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언론에서도 우리나라가 이미 아열대 기후에 들었음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을 정도였다. 간간히 일사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소식이 뉴스로 전해지는 맹하지절에,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불교 수행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공주시 사곡면 운곡리 마곡사 입구에 들어선 전통불교문화원(본부장 혜오 스님)의 18명 식구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개원해 아직 완전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전통불교문화원을 우뚝 바로 세우기 위해 폭염과 싸우며 촌음을 아끼지 않고 맡은 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뚜렷하다. 참선을 꼭 스님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준비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일반인 누구나, 종교와 신념에 관계없이 조계종이 숱한 시도 끝에 개발한 간화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평화로운 내면과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내 최고의 연수교육시설로서도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워놓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전통불교문화원은 개원 이래 처음으로 지난 7월 매출 1억을 돌파했고, 적자경영을 벗어나는 쾌거를 이뤘다. 물론 7월 휴가철을 맞아 일시적으로 연수희망자가 늘어난 것이 힘이 되긴 했지만, 전통불교문화원은 그 여세를 몰아 국내 굴지의 공공기관 교육연수 전문업체인 (주)에듀맥스와 지난 9월 4일 업무협약서를 체결하고 연수프로그램 개발과 연수 활성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교육연수 전문회사와의 업무협력을 통해 양질의 프로그램 개발 노하우를 전수받고, 특히 공무원과 기업 교육프로그램을 마켓팅해 경영합리화도 기하겠다는 복안이다.
박희승 총괄부장은 이와 관련 “연수활성화를 위한 MOU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전통불교문화원을 우리나라 최대의 교육연수시설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밝혔다. 일천한 역사를 가진 신흥 명상관련 종파들에서 운영하는 연수시설들이 국내 연수교육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어떤 면으로 보아도 단연 최고의 프로그램인 참선 프로그램을 대중화할 경우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희승 총괄부장이 중심이 되어 이끌고 있는 전통불교문화원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조계종단이 최고의 연수교육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불교계와 일반 사회에 널리 알리고, 프로그램 또한 최고의 질을 자랑한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 알다시피 이곳은 조계종이 마련한 최초의 교육연수시설이다. 1만평 대지 위에 지상 3층 규모로 동시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30여 개의 크고 작은 강의실과 수련실, 편의시설이 갖추고 있다. 아직 일반은 물론 불교계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첨단의 시설에 1600년 한국불교의 문화를 녹여낸 최적의 시설이다.
건물의 설계는 자연과의 조화를 늘 주창하며 ‘비움과 소통’을 설계의 기본 이념으로 하는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비록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곳곳에 자연과의 소통을 강조한 흔적이 뚜렷하고, 건물 어디서나 커다란 투명 유리벽을 통해 자연과 단절되지 않고 소통하는 그의 건축철학이 배어 있다.
교육시설은 공연과 강의가 가능한 다목적홀을 비롯하여, 교육과 연수 및 회의, 전통문화체험을 위한 시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대·중·소 강의실과 분임토의실이 잘 갖춰져 있다. 참선교육프로그램을 대표 프로그램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큰선방과 지대방, 다도실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다.
각종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숙박과 식사를 포함한 후생 및 편의시설 지어진 숙박시설은 객실은 전통 한실의 이미지에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총 74개실에 3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편의시설로는 숙박시설과 교육시설 사이에 위치한 축구장, 족구장을 갖춘 대운동장과 함께 노래방, 탁구대, 당구대 등을 갖춰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연수교육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채식 식단으로 꾸며진 식당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고, 태화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한 백범명상길, 명상산책길, 황토숲길, 태화산등산로 등이 문화원 주변에 산재해 있어 최고의 수련시설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다.
빼어난 자연환경과 최고의 시설이 전통불교문화원의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연수원의 상설 프로그램은 전통불교문화원이 자랑하는 최고의 소프트웨어에 해당된다.
‘화두, 영원한 행복의 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조계종 참선입문 과정은 이곳의 대표적인 수행프로그램이다. 현대 경쟁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초조,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데 착안, 화두를 참구하여 자기 안에 무한한 지혜와 능력을 밝혀 영원한 행복을 실현하는 수행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조계종단 차원에서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시대 대표적인 선승으로 존경받는 고우 스님을 비롯, 설정 스님, 혜국 스님을 증명법사로 모시고 그동안 산중 출가승의 전유물로 알려진 참선을 누구나 쉽게 입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종교를 초월하여 참선을 통해 행복을 찾고 싶은 이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열린 프로그램의 특성을 함께 갖고 있다.
또한 영진 스님(조계종 전 기본선원장), 수불 스님(안국선원장), 월암 스님(선원수좌회 학술위원장), 원철 스님(불학연구소장), 박영재 교수(선도회 대표), 서명원 신부(서강대 종교학 교수) 등을 초빙 수시로 특강을 열고 있고, 원철 스님과 금강 스님(미황사), 서재영 박사(동국대), 박희승 부장(전통불교문화원) 등 참선 전문 지도자들이 선 가이드 역할을 맡아 말 그대로 선 대중화의 최적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특히 참선프로그램은 기존의 ‘이뭐꼬’ 화두를 던져주고 각자 알아서 좌선하며 참구를 시키는 방법에서 탈피해, 현대인들의 근기에 맞게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선 ‘불교란 무엇인가’라는 1박2일 또는 2박3일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의 핵심교리인 중도, 연기, 무아, 공에 대한 이해를 시키고, 이어 이해된 것을 체험하는 것이 선(禪)이라는 점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큰스님의 설법과 화두 간택, 선수행의 기본적인 방법 교육 등으로 이어가는 교육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참선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의 약 70∼80%가 참선수행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조사결과도 가지고 있다.
전통불교문화원은 내년부터 2박3일 일정의 참선프로그램의 입문과정과 심화과정을 상설화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봄쯤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만남고 소통’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위빠사나 수행의 큰 스승(사야도)을 초빙해 고우 선사와 대담을 하고, 법문과 토론을 통해 수행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6박7일 과정으로 진행되는 참선입문과정은 총 비용이 23만원이다. ‘선재스님의 전통사찰 김치 만들기’와 같은 1박2일 프로그램도 점차 늘리고 있다. 각 시설의 대관도 사찰과 기업, 단체 등에 대관하고 있다. 숙박시설의 하루 이용비는 2인실, 6만원, 3인실 8만원 선이다.
박희승 총괄부장은 “전통불교문화원이 한국불교,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수련교육시설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곧 불교수행프로그램의 대중화·사회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불교계 종립학교나 복지시설, 각종 단체, 종단 등의 워크샾이나 교육 등을 전통불교문화원 시설을 이용해 치르는 것”이라며 보다 큰 관심과 호응을 당부했다.
문의; 041)841-5050. www.budc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