 충실하게 오늘 나왔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보았다. 우리 조계종은 동반자로서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데 조계종단이 기여하겠다는 뜻에서 화쟁위를 출범시켰다.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이 문제를 다른 이웃종교와도 연대해서,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안을 도출해서 제시하겠다. 이렇게 마련되어 제시된 합리적 제안을 명분 없이 반대하는 곳에 대해서는 그것이 정부이건, 여야 정당이건, 시민단체건 강력하게 대응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 일에 종단의 명운을 걸고 나서야 하지 않느냐 하는 게 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