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전문 교육기관이 사찰 내에 설립된다는 소식에 초기불교 전문가들이 대환영의 뜻을 표했다.

조계종 교육원은 초기불전 전문대학원 설립안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언젠가부터 (조계종에서) 초기불교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는데, 이는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교리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다름 아니며 한국불교 긴급히 보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며 “승가대학에서 초기불교를 교과과정으로 편재하고 초기불전 전문대학원을 설립함으로써 초기불교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초기불전연구원장 대림 스님, 지도법사 각묵 스님, 전 실상사 주지 재연 스님, 제따와나선원장 일묵 스님 등 초기불교 전문가들이 참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지난주에 열린 선-율장 대학원 관련세미나에서는 비판의견을 주를 이룬 반면, 이날 세미나에서는 참가자들 모두 대학원 설립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대부분의 초기불교 연구자들이 독자적으로 연구와 저술편찬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만큼, 초기불교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대학원이 설립된다는 소식에 무척 설레는 분위기였다.

교육원이 제시한 초기불전 전문대학원 시행안에는 학생 10명 정도의 규모로 비구․비구니 사찰 각각 1곳에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원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교육부장 법인 스님은 “우리도 사실상 40~50명 정도의 학생이 있어야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워낙 적다보니 최하단위를 언급한 것”이라며 “초기불교에 대한 기초교육과 이해가 높아지면 정원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응 스님은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의 부족, 교육자의 부재 등의 이유로 사찰에 초기불전 전문대학원을 설립하지 못할 경우 종단에서 직접 대학원을 운영해 승려들뿐만 아니라 사부대중들이 수학할 수 있는 오픈형 대학원 운영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응 스님은 또 “만약 오픈형 대학원이 설립된다면 부산이나 서울 같은 광역시 이상의 도시에 야간대학원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뿌나대 박사 환성 스님은 “초기불전 전문대학원 설립 이전에 빨리어 전문강원을 먼저 세우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환성 스님은 “강원 기본교육과정에는 한문경전은 물론 영어, 일본어까지 의무교육으로 포함돼 있는데, 빨리어는 없다”며 “이는 빨리어가 승려의 기본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성 스님은 “영어나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빨리어, 산스크리트어를 선택과목에 포함시키고, 나아가 빨리어 전문 강원이 생겨서 이곳에서 기초교육을 마친 사람들이 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각묵 스님은 “강원이 통폐합되는 곳에 전문대학원을 설립할 것이 아니라, 초기불전 전문대학원이 설립되는 사찰에 강원까지 갖추어 초기불전 전문강원으로 특화시키면 어떻겠냐”며 “(강원과 대학원이 함께 설립될 경우) 이곳에 전문 교수진 갖춰지니까 강원 스님들은 1학년 때부터 산스크리트어, 빨리어를 익힐 수 있고, 결국에는 승가교육이 아주 풍부해지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각묵 스님은 또 “몇년 전부터 실상사 화림원에서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을 꾸려오고 있는데, 처음 만들 때만 해도 누가 할까 했지만, 지금은 10명이 넘는 스님들이 참가하고 있다”며 “점점 산스크리트어를 배울 수 있다면 당연히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승려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가르치는 분들 열의를 가지고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한다면 2년 정도의 대학원 과정으로도 유학가는 수준 이상의 교육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원 커리큘럼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도 제시됐다. 일묵 스님은 “초기경전에 대한 강독뿐만 아니라 초기불교 관련 수행 실습 시간을 집어넣었으면 좋겠다”며 “청정도론의 경우 다양한 수행법이 제시돼 있는데, 직접 수행을 해보지 않고서는 이 책을 이해하기가 아주 힘들다”고 말했다.

재연 스님은 “교육원 시안에는 니까야(아함)는 있지만 비나야(율장)은 없는데, 계정혜든지 불법승이든지 배분을 적절히 할 필요가 있다”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절적하게 배분한다면 수행과 교학을 겸비해 고르게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묵 스님은 “구사8년 유식3년이라는 말이 있는데, 구사론의 경우 한 챕터를 공부하는데 1년이 걸린다”며 “현재 교육원 시안에 구사론을 북방 아비달마와 함께 12주과정으로 잡고 있는데, 너무 욕심 많이 안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림 스님은 “재가자들이 니까야를 참 많이 읽고, 어떤 면에서는 스님들보다 앞서가는 경우도 많이 봐오고 있다”며 “이들이 초기불전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스님들을 비판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를 보면서 스님들이 먼저 빨리어와 니까야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대림 스님은 또 “지금 교육원에서 제시한 시안 가운데 청정도론이나 마하붓다왕사는 그 책 한권을 2년 통째로 해도 모자랄 정도”라며 “기초교육기관에서 빨리어 문법을 공부해야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