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 동안 추진해온 한·일 공동초조대장경 복원작업, 즉 초조대장경이 디지털 이미지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기는 대작불사가 일차 결실을 맺었다.
고려대장경연구소(이사장 종림스님)는 ‘고려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 천년의 해’를 맞이해 대구시와 대한불교조계종 동화사 등과 함께 ‘한일 공동 초조대장경 복원간행위원회’ 발족식을 7일 오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거행했다.

초조대장경은 고려 현종 2년(1011)에 부처의 힘으로 이를 물리치고자 판각을 시작해 선종 4년(1087)에 완성한 고려 최초의 대장경으로, 부인사에 보관되어 있다가 1232년 몽골이 침입했을 때 소실됐다.
이날 발족식에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대장경연구소 이사장인 종림 스님, 고토노리오 일본 남선사 종무총장과 하나조노대학 요시자와 국제선학연구소 부소장, 루이스 랭커스트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이건무 문화재청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전보삼 한국박물관협회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초조대장경 복원간행위원과 고문들이 만나 초조대장경 복원과 관련한 회의도 열었다. 이들은 앞으로 고려대장경연구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국내와 일본 남선사 등지에 분산 소장된 인경본(印經本. 인쇄본) 초조대장경을 원본에 가까운 형태로 복원하는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들은 곧 간행도감을 구성해 인경작업을 거쳐 초조대장경을 간행하게 된다.
발족식에 이어 오후 2시에는 '고려 초조대장경 조사완료 국내보고회'가 열렸다. 보고회에서는 남권희 교수(경북대)가 ‘고려 초조대장경 조사완료 보고’를, 오윤희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이 ‘초조대장경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시연’을 각각 발표, 대장경에 대한 서지 조사와 디지털 DB 구축내용 등을 소개했다. 특히 일본 남선사에서 특별이 이운해온 초조대장경의 원본도 전시됐다.

오늘 행사로 ‘한·일 공동 초조대장경 복원간행위원회’는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간행위는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 스님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종림 복원간행위원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초조대장경이 1000년의 잠을 깨고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기적 같은 일이지만, 집성 복원을 위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 더 대단한 일”이라며 초조대장경 복원에 의미를 부여했다. 종림 스님은 특히 남선사의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며 “6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공동작업에 참여해준 하나조노대학 국제선학연구소, 그리고 고려대장경연구소의 불교학팀, 서지학팀, 사진팀, 전산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격려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이 사업은 국내에서 발굴된 초조대장경 214권과 일본 남선사본 1823권을 조사하면서 출발했다. 이후 대구광역시의 후원과 하나조노대학 연구소의 도움으로 사업이 진척돼왔다.위원회는 복원간행도감을 구성하고 한지 선정, 디지털 이미지 가공, 인쇄, 제본 등을 거쳐 복원할 계획이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우리나라는 수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팔만대장경이라는 소중한 유산이 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선 시기에 초조대장경이 있었기 때문에 불교 교리를 팔만대장경에 집대성하는 게 가능했다”며 “초조대장경은 당대 국제적 종교인 불교의 보편적 교리뿐만 아니라 인쇄술의 발전된 모습 등을 볼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이라고 강조했다. 이건무 청장은 이어 “이번 복원·간행을 통해 대장경을 조성했던 선조들과 대화에 나서게 되었으며, 초조 1000년을 맞는 이 때 복원사업이 이뤄진 것은 우리나라의 역량과 품격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 남선사 고토 노리오 종무총장은 “이번에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초조대장경을 복원·간행하게 된 것을 계기로 양국 교류가 한층 확대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복원간행위원회 고문에 추대된 루이스 랭커스터 UC 버클리대 명예교수는 “이 초조사업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나 국제협력의 측면에서도 실로 선구적인 모범사업”이라며 “경전 자료를 이 시대의 한일 두 나라 불교 관계자들이 최신 기술과 방법으로 새로운 그릇에 옮겨 담는 일을 하게 된 것이 참으로 놀랍다”고 전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속 한 대목을 소개했다. “우리 힘이 없어 지키지 못해서, 그 귀중하고 소중한 초조대장경이 소실됐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은 변화고 쇠하는 모든 것들이 세상의 이치고 한 번 만들어진 것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 번 사라진 것을 다시 만드는 것은 중생들의 일”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사라진 그 귀한 보물을 서러워하지 않고 다시 그것을 일으키는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이다.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격려했다.
복원간행위원회는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김범일 대구광역시장,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아베코신 하나조노대학학장, 이어령 초대문화부장관, 이건무 문화재청장, 이태녕 서울대 명예교수, 루이스 랭카스터 UC버클리대 명예교수, 동화사 주지 성문스님,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조병순 성암박물관장 등 고문단 11명과, 고토노리오 남선사 종무총장, 요사자와카추히로 하나조노대학 국제선학연구소 부소장, 종림스님, 효탄스님(조계종 문화부장), 남권희 교수, 성태용 교수, 초종남 교수, 조은수 교수, 한용외 삼성생명보험 상담역, 원철스님, 오윤선 호림박물관관장, 정승석 교수, 정선영 교수, 허인섭 교수, 종묵스님, 정재영 교수, 이경희 문화재위원, 김윤곤 교수 등 간행위원 29명으로 구성됐다.